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평생에 점이라고 딱 한 번 봤다.
20년 전, 밴댕이 어음 부도 나서 생활비 걱정하는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는데
큰 며느리와 시엄니 두 사람 다 성질이 만만잖아 다투면
시엄니 사별하고 혼자 사는 큰 시누이네 가 계시곤 하셨는데
그때도 또 다투고는 큰 시누이 집에 가 계셨다.
그런데 부도나 죽어라 하고 있는 판에 시엄니 모시고 오자고 한다.
항상 밴댕이이가 하자 하는대로 YES만 하고 살다가
내가 처음으로 NO라고 대답을 했더니
"충격이다, 너가 이런 여자인 줄 몰랐다.
어머니 모셔 오자고 하는데 어떻게 싫다고 할 수 있냐?" 하기에
"모시고 오면 생활은 어떻게 해?
지금 형편에 모시고 오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푸성귀는 드시지도 않고 생선, 고기만 드시는 분인데
지금 애들 먹이는 것도 제대로 못먹이면서
모시고 오기만 하면 되냐고 . . ."
그때 시댁 치다꺼리 하며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답답해
신 내린지 얼마 안 된 박수 무당이 있다고 해서
처음으로 당고개로 점을 보러 갔는데
우리 식구들을 보니까 딱딱 잘도 맞추기에
애들 아빠하고 헤여지고 싶은데 헤여질 수 있냐고? 물었더니
우습게도 내가 마음이 약해서 못헤여진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헤여지려고 법원 가서 서류까지 넣기도 했지만
정말 찢어지지 못하고 이렇게 살고 있는데
대신 나는 시엄니 돌아가시고 시형제들과는 단절하고 살고 있다.
밴댕이도 시엄니 살아 계실 때는 자기 형제들 안 보고 살겠다고 하더니
시엄니 돌아가시고 왕따 되니까 그래서 피붙이가 그리운지
밴댕이 혼자 일 있을 때마다 찾아 다닌다.
그 후로는 점술이든, 운세든, 토정비결이든 관심 두지 않고 살아 왔는데
바람방 운영을 하면서 "오늘의 운세"를 올리다 보니
믿든 안 믿든 의무적(?)으로 매일 매일 챙겨 보게 되는데
오늘 운세를 올리면서 보니까
"생각지도 않은 지출이 생기게 된다"
그려, 친구 엄니 돌아가셨다고 연락 와서 오늘 문상 다녀 와야 혀. 했는데
저녁 무렵 한양대 병원에 가서 문상을 하고 돌아오는 중에
싸가지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밤에 응급실 가면 진료비 비싸지?"
"그럼, 응급센터로 가면 외래 진료보다 훨 비싸지. 그런데 왜? 어디 아파?"
"운동 하다가 옆 사람 아령에 손가락을 부딪혔는데
아프고 부어서 병원 가봐야 될 것 같아."
"비싸 건 말 건 빨리 병원 가봐야지. 엄마 집 다 와 가니까 병원 앞에서 만나."
그래서 병원 응급실로 가서 X-ray 찍어 보니까
이런 ~ 가운데 손가락 뼈가 금이 갔다네.
뭐여? 오늘의 운세에 생각지도 않은 지출이 있다고 해서 조의금인가보다 했더니
정말 생각지도 않은 지출이 또 생겼네.
지랄 맞은 운세 . . .
운 좋은 점괘 나올 때는 맞지도 않는 게
요런 날은 우째 그리 잘 맞은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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