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눈물의 웨딩마치

智美 아줌마 2010. 12. 17. 22:33

지난 일요일에 간암으로 투병 중인 친구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두달 전에 봤을 때도 병세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는데
결혼식장에 가서보니 두달 사이에 너무 많이 수척해져서
웬 노인네가 앉아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병세가 짙어져 있었다.

기쁨을 나눠야할 자리인데 친구의 초췌한 모습에
친구들은 눈시울이 붉어져 말들을 잇지 못하고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울음을 삼키며
우리 울지말자, 친구 앞에서 가족들 앞에서 절대 눈물 보이지 말자고
꾹꾹 울음을 삼키며 의연한 척 그렇게 예식에 참가했었다.

식장에서의 친구는 한복을 곱게 입고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그의 와이프는 남편의 죽음을 앞두고 고운 옷 새로 해입기가 죄스러웠는지
예전에 입던 옷인지 빌려 입은 옷인지
치마 길이가 껑충하니 추리한 모습에 더 가슴이 아팠다.

예식이 끝나고 친구 내외를 보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목이 매여 왔지만
"영훈아, 정신줄 단디 붙들고 있어야한데이, 알았제?"
"그래, 알았어. 고마워." 라고 대답했었다.
울먹울먹 꾹 참고 있는 와이프한테도
"승희야, 잘 견뎌야해. 우리 오늘은 울지말자." 하며 꼬옥 보듬어 주었는데 . . .

그런데 그 친구가 조금 전에 이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들 장가 보내고 나흘을 제대로 못버티고
아니, 아들 장가보내고 가려고 모진 목숨 붙들고 있었나보다.
피로연에서 친구와 걱정을 했었다.

아들 결혼식 마치고나면 긴장이 풀려서 정신줄 놓을텐데 어떻게 하냐고
급속도로 나빠질텐데 어떻하냐고 걱정을 했는데
그래서 정신줄 놓지말고 단디 붙들고 있으라 했건만 . . .
오늘도 또 한 친구가 우리들 곁을 떠나갔다.

그동안 우리와 함께한 반 백년의 세월 동안 친구들을 위해서
많은 즐거움을 주고 추억을 만들어준 친구인데
이제 그 친구 그리워서 어떻게 하나
다른 친구들보다 더 많은 기억들이 남아 있을텐데
어제 전화라도 함 해봐야지 생각만 한 내가 너무 미안해진다.

친구야, 먼저 간 친구들 만나서 그곳에서도 즐겁게 잘 지내고 있어라.
세월가면 우리들도 하나하나 너희들 곁으로 갈테니까
차마 두고 떠나기 힘들었을 가족들 잘 보살펴 주고
훠이훠이 ~ 고통없는 곳으로 잘 가라. 내 고운 친구야

2010년 12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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