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연 나들이

금난새에 빠지다

智美 아줌마 2013. 5. 29. 23:36
얼마 만에 간 음악회인가
음악이 있어 행복하고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는 금난새 선생님의 말씀대로
진정 나 또한 행복 만땅 충전하고 왔다.

얼마 전 문득 음악회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세종문화회관에 들어가 보았더니
천원의 행복이라는 코너가 있어 신청을 할까 하다가
어떤 공연이 있나 살펴보니까
내가 좋아하는 금난새 선생님의 음악회가 있는게 아닌가
 1977년 최고 명성의 카라얀 콩쿠르에 입상하시고 지휘자의 길을 걷고 계신 분이다.

처음 금난새 선생님의 음악회에 간 것은
1980년 귀국 연주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그 사람과 함께 1973년 개관한 남산 국립 극장에서의 금난새 귀국 연주회였는데
기억에 당시 입장료가 5천원인가? 큰 돈이였다.
그때 그 사람이 늦깍이 복학생 신분이라 주머니 돈을 털어도 둘이 입장료가 모자라
세계 사격 선수권 대회 기념 주화 500원까지 합쳐서 내고
둘이 첫 귀국 연주회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음악 감상이야 늘 집에서 전축으로 듣는 음악과
명동 필하모니 음악 감상실에서 듣는게 전부였는데
국립극장에서 버라이어티하게 듣는 음악회는 가히 환상적이였다.

금난새 선생님의 다정다감하게 들려주시는 해설과 더불어 듣는 음악은
듣는 이들로 하려금 금방 푹 빠져들게 하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첫 음악회로 3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 속에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때 그 사람과 함께 . . .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광화문
공연 시간보다 2시간 먼저 도착해 사진 전시회도 보고 거북선 체험관에도 들어가보고
한우 전문점 "바심"에서 갈비탕도 먹고 커피 한 잔하며 비내리는 저녁 풍경도 보면서
오늘 음악회를 생각하며 마음 설렌다.

시간이 되어 들어가니 삼삼오오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가득 하다.
악단들이 들어와 조율을 하고나니
드디어 금난새 선생님께서 들어오신다.
우뢰와같은 박수가 이어지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잉? 이 무슨 소리여?
엄마, 금난새가 사람 이름이였어?
난 새 이름인줄 알았네.
옆에 앉은 가족의 초딩이 딸이 한 말이다.

아, 한심한 가족
아이들을 이런 음악회에 데려오려면 기본적인 상식은 알려주고 왔어야지
생각없이 데리고와 듣게 하면 이해도 안되고 오래 기억에 남지도 않을텐데
에효 ~ 

첫 곡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1악장 운명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교향곡 5번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해주시니 공연장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예술가 대부분이 가난한 삶을 살았지만 베토벤도 예외는 아니였다고 한다.

집세를 내지 못해 늘 집주인에게 독촉을 받으며 살았는데
어느 날, 주인이 또 찾아와 현관 문을 탕탕탕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교향곡 제5번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 라는 베토벤의 이야기에서 부제가 붙게 되었다고 한다.

문득 이 이야기를 들으니 까마득한 후대의 나 이지만
그렇게 가난한 삶을 살다 가게 한 것이 왜 그렇게 미안한지
그 어려움 속에서 작곡한 곡들을 우리들은 편하게 들으며 행복해 하는게
너무 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송동건 섹소폰 연주자와 협연이였는데
아, 섹소폰 소리가 이렇게 부드러웠나?
오케스트라와 섹소폰 연주자와 협연 하는 경우가 드물어
오늘 음악회에 온 것에 또 다른 기쁨을 덤으로 받은 것 같다.

너무 감동적이라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뭉클한다.
너무 좋아서 . . .

그렇게 음악회가 무르익어가는데 옆에 앉은 초딩이 엄마가
아는 곡이 나오니 흥얼흥얼 따라 한다.
이 무슨 몰상식한 행동인가
저렇게 상식없는 엄마니까 딸이 금난새가 사람 이름이야? 하지

누구는 몰라서 입 다물고 경청을 하나?
오늘 연주하는 곡들은 내가 예전에 감상하던 곡들로 멜로디 정도는
나도 따라 할 수있지만 음악회에서 하면 안되는 행동인 것을
연주 중에 뭐라 할 수도 없고 듣는 내내 거슬려 죽는줄 알았다.

그러다 1부 순서가 끝나고 휴식 시간,  2부 순서 시작 하기 전에
"저기요. 2부 순서에는 따라 부르지 마세요.
음악회 와서 메너없게 누가 따라 불러요."
"네 . . ." 한다.

기분 상하였는지는 몰라도 얘기 하길 잘했다는 생각
2부에서도 많이 알려진 곡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중의 "여자의 마음"과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의 테너 독창이 있였는데
내가 지적하지 않았으면 또 따라 불렀을거다.

어찌 되었든 간에 2시간 동안 음악적 교류 속에서
행복한 마음 가득 담아왔지만
나도 하고 싶었던 음악 공부였는데 하는 아쉬움에 가슴이 짠하다.

학창 시절 교내 대회에서 지휘상까지 받았었고
우리 가곡 가고파, 옛동산에 올라를 작곡하신 이은상 선생님께서
작곡 공부를 해보라고 하셨는데
가슴에 묻고 살았던 것들이 고개를 내미니
이렇게 살고 있는 나 자신에 마음이 조금 아팠지만
오늘도 행복 만땅 재충전하고 와서 너무너무 기쁘다.

2013년 5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