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장을 보는 마트가 집 가까이에 있어
오며 가며 편리하게 잘 이용을 하고 있는데
두 세달 전부터 배송 담당 아저씨들이 자주 바뀌어
우리 집을 찾지 못하고 벅벅대기 일쑤였다.
솔직히 우리 집이 주소로만 찾아오기가 좀 모호한 위치에 있어
처음 오는 사람들은 헤매기도 하는데
유독 한 아저씨가 우리 집을 못 찾아 한참을 헤매고
몇 번을 전화해서 찾아왔다.
근래 들어 배송 업체가 바뀌는 바람에 그렇다고 하지만
이유야 알 수 없지만 한 번씩 바뀔 때마다
배송이 늦어지고 집 위치를 묻는 전화가 오고
집 부근에서 헤매나 싶어 마중(?)을 나가봐야 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고 찾아 온 아저씨가
이런 일을 처음 하는지 보기에 익숙지가 않아 보여서
신출내기인가 보다 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한 달 넘게 하다 보니 이젠 여느 아저씨같이 익숙해 보인다.
처음 우리 집을 많이 헤매다 찾아와서인지
그 후로는 내가 마트를 가면 우리 집을 안다고 하며
박스 포장도 도와주며 너스레를 떨곤 한다.
우리 집은 물건을 가져오면 강쥐들이 짖어서
내가 바로 나가 챙기니까 현관 앞에 그냥 놓고 가라고
항상 박스에 메모를 해놓는다.
얼마 전에 피자를 사서 들고 마트를 갔는데
그 아저씨가 입구에 서 있다가 나를 보고는 아는 척을 하며
피자 사가시네요. 하기에
시간상으로 출출할 것 같아서 한 쪽 드려요? 했더니
그렇잖아도 출출한데 주시면 감사하죠. 한다.
그래서 한 쪽 떼어 주고는 필요한 것 간단하게 사서 들어왔는데
그 후부터 더 친절하게 나를 챙기는 게 아닌가
많이 무겁지 않으면 가능하면 배달을 시키지 않고
조금 힘들어도 그냥 내가 들고 오는 편이다.
그날도 들고올 만해서 배달을 시키지 않고
박스에 담아 들고 오려니까
그 아저씨 집에 갖다 주겠다며 들어다 차에 실어 버리고
그냥 가지고 오려고 해도 배달 시키라고 챙겨 준다.
아저씨 배송 장도 없는데 그냥 가져가면 어떻게 해요? 하니
집 아니까 괜찮아요. 먼저 가 계세요. 한다.
그래주면 내 몸은 편하겠지만
궂이 배달까지 시킬 정도는 아닌데 하고 말았다.
그런데 내가 마트에 갔을 때
배송 전이면 먼저 와서 인사를 하고 아는 척을 하곤 하는데
그러다 어느 날엔 우리 집에 물건을 갖다 놓고 간 것 같아 나가니까
"아줌마 보고 가려고 기다렸어요." 한다,
우스개 소리로 하는 농담이겠지만
내가 괜한 인정을 베푼 게 아닌가 싶어
피차 서로 과잉 친절은 불편을 야기 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 가면 계산 직원들과도 얘기를 잘하는 편이라
직원들이 작은 부분이라도 마음 써주려고 하고
나도 그냥 허물없이 편하게 대하며 지내다보니
손님과 종업원의 관계보다 편한 이웃이라고나 할까
아뭏든 난 오지랖 넓고 인정이 많은 게 문제야.
그리고 요즘엔 남자들 가까이 하기 싫어지는 것도 문제고 . . . ㅎㅎㅎ
2012년 9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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