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짱구는 못말려

智美 아줌마 2010. 12. 14. 20:59
퇴근해서 들어오더니 노원역으로 친구 만나러 나간다기에
"몇시에 들어올건데? 안 나가면 안 되나?"
"엄마 12시 전에 들어올게요."
"니 또 뻥치는거 아이가?"
"에이 ~ 일찍 들어올게요." 하고 나가더니
시계를 보니 11시 54분이다.

이 녀석이 어케 된거야 하고는 전화를 했다.
"짱구 어디야?"
"집에 다와가요."
그런데 목소리가 왠지 좋지가 않다.
밖에서 뭔 일 있었나? 어째 목소리가 좀 그러네 . . .

그로 부터 15분 쯤 뒤에 현관을 들어서는데
"짱구 술 마셨어? 얼마나 먹었길래 비틀거려?"
"좀 많이 먹었어요."
"넌 간기능이 약해서 술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네, 아는데 친구들이랑 먹다보니 많이 먹게 되었어요." 한다.

"그래도 그렇지, 너 스스로 자제할줄도 알아야지.
너 자신을 컨트롤을 못하면 앞으로 사회 생활을 어떻게 해?"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시면 내가 더 미안해지잖아요.
엄마, 속상하게 해서 미안하고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

"미안할게 뭐 있어? 미안한 마음이야 엄마가 너희들한테 더 미안하지."
"엄마가 왜 미안해요. 엄마한테 감사해요.
그런데 엄마, 엄마 앞에서 토하면 안되는데 토하고 싶어요."

"얼른 화장실 가서 속 풀리게 하고 와."
"네" 하고 들어가더니 변기에 대고 하는줄 알았더니
변기에 앉아서 화장실 바닥에다 세계 지도를 그린다.

"에구 ~ 이리 나와, 엄마가 치울게."
"내가 치워야 되요. " 하면서 물을 퍼붓고 샤워기를 틀어 내리고 하더니
한참 지나도 나오지를 않는거라.
"짱구 안 나오고 뭐해?" 하고 들여다보니 샤워를 한다는게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서 샤워기를 머리에 대고 그렇게 앉아 있었다.

"짱구, 감기 걸려 빨리 닦고 나와." 하고는 다시 방에 들어왔는데
한참 지나도 화장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안들리던 중
우당탕탕 . . . 소리에 쫒아가보니 팬티를 입는다고 하다가 자빠지고만 것이였다.

"괜찮아? 안 다친겨? 우째 술을 그렇게 많이 먹은겨.
엄마 걱정하는 것 알면서, 에효 ~ 속상해"
그리고 오늘 아침이 되었다.

"엄마, 어제 나 술 많이 먹고 왔죠?"
"그려, 뭔 술을 그렇게 많이 먹은겨?
토까지 하고 화장실에서 자빠지고
샤워한다고 샤워기 머리에 대고 30분을 그렇게 앉아 있고 . . ."
"그런데 내가 집에 어떻게 왔죠? 기억이 안 나요."

"노원역에서 걸어왔겠지.
자신이 한 행동이 기억이 안 날정도로 술에 취했다는건
너 자신이  추한 몰골이고 그건 추태잖아.
어떻게 몸가짐을 똑바로 못하고 그런 모습을 남한테 보여?
앞으로는 절대 그렇게 술먹고 다니지마라.

남한테 그렇게 흐트러진 모습 보이는 건 자존심 구기는거야.
그리고 길에서 토하고 그랬으면 여러 사람들한테 민폐 끼치는거잖아.
어찌되었든지간에 무사히 집에 들어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너때문에 니엄마 가슴 졸이다가 명 짧아지겠다. "

"네, 앞으로는 안 그래야죠.
그런데 엄마, 어떻게 집에 왔는지 참 신기해요." 한다.
아이고 ~ 내가 웃어야지. 하고는 계란찜해서 밥 먹여 출근시켰다.

2010년 12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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