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며칠 전 간암으로 운명을 달리한 친구 와이프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지난 달 위암으로 먼저 세상을 뜬 친구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늘 밝게 웃고 다니던 친구였는데
그 웃음 뒤에 가려진 친구의 아픔을 친구인 우리들 조차 알지 못했다는것 . . .
그 친구는 작년부터 건강이 안 좋은걸 느꼈다고 한다.
직장에서 세번이나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고
힘에 부대껴 일을 그만 두게 되었다고 . . .
엎친데 덮친격으로 조그만 티셔츠 공장을 하던 와이프가 경영난으로 파산을 하고
재기의 발판으로 친정 언니네와 공동 투자로 다시 사업장을 벌렸는데
그 사업 자금을 와이프뿐만 아니라 그 친구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서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투자한 사업장도 경영이 어려워 빗더미에 앉게 되었고
그 친구는 매일 은행과 빗쟁이로부터 빗독촉을 받게 되었는데
그런 전화가 올 때면 아무도 모르게 슬쩍 나가서 받곤 하여서
자주 만나던 친구들도 몰랐다고 . . .
단지 직장을 그만두고나니까 와이프한테 용돈 타쓰기가 미안해서
늘 주머니가 비어있나보다 생각하고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할 때나 놀러갈 때도 그 친구를 꼭 데리고 다녔다.
그런데 그 친구는 날이 갈 수록 자꾸 살이 빠지고 야위어가서
그 모습을 보는 친구들은 병원에 가보라고들 하였지만
괜찮아, 아는 병이야, 하고는 말을 피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빗독촉에 시달리며 사는 가족들한테 아프다고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고
말을 했어도 병원 갈 돈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여름 병은 점점 더 깊어져 고통이 심해지면서
어느 날 기능성 제화 제조업을 하는 친구한테 전화해서
너무 아픈데, 병원 가고싶은데 돈이 없어 . . .
그래서 기능성 제화 제조업을 하는 친구가 데리고 병원갔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가 없게 된 상태였다고 . . .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아무도 몰랐는지 . . .
왜 힘들다고 아프다고 친구들 앞에서 신음 소리 한번 내지 않았는지 . . .
가슴이 저미어와 너무 아팠다.
치료받지 않으면 죽는 것을 알면서도 병원비가 없어 목숨을 포기하고 살아야했던
그 친구 . . .
사는 동안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야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너무 가여워 미치겠다.
조금이라도 사는게 힘들다고 엄살이라도 부려보지 . . .
늘 밝게 웃고 다니던 모습만 친구들한테 보여주면서
정작 자신은 고통 속에서 피고름을 짜내고 있었으니 . . .
차암 ~ 그 넘의 돈이 뭔지 . . .
돈때문에 사람이 살고 죽고 하는 현실이 너무 비통할 따름이고
정말 죽을만큼 사는게 힘들면 힘들다고 친구들에게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존심? 목숨보다 지켜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도움 받은 것 살면서 두고두고 갚으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친구 떠나보내고 충격에 마음 아파하는 친구들이 있지 않은가.
그 친구는 그렇게 사는 법을 택하였지만
한 남자의 인생이 너무 비참한 선택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더 아프다.
여러분, 죽을만큼 힘이 들면 자포자기 하지말고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세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살만한 세상입니다.
2010년 12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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