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거북이가 토끼들 속에서 산에 오르고 나니
온몸이 후덜덜 삭신이 쑤시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다.
귀때기청이 대청, 중청, 소청 3형제에게 귀싸대기 맞고
우리 산객들에게 분풀이하는 양 산길이 어찌나 고약하던지
귀때기청 찾은 사람마다 힘들다고 다들 죽겠다고 푸념이다.
하산 후 탐방센터에서 만들어 놓은 계곡 물줄기에
세수를 하고 손발을 씻고 나니
"아고야 ~ 이제 좀 살겠다."
나뿐만 아니라 산행 마친 사람들도 다 같은 말을 한다.
정말 고생들 많이 했다.
산행 중 중간에 양말을 한 번 갈아 신어서
여분의 양말이 없었기도 하였지만
온종일 등산화에 갇혀 있었던 발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
맨발로 등산화 꺾어 신고 터덜터덜
버스 승차장에서 서울행 막차를 기다렸다.
6시 35분 차라더니 어찌 된 일인지
6시 50분이 되어서야 버스가 오고
지칠 대로 치진 산객들은 버스에 오르고 나서
하루 산행의 피로에 잠시나마 쉼을 얻는다.
그런데 내가 앉은 옆자리 두 아저씨 산행 후에도 에너지가 남았는지
쉴 새 없이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가고
너무 피곤해 머리도 멍한데 귓전에 두 아저씨 수다에
잠을 청할 수도 없어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그러던 중 뒷좌석의 산객 한 분이 나오더니 버스 기사에게 청하기를
차내에서 좀 조용히 가자고 방송 좀 해달라고 . . .
기사 아저씨는 방송은 해줄 수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면서 말꼬리를 흐리며
"직접 얘기 하세요." 한다.
그럼 승객끼리 싸울 텐데 그렇게 해요? 싸워요?
그 산객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자리로 돌아간다.
그런 속에서 원통에 도착하고 화장실 가실 분들 다녀오라기에
난 산에서 아침 식사만 하고 점심을 먹지 못한 상태라
편의점에 가서 빵을 하나 사서 오니
얼레? 뭐 이런 개 같은 경우야?
옆자리에 같이 앉아가던 산객이 자신의 배낭을 내 앞에다 놓고
자신은 다리를 쭈 ~ 욱 뻗고 앉아 있다.
"아저씨, 배낭 치워 주세요. 제가 불편하니까요." 하니까
자기 쪽으로 다리를 뻗으란다. 자기 배낭에 신발 닿아도 되니까.
나원 참, 그럼 나더라 옆으로 비스듬히 앉아 가라고? 허리 아프게?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치울 생각도 않고 묵묵부답이다.
덩치는 커다란 인간이 어떻게 저 편하자고 남 불편하게 해.
피차 산행 후 힘든 건 마찮가진데 매너 없게시리 . . .
(난 문 앞 창가 쪽 좌석에 앉았음)
그렇다고 그냥 갈 내가 아니지.
배낭을 들어 자기 발 앞에다 옮겨 놓고
내 배낭을 앞에 놓고 발을 배낭 위에 올리고 물에 적셔 온 수건을
발목에 올려 놓으니 한결 개운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수다 삼매경에 빠진 두 아저씨들 힘도 좋아
다른 산객들 대부분은 지쳐 잠들어 있는데
1시간을 버스가 달려 가는 동안에도 소근소근도 아니고
보통 대화하는 톤으로 계속 떠들며 간다.
"아저씨, 아저씨 . . ."
얘기 하느라 내가 부르는 소리도 못듣고 계속 이야기 중 . . .
다시 부르니 그제사 돌아보기에
"아저씨, 아저씨들은 안 피곤하세요?"
". . . . . ."
"다른 사람들은 많이 피곤하거든요. 저도 그렇구요."
"아, 네, 네 미안합니다."
그래도 기본은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그렇게 말하고는 둘이 소근 대기를
"여자들도 때로는 용감할줄 알야야 돼.
우리 마누라는 너무 착하기만 해." 한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
"뭐 이런 여편네가 다 있어? 그래, 너 잘났다."
하는 남자도 있을텐데 . . . ㅎㅎㅎ
어찌 되었든 그 후로는 조 ~ 용한 가운데 서울로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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