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입은 즐거우나 배는 괴로워

智美 아줌마 2012. 9. 18. 21:49

산바가 우리나라를 강타하는 중에 추적추적 내리는 빗 속을 헤집고
여친들 만남이 있는 마장동 축산 시장으로 간다.

141번 버스가 그곳으로 가기에 버스를 타고 가는데
두어 정거장을 갔을까
어떤 할머니께서 타시더니 버스 카드 체크를 하시려
차에 오르자마자 들고 있던 우산을 냅다 바닥에 패대기를 치신다.

아, 깜작이야.
별 생각없이 앉아 있다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그 할마시 한 성질 하시네.
그냥 바닥에 내려 놓아도 툭 소리가 날텐데
우째 저렇게 패대기를 치시는겨.

참나, 그리고는 바로 내 앞자리에 오셔서 앉으시면서도
또 우산을 바닥에 패대기를 치시니
우산이 버스 바닥 가운데 널부러져 있어도
한쪽으로 치우실 생각도 않고 그냥 앉아 가신다.

뉘집 시어머니인지 시집살이 대단하겠네.
뭐가 그리 못마땅하셔서 저렇게 행동을 하시는지
나와 상관없는 할마시지만 보고 있자니 불쾌하기 짝이없다.

나이 들면 점점 늙어가는 게 어쩌면 추해질 수도 있는데
저렇게 얼굴에 성깔을 긋고 사시면
자신에게도 주변 사람에도 생활이 짜증스럽게 할텐데
연세 드셔서까지 저런 품성을 못버리시다니
저 할마시 집안이 궁금해진다.  어찌 사나 . . .

그런 생각을 하며 약속 장소 식당으로 갔는데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서 육가공 업체를 운영하는 친구가
한우를 13만원어치를 사와서 보따리를 푼다.

뭐여?
식당에서 고기가 나오는 게 아니고 고기를 우리가 사다 구워 먹는겨?
그렇단다.

그곳 시장에는 바닷가 횟집같이 회를 떠다가 식당에 가서
야채며 음료수든 술이든 매운탕을 끓여 먹듯이
이곳 식당에도 손님이 고기를 사와서 식당에서 준비해주는
밑반찬이나 야채, 된장찌개, 밥 등을 주문해서 먹는데
1인당 5천을내면 기본 반찬이 나오고
밥이나 된장찌개, 음료등을 추가 계산하면 된다고 . . .

아, 그렇구나. 고기도 이렇게 먹을 수 있네.
그렇게 해먹으니 한우를 시중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양껏 먹을 수 있었는데
식당에서 나온 식대가 7만원 조금 더 나왔다니까
한 사람 앞에 2만원 정도로 맘껏 한우 먹은 것이다.

마장 축산 시장에 그런 식당이 몇군데 있다고 하니까
혹 모임있을 때 한번쯤 가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다른 친구가 따로 부탁을 해서 1근 포장 단위로 된 것을 사가지고 왔기에
우리 애들 준다고 나도 한 근 가져 와 짱구를 구워주니까

"엄마, 고기 진짜 맛있어요." 한다.
한우는 비싸다고 늘 수입육만 사다 먹이다가
모처럼 한우를 사다 먹였더니 찐짜 맛있다고 너스레 떤다.

마장도 축산물 시장에서 두 친구가 장사를 하고 있는데
한 친구는 한우, 한돈을 치급하고
또 한 친구는 수입육 도매업을 하기 때문에
선물을 하든 집에서 먹든 좀 많은 양을 살 때는 친구들 한테 가서 사면
믿을 수 있고 덤으로 다른 부산물까지 얻어오곤 한다.

어찌 되었든 오랜만에 한우 배부르게 먹고
그 덕에 우리 강쥐들까지 한우로 포식했다.
술 안주로 먹는다고 구워 놓을 걸 우리 강쥐 주자고 몇개 챙기니
친구 가스나가 불판에 있는 것 다 갖다 먹여라.
난 다른 반찬으로 안주 하마 하며 챙겨줬다.

그렇게 다들 양껏 먹고도 한 근 넘짓 고기가 남아
오늘 식대 계산하는 친구 아들 휴가 나온다고해서 가져가라 했다.

여러분 ~ 한우 드시고 싶지요?
나, 한우 배부르도록 먹었다. ㅎㅎㅎ

2012년 9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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