엄마, 나 내일 쉰다. 4시 20분 조금 넘어 출발이다. 일몰 보러 올라갈 때는 숲이 이렇게 밝은데 지난 번에 일출 보러 올라갈 때는 칠흑같이 어두운 숲이였지. 하루재에서 본 인수봉 인수 대피소 위에서 본 인수봉 오른쪽에 족두리바위라고 했던가? 비 온 뒤라서인지 버섯이 옹기종기 많이 자라 있다. 버섯이 많이 자라면 나무한테는 해로울텐데 . . . 백운문에 도착하니 해가 지려고 붉은 빛이 퍼지고 있다.일몰 시간이 7시 20분이라니까 지금 6시 반이 안 되었으니 여유 있다. 정말 시야가 맑아 멀리까지 깨끗하게 보인다. 만경대에도 진사 몇 분이 올라가 있고 . . . 정말 깨끗하게 봉우리 봉우리가 다 보인다. 예전에는 늘 맑았던 시야가 언제부터인지 이런 날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늘 뿌옇다. 인수봉도 붉은 빛을 머금어 붉어지고 있고 . . . 만경대 쪽에도 붉게 물들고 있다. 인수봉이 불 타오르게 생겼네. 점점 붉어지고 있다. 달님은 벌써 나와서 햇님 배웅하고 있고 만경대는 뜨거울 것 같다는 황당한 생각에 ㅎㅎㅎ 초보 수준이지만 드디어 일몰 사진을 찍는다. 먼저 혼자 올라와 계신 분이 있었는데 일몰을 보고 싶지만 내려는 가야 하고 그냥 가자니 아쉽고, 그렇게 고민을 하더니 나와 같이 일몰 사진을 찍고 나보다 조금 일찍 내려갔는데 또 다른 두 분도 일몰 시각을 기다렸는지 막걸리 한 잔씩 하고 있더니 일몰 사진을 찍으시면서 이왕 늦은 거 야경까지 찍고 가자고 일행한테 말한다. 나야 야경 찍을 수준도 못되지만, 더 어둡기 전에 암릉 구간은 내려가야 할 것 같아서 챙겨 내려오려는데 그 시간에 두 사람이 올라오더니 암릉 구간을 내려오는 도중에 또 두 사람이 올라온다. 하긴 내가 내려 가는 시간이나 저 사람들이 내려 가는 시간이나 어둡기는 매일반이니 시간이 몇 시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어차피 어두운 산을 내려가야 하는 것은 똑같은데 . . . 이번에 지나가는 태풍 할롱 영향 때문인지 백운대 꼭대기의 바람이 장난 아니다. 서 있는 내 몸도 밀쳐 휘청 ~ 사고라는 게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인 만큼 몸이 휘청하다 중심을 잃으면? 으으 ~ 무섭다 무서워. 얼른 안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렇게 백운대 일몰을 보고 8시에 하산하는데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서 더 있기도 힘들었다. 도선사 입구에 내려오니 9시 15분쯤 되었으니까 빨리 잘 내려온 것 같다. 그런데 일출 보러 새벽 3시에 산에 오를 때는 점점 환해지니까 산에 오르기가 좋았는데 일몰 보러 갔을 때는 점점 어두워지니까 더 조심스러웠다. 이제 백운대에서 보는 해넘이를 보시라.
응, 월차 냈어? 그럼 엄마 어디 갔다 올까?
나, 미장원 갔다가 체육관 언니들 만나기로 했는데 . . .
그래? 그럼 말고. 집안일이나 해야겠다.
세탁기에 빨래 돌리고 쓰레기통 비우고 재활용품들 챙겨서 내다 놓으려 밖에 나가니까
와 ~ 나크리가 지나간 후라서인가? 하늘이 맑고 북한산도 깨끗하게 보이네.
엄마는 백운대 일몰 보러 갈란다. 하늘이 맑고 북한산이 깨끗하게 보여. 이런 날 잘 없잖아.
싸가지가 먼저 준비하고 노원역에서 만난다고 나가고 . . .
집안일 하던 것 대충 마무리해놓고 주섬주섬 배낭 꾸리고 카메라 배터리 확인하고 가려니까
점심밥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프다. 밤에 내려와 밥을 먹으려면 조금이라도 먹고 가야 될 것 같아
대충 비벼서 먹고 나니 이런 ~ 세탁기 빨래가 생각이 나는 게 아닌가.
아이고 ~ 미리 올라가 있어야 될 텐데 올라가다가 해 지면 어쩌나 . . .
세탁기 빨래를 대충 툭툭 털어서 널어 놓고 강쥐들 저녁 늦을 것 생각해서 간식들 먹이고
후다닥 걸음아 날 살리라 하고 뛰어 나간다.
우이동 도선에 도착해서 스틱을 챙기니 뭐냐? 스틱 한쪽이 계속 헛도는 게 아닌가
이게 또 말썽이네. 내려올 때는 어두워져서 스틱이 꼭 있어야 하는데
10여 분 이상을 실랑이를 하다 보니 제대로 조여진다.
woo ~ c 그렇잖아도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급한데 스틱까지 말썽이야.
그래서 평소같이 야생화 찾으러 기웃거리지 않고 조신하니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물도 먹고 복숭아도 한쪽 먹으며 올라가는데 이온음료가 자꾸 당긴다.
그렇게 한눈팔지 않고 백운 산장에 도착하니 산장 쥔네들께서 저녁 식사하시네.
포카리스웨트 하나 사서 벌컥벌컥 마시고 나니 갈증도 풀리고 먹고 싶던 포카리도 먹고 나니
쥔네들께서 식사하는 밥상이 눈에 쏘옥 들어온다.
"열무김치 맛있겠어요."
"맛있어요. 먹어봐요." 하시며 밥도 좀 줄 테니까 한술 뜨고 가라고 하신다.
마음이야 열무김치에 밥 한술 얻어먹고 가고 싶지만 해지기 전에 올라가야 한다고 사양하고
열무김치만 한 젓가락 맛보고 올라갔는데 그래서 나도 오늘 열무김치 담았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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