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전형적인 주택가이다 보니 우리 집 뒷쪽에 폐가가 두 채 있었는데 "이 나무 겹벚나무인데 봄되면 꽃이 큼직하게 피어 참 예쁘던데 . . ."
집집이 과실수나 꽃나무가 있는 집이 많다.
계절을 맞이 할 때마다
나무가 변하는 것을 보며 골목을 지나가면
남의 집 나무지만 보는 것으로도 사랑스럽고 즐겁다.
보기도 흉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지저분한 것들 다 갔다 버려서
도대체 이 집들 소유주가 누군데 몇 년을 이렇게 방치 하는지 의아했다.
그렇게 몇 년을 두더니
3년 전에 앞에 한 채를 허물고 텃밭으로 만들어 갖가지 야채를 심더니
그 이듬해에는 뒷 채 마저 허물고 철망으로 담장을 치고
화단에 심는 키 작은 나무들을 철망 안에 심어 놓고는
이상한 종교 단체의 땅이라고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경고문을 붙여 놓더니
작년 부터 그 앞 집에서 배추를 심고 고추를 심어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폐가에는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가 두 그루가 있었는데
한 그루는 어른 두 사람이 품을 정도의 큰 은행나무이고
또 한 그루는 꽃이 탐스럽게 피는 겹벚나무로
가끔 내가 사진 찍어 올리곤 하던 그 나무들이다.
어느 날 그 앞을 지나가는데 뒷채 폐가마저 헐고 없었는데
어머나, 저 예쁜 나무를 베어 버렸네.
아름드리 겹벚나무를 베어 버리고 밑둥만 남아 있었다.
작은 나무도 아니고 양 팔로 안아도 안되는 큰 나무를 . . .
마침 어떤 아저씨가 둘러보고 있기에
"아저씨, 이 나무를 왜 베어 버렸어요? 작은 나무도 아니고 너무 아깝네요."
"작업하는 사람들이 나무가 거추장스럽다고 베어 버렸어요." 한다.
"그래요? 일하는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베어 버렸어요."
그 아저씨도 꽃나무가 예쁘다고 했더니 조금은 아쉬운 듯 대답한다.
그런데 나무 한 그루 심어서 키우는 게 참 힘들구나는 깨닭고 사는데
작년 9월 중순 싸가지가 자몽을 먹다가
"엄마, 자몽 속에서 씨가 싹이 나려고 해. 심으면 날까?"
"그래? 그럼 함 심어 보자." 하고 심었는데
처음에는 눈에 뜨게 쑥쑥 자라 싹이 올라오더니
11월 겨울로 들어서니까 성장을 멈춰 버리더니
겨우내 자라지 않고 생명만 연장 하고 있다.
요즘 날씨가 따뜻해서 밖에 내놓으면 햇빛 보면 자랄까? 하고는
4월 들어 밖에 내놓고 밤에는 비닐을 씌어 춥지 않게 해주고 있는데
어라? 한 녀석이 누렇게 잎이 변하더니 죽는 게 아닌가
얘는 실내에서 키워야 되나? 너무 일찍 밖에 내놓았나?
이렇게 나무 한 그루를 심어 잘 자라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보살핌으로 키워야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아무리 하찮은 나무라도 베어 버린다는 것이 안타까워
가끔 새 건물을 짓기 위해 나무들을 베든 뽑아 버리는 것을 볼 때
저 나무 갖다 심을 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막상 작은 씨앗에서 발아해 싹이 돋아 자라는 것을 보며
나무를 너무 쉽게 베고 뽑는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없애 버리려면 주변에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지 그 사람들은 그저 필요 없고 경비 들어서 라고 말하겠지.
그런데 몸통을 베어 버리고 밑둥만 남아 있던 겹벚나무가
오늘 마트 다녀오면서 보니까
밑둥 둘레 돌아가면서 잔가지들이 쭉쭉 자라 있는 게 아닌가.
참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새순이 돋는 은행나무
겹벚나무의 새 가지들(뒤에 은행나무)
작년 9월의 자몽 싹
작년 11월부터 성장이 멈춘 자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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