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부터 난 긴 머리를 하였다. 까칠한 성격에 목 뒤에 머리카락이 닿는 게 싫어 늘 올림머리를 하였는데 재작년 가을부터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머리카락이 자꾸 빠져서 몇십 년 만에 처음으로 어깨 닿을 정도로 자르고 이마 위가 횅한 이유도 있지만 자주 사진 여행을 하러 나서기 때문에 외출할 때는 늘 모자를 쓰고 다닌다. 처음엔 싹둑 잘린 머리가 어색해 자꾸 손이 가기도 했지만 이내 손질하기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검색을 하다가 "소아암 환자들에게 머리카락 기부"로 가발을 만들어 주자는 캠페인을 보게 되었다. 개털 된 후 주머니 사정이 늘 가볍다 보니 남을 돕는다는 것은 마음뿐이었는데 마음만 있다면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도 머리카락을 길러 기부하자 하고 파마도 하지 않고 계속 기르게 되었다. 가끔 자르고 파마를 할까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였지만 기회라는 게 늘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또 다음에 뜻이 있어 일부러 기르려면 쉽지 않기에 좋은 마음으로 머리카락을 기르게 되었다. 2년 동안 파마를 하지 않았고 1년 반 넘게 계속 길렀는데 숱이 그다지 많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일에 사용되니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그런데 미장원의 아가씨 머리카락을 자른 게 손실이 좀 되게 잘라서 좀 마음 상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냥 가져와 포장하였다. 우리나라엔 약 10만 명의 암환자가 발생한다는데 그중 1,500여 명이 소아암 환아라고 한다 소아암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으면 완치율이 80%에 가깝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도 수술비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있어 우리 일반인들이 도와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금전적인 기부와 후원은 정기후원과 일시후원이 있고 직접 가서 도와줄 수 있는 자원봉사가 있고 헌혈증 기부와 더불어 모발 기증으로 도와줄 수 있다. 내 능력으로는 앞의 도움은 주기 어려우니 모발 기증을 하기로 하고 드디어 오늘 머리카락을 잘랐다. 아마 내 평생에 가장 짧은 머리카락 길이가 아닐까 싶다. 바로가기 한국 백혈병 소아암 협회www.soaa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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