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역시나 강북 스타일 ~

智美 아줌마 2012. 9. 15. 21:46

어제 평택아이 면회 가려고 마을버스를 타고 전철역으로 가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배낭을 메고 손에는 한짐 가득 들고
내 앞좌석에 앉으시는데 보기에 그 무게가 만만잖게 느껴진다.

이 오지랖 넓은 나잘난 여사 그냥 지나치겠는가
"할머니, 이렇게 무거운 것 들고 다니지 마세요.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무겁긴 해도 아들네 갖다주려고 이것 저것 반찬 해갖고 가는 거예요." 하신다.
"그래도 그러지 마세요. 젊은 사람들 다 해먹고 사먹어요.
엄니가 이렇게 무겁게 메고 들고 갖다줘도 그 마음 자식들은 다 몰라요.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해봐요. 그러니 무거운 것 들고 다니지 마세요. 했다.

"아들도 못가져 오게 하는데 며느리도 직장을 다녀서
그래서 해다 주는 거예요." 하시며 산본까지 가신단다.
그렇게 남의 엄니한테 잔소리(?) 한바탕 하고 내리려니까
할머니도 전철 타야된다고 내리시기에

손에 든 짐이라도 들어 드릴려고 달라고 하니
으 ~ 메 노인네 고집이 똥고집이시다.
"아이고 아니에요. 내가 들고 갈 수 있어요, 늘 들고 다녀서 괜찮아요.
그럼 나 전철 안타고 버스 타러 갈래요." 하신다.

너무 깔끔하신 성품이시다. 무거운 걸 어떻게 남한테 들게할까
폐끼치는 것 같아서 싫다고 하시면서 한사코 뿌리치시기는 걸
뺏다시피 건내 들으니 밑반찬이 들어서인지 꽤 무거웠는데
지하철역 내 승강장에 도착하자마자 고맙다고 하시면서 얼른 뺏았아 드신다.

하여튼간에 못말리는 이 오지랖때문에 내 신상이 고로운 것 같다. ㅎㅎㅎ
그런데 착한 일하고 자리에 앉아 가는데
내 옆에 출입문 쪽으로 어떤 아저씨 앉아 가더니
미차부러 ~ 이 남자 봐라.

내 옆에 앉아서 엉덩이를 들고 방귀를 끼는 게 아닌가
woo ~ c 뭐냐고 자기 방귀 자기가 깔고 앉아 가든지
참아야지 왜 엉덩이를 들고 방귀를 끼냐고 ~
아, 진짜 남자를 싫다, 싫어, 쩐다 쩔어.

정말 요즘같아선 이 세상에 남자들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폭행이고 살인이고 매일 일어나는 흉악범들은 다 남자인데
남자들 지나가는 것만 봐도 저 인간은 멀쩡한 사람인가?
인상만 좀 더러워도 혹시 미친 인간은 아니겠지?

이런 의구심이 자꾸 생겨서 여행 가고 싶어도 가지도 못하고 있구먼
가스총이든 전자총이든 구입하고 떠나려고 검색하고 있는데
우째 세상이 이렇게 흉폭해지는지 이건 다 남자들 때문이야
에이 ~ 싫은 남자가 몰상식하게시리 엉덩이를 들고 방귀를 끼다니 . . .

그렇게 안양까지 가서 면회를 하고 돌아오는데
아직 퇴근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전철 안에 자리가 없어 다음 차를 타려고 보내고
기다렸는데 매 한가지로 자리가 없어 그냥 탔다.

안양에서 이것 저것 싸기에 사고 짱구 자켓도 하나 사고
보따리가 두개나 되어 선반에 올려 놓고 앞에 좌석을 둘러보니
잉? 이 사람들 멀리까지 가게 생겼네.
딱 보니 자리에 앉아 가는 사람들 강북 스타일들이야
중간에 사당이든 이수든 2호선으로 환승할 사람들 같지가 않았다.

이구 ~ 이거이 서서 가게 생겼네.
그렇다고 선반에 보따리 내려서 다른 곳으로 가기도 귀찮고
그래, 까짓꺼 그냥 서서 가지뭐 하고 가는데
에구 ~ 허리야, 요즘엔 잘 신지도 않은 구두까지 신었더니 발도 아프고 . . .

그러다 충무역에서 앞에 아짐마가 내렸는데
명동역에서 탄 쥐똥만한 아가씨가 냉큼 앉아버리네.
앞에 아짐마가 내릴 준비를 하니까
커다란 가방을 내 허벅지 사이에 밀어넣더니 밀치는 듯 힘을 가하기에

창문 유리창으로 비친 얼굴을 보니까
지깐에도 캥기는지 슬쩍 내 눈치를 보기에
가스나 지가 앉으려고 날 가방으로 밀쳤구먼
그래, 앉고싶으면 앉아 가라 했다.

그러다 혜화역에서 또 한 자리가 났는데
바로 내 옆에서 서서 가던 어떤 남학생이
나보다 먼저 타고 있었는데 그 학생이 앉았다.

짐작으로는 한대역에서 탔나보다
나보다 먼저 타서 서서 왔으니 너도 힘들겠다.
너가 앉아라, 하고 내가 먼저 앉아버릴 수도 있지만
포기하고 자존심 세우며 고집 새워 꿋꿋하게 서서 왔다

전철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앉아 오는데
전철 안에서 힘들었던 몸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아
들어오면서 버거킹에 들러 햄버거도 사고 마트 들러 음료수도 사서 들어왔다.

전철 안에서 앉아 있던 그 사람들 충무역, 혜화역에서 내린 두 사람 외에
내가 내릴 때까지 안내리고 다들 앉아 있었는데
역시 강북 스타일이였어. ㅎㅎㅎ

난 멀리 갈 때 오늘의 나같이 오래 서서 가는 사람이 앞에 있으면
몇 정거장 전에 일어나 오래 서서 가는 사람을 앉게 하기도 하는데
정말 운이 없어 계속 서서 가게 되면 누구든 힘드니까
그런데 명동에서 탄 고 가스나는 엄마같은 사람이 먼저 타고 있었는데도
밀쳐내면서 지가 앉아 버리기에 집에 돌아와 우리 싸가지한테

"너는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마라.
너 주변에 엄마 또래인 사람이 서있으면 어른을 먼저 앉게 해야지 . . ."
"에이 ~ 엄마 걱정 붙들어 매, 난 안그러니까" 한다.
그려그려, 내 새끼는 착하지. ㅎㅎㅎ

2012년 9월15일

'내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범  (0) 2012.09.21
입은 즐거우나 배는 괴로워  (0) 2012.09.18
오늘은 많이 웃은 날  (0) 2012.09.15
나의 행복을 누가 빼앗으려 하는가?  (0) 2012.09.07
이거 황당한거죠?  (0) 2012.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