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덧없고 허망한 것을

智美 아줌마 2005. 6. 19. 13:38
          오늘 따라 내 홈피의 밍음악  "도니제티의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이 왠지 더 쓸쓸하게
          들린다.
          우리집에 여러 마리의 강쥐들이 있잖니?
          오래 전에도 애롱이(바둑이)와 방울이(애롱이 딸)를 기르다 사정이 생겨 다른 집에
          보내게 되었지.
          그 때 애롱이 모녀를 보내고 딸은 침대 밑에 얼굴을 묻고 숨죽여 얼마나 울었던지.
          나 또한 마음이 아파 한동안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아무 말을 하지 못했댔어.


          그래서 다시 강아지를 데리고 오려니까 많이 망설여졌지만 4년전에 내가 일을 할 때
          아이들이 학교 갔다오면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이 안쓰러워 한 달된 꼬마(요크샤테리아)
          를 데리고 왔지.


          그런데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꼬마가 혼자 집에 남게된다는
          것이였어.
          어미와도 떨어졌는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 올때까지 외롭게 혼자 있는 것이 가여워
          짱아(마르티스)를 또 데리고 오게 되었지.
          그렇게 우리집에 와서 가족이 되어 북적되며 살고 있단다.


          그러던 지난 11월 2일에 꼬마가 새끼 4마리를 낳아 한 마리(꽃님이)는 두고 다른 강쥐
          들은 입양시켰는데 두 달여 동안 데리고 있다가 보내려니 마음이 참 안좋았지만 다
          키울수 없어 보내게 되었지.


          그런데 올 4월 8일 짱아가 새끼 3마리를 낳았는데 이녀석들은 어찌나 애를 먹이며
          태어 나는지 밤 10시30분경부터 진통이 와서 새벽 4시반이 되서야 첫째가 나오지 않았
          겠니.
          그런데 그 후로는 짱아는 힘들어 하는데 도무지 다음 녀석이 나올 생각을 안하는
          것이였어.
          정보를 얻으려고 여기저기 지식 검색을 하니 두번째가 두 세시간 안에 나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제왕절개를 해야 된다는 거야.
          그리고 척추 마사지를 해주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열심히 마사지를 해주었지만 진통만
          있을 뿐 짱아도 나도 지쳐가고 있었지.


          그러다 날이 새고 아침 7시경 동물 병원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지만 조금 더 기다려
          보고 안나오면 병원으로 데리고 오라셨는데 9시가 넘어도 다음 녀석이 나오지 않는거야.
          부랴부랴 새끼 한마리와 짱아를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 갔단다.
          검사 결과 한 녀석이 옆으로 있어서 나올 수가 없었다는거야.
          하는 수 없이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지.
          큰 돈은 들었지만 다행히 새끼들은 무사했어.


          그래서 옆으로 있던 녀석의 이름을 "돈"이라고 불렀는데 크기가 다른 녀석들에 비해
          작고 예뻤어.
          그런데 그 "돈"이가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어.
          한 달전에 외출을 하고 들어 오니까 말썽장이 꼬마가 책상위에 올라가 물건을 떨어
          뜨렸는데 그게 돈이의 머리에 맞아 귓속이 조금 찢기고 코피가 조금씩 나는 것이였어.
          얼마나 가엽고 걱정되던지 그래도 별 탈없이 잘 먹거고 잘 놀았는데


          그후에 딸이 의자에 앉아 데리고 있다가 돈이가 그만 떨어지고 말았어.
          그래도 잘 지냈거든 그런데 열흘 전부터 돈이가 조금씩 이상해지는거야.
          가끔 잘 놀지도 않고 잘 먹지도 않고 걸으려하다 픽 쓰러지고 급기야 내가 외출중에
          딸이 돈이가 이상하다며 울면서 전화 가 왔어.
          나는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엄마도 빨리 갈테니까 하고 병원에 급히 도착하니까
          다행이 뽈뽈거리며 잘 놀고 있었어.


          원장님 말씀이 우리 딸이 병원에 와서 아무 말도 못하고 계속 울기만 하더래.
          대학3학년이지만 강쥐들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딸이거든 그러니 얼마나 놀랐겠니?
          돈이가 약하게 태어나서 저혈당으로 쇼크가 와서 그런거라고 잘 먹이면 괜찮을거라고
          특수 우유를 2시간 간격으로 꼭 챙겨 먹이면 괜찮을 거라 했는데
          지난 일요일 새벽 3시쯤 수유를 하고 그만 늦잠을 자고 9시경 깨어나 보니 내 머리맡에
          쓰러져 있는 것이였어.


          아차 싶어 얼른 우유를 먹이려 했지만 먹지도 못하고 까부러지는 거였어.
          얼른 안고 인공 호흡을 시키며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병원 문이 닫혀 있는거야.
          얼마나 절망스럽던지 급히 나오느라 핸드폰도 안갖고 나오터라 다른 사람의 전화기를
          빌려 전화했더니 원장님께서 교회 가신다고 12시30분경오라며 꿀물을 타 먹이라고 . . .
          나는 너무 걱정되고 화가 나서 돈이 죽은 다음에 데리고 오래냐며 소리를 질렀지.
          정말 주저 앉아 울고 싶은 심정으로 집으로 데리고 와서 설탕물을 먹이고 우유를
          먹이니까 다시 살아나는거야.


          그후로는 알람 시계를 2시간 간격으로 맞춰 놓고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수유를
          했지만 두 세차례 더 쇼크가 왔댔어.
          그럴때 마다 병원으로 달려가고 꿀물을 타 먹이고 인공 호흡을 시키면서 얼마나 맘
          조리면서 보살폈는데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생명줄을 놓아 버리고 말았어.


          너무 불쌍하고 마음이 아파 난 넋이 나간 사람처럼 돈이를 안을 채 한참을 있었어.
          우리 아이들도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하니 한 번 더 인공 호흡 시켜보라
          했지만 작고 여린 심장이 서서히 꺼져 멈춰 버렸지.
          다음 날 아침 아들이 남은 돌돌이(한 마리는 아는 집에서 입양해감)한테 너는 돈이
          몫까지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며 아픈 마음을 애써 감췄지.


          친구들아!
          이번 일로 흔히들 질긴게 목숨이라고 하지만 그 목숨이 덧없고 허망한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우리 돈이가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말고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2005년 6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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