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입이 짧아 돼지고기, 닭고기, 순대, 곱창 . . . 등등
보기에 좀 이상하게 생기든지 냄새가 강하든지 하면
안 먹는 게 참 많아서 고기는 소고기만 생선은 구운 것만 먹다 보니
울 엄니 하나라도 더 챙겨 먹이려고 애 많이 쓰셨다.
여름 되면 더위 타느라 물만 들이켜고 입맛이 없어 밥을 잘 안 먹으려 할 때
참기름 호박 볶음이나 찐 가지 무침 해주면 겨우 밥을 먹을 정도였는데
결혼해서 아기 임신하면서 먹지도 않던 돼지고기, 닭고기, 순대, 곱창도 먹게 되었고
아직 보신 음식은 먹지 않지만 자랄 때 비하면 잘 먹는 편이다.
퍽!! 잘 먹는다고? 그게 잘 먹는다고? 깨작깨작?
어찌 되었든 지금은 즐기지는 않아도 남들 먹는 음식은 먹는다 이거지.
수 년 전 친정 언니가 별미집 한군데 있다면서 데리고 간 식당이 뼈다귀 해장국집
내 식성을 아는지라 "한 번 먹어 봐, 보기보다 맛이 괜찮으니까"
음식을 보며 난감해서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 . ." 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얼큰하니 맛이 괜찮았다.
망설이다 먹는 날 보고 "보기보다 맛이 괜찮지?" 다행스러운 듯 언니가 말했다.
그 후로 체인점 뼈다귀 감자탕집이 생기고
지금은 세상을 달리한 어릴 적 친구가 술 한 잔 하게 넘어와 해서 간 곳이
구리에 있는 "조마루 감자탕" 집이었는데
그 친구 집이 그 쪽이다 보니 얼마 전에 오픈했는데 괜찮더라 하면서
친구 마누라도 "언니 드셔 보셔요. 맛있어요." 했다.
언니와 먹어 본 후 몇 년 후의 일이었고 요즘은 가끔 감자탕을 먹곤 한다.
어제 마트에 가니까 등뼈가 한 팩에 5천 원이라고 되어 있었다.
5천 원? 싸네. 한 팩 사다가 감자탕 끓일까? 하고 사 와서
신 김치 넣고 감자 몇 개 넣고 보글보글 끓였는데
감자탕 집에서 먹는 것보다 덜 느끼하니 괜찮다.
작년에도 한 번 끓여 봤는데 집에 감자가 없어서
김치만 넣고 끓여서 등갈비찜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감자를 넣고 끓였으니 제대로 된 감자탕이다.
엄마, 아빠 식성 닮아서 입이 짧은 우리 애들 먹어 보더니
"괜찮네, 맛있다." 한다.
우리 애들이 맛있다고 하면 맛있는 거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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