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내가 엄살쟁이라고?

智美 아줌마 2013. 10. 7. 00:26

저 가스나 멀대같이 키가 자꾸 커서 우짜노?
저래 커 갖고 시집은 가겠나?
성장기 때 집안 어른들께 늘 듣던 말이다.

자고로 여자는 아담하니 품에 쏙 들어와야 된다고
나같이 키 크면 어른들께 걱정 말을 듣게 되었는데
울 언니는 고딩이 때 158 ~ 159cm 정도
난 중3 초에 벌써 162cm가 넘고 있었으니
시골에서 어른들께서 올라 오시면
올 때마다 키가 자꾸 크는 것을 보시곤 한 걱정을 하셨다.

1년에 한 뻠씩 큰다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이
그렇게 폭풍 성장을 하였는데
키가 커서일까? 하체가 부실해서일까?
여차하면 발목을 잘 삐긋하여 파스를 붙이고, 침을 맞곤했다.

아, 그런데 주사든 침이든 정말 맞기 싫다.
나이 들어도 주사 맞는 것이 너무 싫어
감기라도 고약하게 걸려 병원에 갔을 때
주사 처방이라도 하려면 "싫어요, 주사 안맞을래요." 한다.

평소에 산이든 여행이든 다닐 때면
발바닥과 발목이 무지 아프지만
나이 한 살 두 살 더 들면 몸도 점점 부실해질텐데
아프던 말던 "다닐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자" 하는 마음으로 다닌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는게 내 생활에서 숨통을 트이게 하고
나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의 즐거움이랄까?
그런데 이 넘의 발목이 내 즐거움의 발목을 잡는다.

이번 설악산 산행 때 오색 코스로 오르면서
살짝 삐긋?
조심해야겠다. 다리에 쥐가 나지 않게도 조심해야지.
무리하지 않고 내 페이스에 맞게 올라갔는데
다음 날 봉정암에서 오세암으로 내려오면서
쿵!! 삐긋?
아고 ~ 아파라. 같은 왼쪽 발을 또 삐긋하였다.

미리 소청 대피소에서 출발하기 전에 파스를 붙이고 내려왔지만
하산 길은 다치지 않아도 관절에 무리가 가는데
삐긋하고 나니 빨리 내딛지도 못하고 발 사려가며
그래도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오늘 모임 다녀오면서 버스 정거장에서
또 왼발을 삐긋?
아고고 ~ 아파라.
안되겠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한의원 들려 침이라도 맞고 가야겠다.

침이든 주사든 정말 맞는 게 싫지만 어찌 하겠는가
그래야 또 열심히 돌아다니지. ㅎㅎㅎ
엥? 한의사께서 침을 놓으시고 부항까지 놓으시겠단다.

아, 부항 싫어요. 아파요. 무서워. . .
벌써 하나 놨는데 하시면서 또 하나를 붙이신다.
이잉 ~ 아파요. 안맞을래요.
많이 아파요?
아니요. 아파질려고 해요. 무서워서 . . .
하도 엄살을 부리니 한의사께서 부항을 떼내신다.

진맥을 하시면서 발목 뼈가 다른 사람은 둥그런데
내 뼈는 약해서 날카롭고 인대가 약하다며
이런 발목으로 산에 다니면 안된다고 하신다.

MRI 찍었을 때 괜찮다고 했는데요.
골밀도도 양호하다고 했구요.
MRI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면서 산행은 자제하라고 하신다.

그리고 내 몸이 예민한 체질이라
증명되지 않은 민간 요법이나 한약, 건강 식품을 함부로 먹지 마라고
그런 것이 되려 내 몸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고 하신다.

에효 ~ 내게서 즐거움을 빼앗으려 하다니
산이든 들이든 많이 돌아다니지 말라고 . . .
침 맞고 찜질하고 진료비 계산하고 나오는데
간호사가 내 뒷통수에 대고
'많이 걷지말고 쉬세요."

이런 ~ 이제 나한테 무슨 재미로 살라고 내 발목을 잡나그래 . . . ㅠㅠ

2013년 10월7일

'내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돈. 마음보를 곱게 써야지  (0) 2013.10.14
인간아, 그렇게 살다 뒈져라   (0) 2013.10.11
나 사진 모델 했구먼.  (0) 2013.09.28
산막이 옛길에서   (0) 2013.09.20
어이없는 날벼락  (0) 2013.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