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어이없는 날벼락

智美 아줌마 2013. 9. 19. 00:19

야호 ~ 추석이다.
추석이래야 뭐 별 볼일 있겠는가.
그런데 우리 짱구 덕에 별 보는 일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강쥐들 밥부터 챙겨주고
주방에 가서 아침 끼니 때울 것 대충 책상에 가져다 놓고
컴부터 켜놓고 보는데
오늘은 추석이니 외출할 것도 아니지만
세수하고 머리 드라이까지 하고 책상에 앉았다.

명절이니까 부시시 있자니 좀 그런 것 같아
머리 드라이까지 했는데
준비하고 기다린 듯이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지 않았겠는가.
진짜 "어이없음"이다.

글 올라온 것 확인하려고 클릭하려는데
방문이 휙 ~ 열리더니
"엄마, 귓 속에 벌레 들어갔어. 아 ~ 아파 . . .
누나, 빨리 인터넷 검색해봐, 어떻게 해야되나."

"검색할 필요도 없어 빨리 병원 가야돼.
얼른 병원 가자."

"오늘 이비인후과 열은데 없잖아."

"백병원 가, 백병원 가면 돼." 하며
짱구 데리고 백병원으로 갔다.

응급실이야 늘 만원이지만 날이 날인 만큼
소소한 환자들로 바글바글 . . .

동태전 썰다가 새 칼에 손을 벤 아줌마
손바닥 화상을 입어 온 돌쟁이
눈에 티끌이 들어간 할배

내리막 길에서 엎어져 다친 아가씨
눈탱이 밤탱이 되어 팔까지 붕대로 둘둘 말고 온 아줌마
나뭇가지가 뿌려져 떨어지며 팔을 찍어 다친 총각

동태전 먹다가 왕가시가 걸려 온 아줌마
귀 뒤를 다쳐서 온 쌍둥이 아기 등등 . . .
별별 상황에 처해서 온 환자들로 응급실이 북새통이다.

다행히 큰 사고 들어온 환자는 없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스러운데 우리 짱구까지 한 몫 보탰으니
웃어야 돼? 울어야 돼?
웃어야지. ㅎㅎㅎ

※ 우리 밴딩이 짱구 귓 속에 벌레 들어갔다는데
얼른 차 시동 켜고 병원 데리고 갈 생각은 안하고 화장실에 들어 앉아 있더니
병원에 사람 많아 기다리고 있는데 싸가지한테 전화해보라며 연신 채근한다.

성묘를 가는데 아들 데리고 가려고 그랬는지
끝내 우리가 2시간 반만에 집에 오니까 혼자 다녀왔단다.
성묘가 대순가 나한테는 내 아들이 우선이여.

2013년 9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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