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나, 이런 산행 처음이야

智美 아줌마 2012. 10. 11. 21:59
나흘만에 다시 찾은 설악산 흘림골
대승령 산행의 피로가 채 풀리기 전에 강행한 산행이라
다리 근육도 덜 풀리고 귀도 다 낫지 않았는데다
입술까지 부르튼 채로 설악산으로 go go go . . .

흘림골은 버스가 정차하지 않은 곳이라
한계령에서 내려 흘림골 지킴터까지 걸어가야 되기에
지난 6월 오색으로 대청봉에 오를 때
어떤 산행인이 버스 기사님한테 흘림골에서 좀 내려주십사 하고 부탁을 하였는데
버스 기사님 왈

"한계령에서 흘림골까지 운행하는 택시들이 있어서
버스에서 흘림골에 내려주는 것을 보면 택시 기사들한테 욕먹어요." 했다.

그런데 한계령에 도착하니 대기하고 있는 택시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흘림골에 내려준 것을 봤기에 나도 기사 아저씨한테 슬쩍 부탁을 해보니까
"장수대는 내려줄 수 있지만 흘림골에서는 안돼요." 한다.

그래, 나야 어차피 걸을 생각을 했지만
디아나가 내려준다면 걷지 않겠다고해서 말을 건내 본건데
언제 한계령을 걸어서 넘겠는가 싶어 잘됐다 생각이 들었다.

작년 설악산 단풍을 보겠다고 아우들과 함께하던 날
한계령에 도착했을 때
단풍은 커녕 잿빛 겨울 산이 되어있던 모습을 보고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퍼질러 앉아 울고 싶었던 심정이였다.
그냥 나혼자 가고 싶었을 때 갈 것을 하고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 . .

그래서 올 가을에는 내가 가고싶은 날로 5일, 9일로 정해서
버스표 예약을 해놓고 디아나에게 갈 생각있음 동행해라
버스표는 추가로 한 사람 더 예약하면 되고
간다면 미리 생일 선물로 내가 버스표는 끊어주마 했다.

기회는 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주워질 때 잡아야 되는 게 기회가 아닌가
내가 대승령, 흘림골을 또 가게될지도 모르지만
한번 다녀 온 코스는 가능하면 다시 가지 않으려고 한다.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은 데
갔던 곳보다 가지 않은 곳을 가야지 하고 계획을 세우는 게
내 여행 지표이다.

그렇게 해서 동행한 설악산
한계령 구비구비 돌아돌아 걷는 기분은 너무 상쾌하고 좋아서
자꾸 콧노래가 절로 나와 흥얼흥얼 거리며
눈과 목 운동 열심히 하면서 커메라에 담으며 걷다보니 흘림골에 도착하였다.

워메 ~ 뭔 일이여?
평일인데도 흘림골에는 관광 버스들이 줄지어서
사람들을 한 무더기씩 쏟아내고 쏟아내고 한다.

뭐여? 저 사람들 다 백수여?
아니면 놀고 먹는 갑부들이여?
평일인데 일들 안하고 다 단풍 구경 온겨?

대부분이 산악회 사람들이라 줄줄이 잘도 올라간다.
우리야 워낙 거북이들이라 따라 가겠다는 생각보다
우리들 앞 서서 가라하고 비켜주며 산에 오른다.

그런데 흘림골에서 오색으로 내려가는 등선대를 넘을 때는
경사도가 높은데다 길이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빨리빨리 내려가지를 못하니까
등선대를 오르는 사람들이 계속 지체가 되고
그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3, 40분이 걸려서 넘어가게 되었다.

많은 산행은 하지 않았지만
나, 살다살다 이런 산행은 처음이야
말로만 줄 서서 기다리며 산에 오른다는 얘기를 들었지
정말 내가 이렇게 길게 늘어 선 대열에 끼어 기다리며 산에 오르게 될줄이야.
ㅎㅎㅎ

설악산 흘림골 코스는 산행하다보니
꼭 천불동 계곡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산세가 천불동 계곡보다 낮고 골짜기가 덜 깊지만
설악산의 면모를 갖춘 코스였고
단풍은 대승령 쪽이 더 알록달록 붉게 물들어서
흘림골보다 대승령의 단풍이 더 아름다웠다.

흘림골에서 오색으로 내려오는 코스여서
오색 약수를 떠오자 하고 빈 패트병을 하나 챙기며
디아나에게도 준비하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 출발하기 전에 전화를 하니까

이런 ~ 뭐여뭐여? 우째 전화를 안받는겨.
다시 해도 전화를 안받는다.
슬슬 또 불안해진다.

옷까지 다 챙겨 입고 양말만 신으면 준비 끝!!
다시 전화를 하니까 그제사 전화를 받는데
비몽사몽 . . .
뭐여? 아직도 안일어난겨? 난 지금 출발할 참인데 . . .
아뭏든 빨리 준비하고 나와 하고는 전화를 끊고
난 내 일정대로 출발을 하였다.

버스를 타고 전철 첫차를 타려고 가다보니
에구 ~ 버스표를 취소하고 다음 차로 예약할 수 있으면 바꿀 걸
수수료를 물망정 . . .

그래서 전철역에 내려서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PC방에 가서 확인을 해보려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녀봐도 우째 PC방이 안보이는지 . . .

하는 수없이 에라 모르겠다.
시간 안에 오면 같이 가는 것이고 못오면 버스표 한 장 날라가도
혼자 가야겠다 하고 전철역으로 내려갔다.

나야 여유있게 출발을 해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지만
디아나는 어케되고 있는지 전화를 하니까
출발하려고 한단다.
미챠부러 . . .

나보다 서너 정거장 나중에 타니까
어찌 되었든 다행스럽게 디아나도 첫차를 놓치지 않고 탔는데
4호선은 2분 연착이 되어 늦게 왔고
환승하는 2호선은 3분 빨리 도착을 하였다.

그렇게 시간에 쫓기며 나서다보니
디아나는 오색 약수 담을 패트병도 못챙기고 와서
나만 큰 패트병으로 한 통 담고
디아나는 작은 물병에 하나 담아줬다.

오색 약수는 철분과 탄산질이 많아 물맛이 특이한 것으로 유명하며,
위장병 ·신경통 ·피부병 ·빈혈 등에 효력이 있고
특히 메밀꽃 피는 가을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청송 주왕산의 달기 약수 물맛과 비슷하다.

그렇게 설악산 흘림골 산행을 마치고
유명한 오색 약수도 떠왔으니 일거양득한 산행이 아닌가.
글 읽느라 수고 하셨는데 오색 약수 한 잔 드실려우?

2012년 10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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