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이루지 못한 사랑 첫번째 이야기

智美 아줌마 2006. 1. 3. 23:08
    누구나 가슴 깊이 묻어 놓은 사랑이 있을겁니다.
    그 사랑으로 행복하기도 아파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사랑을 가슴에 묻고 사는지요.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


    어느 날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
    나는 친구에게 "너 요즘 시 선배 근황을 아니?"하고 물었다.
    그런데 뜻밖의 친구의 대답 "그 선배 죽었는데 너 모르고 있었니?"
    난 너무 놀라 가슴이 내려 앉았다. 그 친구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선배 죽은지 오래 됐어. 십 몇 년 되갈걸. 교통 사고로 그렇게 됐어."
    난 멍하니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그랬구나." 하면서 짧게 전화를 끊었다.


    "선배, 미안해. 미안해, 선배."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가슴이 너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사랑을 원했는데 . . .
    그렇게 나와 함께 하기를 원했는데 . . .
    그런데, 그런데 청춘을 다 펴지도 못한 채, 비명으로 가다니 . . .


    난 그 날 이후 몇 날 며칠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내가 그동안 친구들과 선배들을 너무 멀리하며 살았구나 생각했다.
    그 선배의 죽음을 이제서야 듣다니 . . .


    그 선배와는 음악 써클에서 만났다.
    그 선배는 성악을 공부하는 늦깍이 복학생으로
    테너 목소리가 너무 고와 환상적이였다.
    콩쿨에서도 여러번 수상을 한 그런 선배였다.


    수줍음이 많고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웃는
    귀공자같이 귀여운 사람으로 써클방에 와도 있는 듯 없는 듯
    늘 조용히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 해 여름 대천 해수욕장으로 MT를 가게 되었다.
    그때만해도 그 선배에게 별달리 관심이 없었다.(당시 남편과 교제중이였기에)
    그런데 MT 기간 중 친구들과 바닷가에 나가려고 나서는데
    숙소 한켠에서 고운 선율이 흐르지않는가?


    나는 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곳으로 향했다.
    뜻밖에 그 선배가 숙소방에서 혼자 만돌린을 켜고있는 것이였다.
    그 모습이 어찌 그리 눈부시던지 내 시선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MT 마지막 날 숙소 옥상에서 우리는 선배들이 각본, 각색한
    짧은 뮤지컬을 공연했다.
    당시 선배들중 뮤지컬 배우로 연극 배우로 무대에 서는 선배들이 있어서
    선배들이 감독하고 우리들이 직접 분장까지 해가며 떠들썩하니 한 판을 벌렸다.


    서로 분장한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참으로 즐거운 날들이였다.
    그 선배는 곱상한 얼굴땜에 여자로 분장을 하였다.
    안하겠다고 수줍어 도망가는 선배를 우리들이 끌어다 분장을 시켰다.
    정말 여자 못지않게 예뼜다.


    MT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 온후 부터 난 그 선배와 자주 접하게 되였다.
    MT 때 그 선배가 사진 촬영했는데 뜻하지않게 같이 사진 정리를 하게 되었다.
    그 선배 집에 가서 사진 정리를 하게 되었는데
    그 선배 방에 들어서는 순간 난 놀라움에 나도 모르게 "와~"하고 소리쳤다.


    그 선배의 방 한 쪽 벽면이 LP 레코드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였다.
    나는 얼른 가서 레코드를 꺼내 보기 시작했다.
    귀한 라이센스들이 수두룩 하였다.
    한 장 한 장 사다 보니 많이 가지게 되었다 한다.


    그 후 그 선배와 가깝게 되었다.
    그 선배도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 하였다.
    그런데 나도 고등학교때 합창 지도 교사이자 고3 담임 선생님이셨던 선생님께서
    취미로 사진을 찍으신 관계로 나도 사진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었던 터라
    그 선배와 가끔 사진 촬영을 하러 다니곤 하였다.
    그리고 명동 "필하모니"라는 클레식 음악감상실에도 자주 갔었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 늘어나다 보니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게 되었다.
    난 당시 남편과 교제중이였고 그 선배 또한 알고 있었다.
    어느날 그 선배는 나에게 고백을 하였다.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날 너무 좋아한다고 하였다.
    나 또한 그 선배가 좋았다.
    그러나 난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기에 그 선배를 받아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선배의 어머니께서 날 만자는 연락이 왔다.
    장충동 댁 근처에서 만나자고 하셔서 어느 찻집으로 갔다.
    선배집에서 몇 번 뵌적이 있었지만 막상 불려 나가니까 가슴이 콩당거렸다.
    그 선배 어머니께서 거두절미하게 대답하라 하셨다.


    "아가씨는 우리 아들이 싫으냐?" 하셨다.
    난 "아니요. 저도 선배 좋아해요." 라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왜 우리 아들 청혼을 거절하냐." 하셨다.
    난 "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어서요. 그건 선배도 알고 있어요."했다.
    "결혼 약속을 해도 다른 사람과 할 수도 있는게 아니냐." 하셨다.
    나의 마음 한켠에는 정말 선배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선배는 많은 것이 주어진 사람이였고
    당시 남편은 너무 가진게 없는 사람이여서
    나 마저 떠난다면 너무 가여울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 후로 그 선배 어머니는 다시 두 번 더 부르셨다.


    "아들이 나 아니면 결혼을 안겠다고 집안에서 중매가 들어와도 선을
    안보겠다고 하니 아가씨 어떻게 하면 좋겠냐." 하신다.
    난 "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라고 달리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가씨, 정말 우리 아들과 결혼을 못하겠냐 그러면 우리 아들 만나지 마라"
    하셨다.
    난 망설이며 " 네 그럴게요." 했다.


    그 후로 난 써클활동을 그만 두게 되었고 그 선배는 늘 날 기다리며 찾아 다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선배를 만났다.
    많이 상해 있었다.
    착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커서 술, 담배는 전혀 하지않던 사람이였는데
    술, 담배를 다 하는 것이였다.
    그런 선배를 보니까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만나지않겠다던 마음이 흔들렸다.
    만나서는 안되는데 하면서도 몇 번을 더 만났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러던 중 남편과 본격적으로 결혼 얘기가 오고 가게 되었다.
    우리 집안에서 처음에는 남편과의 결혼을 반대하였었는데
    나중에는 으당 남편과 결혼하는 걸로 생각하였었다.
    그래서 더 이상 그 선배를 만나면 안되겠다고 결심을 하고
    마지막으로 그 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는 내 마음이 변하지않을 것을 알면서도 안된다고 절대 보낼 수 없다고 했다.
    침묵속에서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선배는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그리고 연거퍼 술 잔만 들이켰다.
    내 마음도 아팠다. 눈물이 흐르는 것을 감추며 모질게 하였다.


    그 선배는 "어쩔 수 없는 거니? 정말 안되는 거니?" 한다.
    난 " 응" 했다.
    그 선배는 "그럼 내가 보내줘야 하는거니?"했다.
    난 "응. 선배가 보내주지않아도 난 가. 그러니까 그냥 보내줘.
    미안해. 나, 선배 많이 좋아했어."라고 했다.


    그 선배는 "그래 보내줄게, 그런데 살다가 만약에 살다가 그 사람과 못 살게 되면
    사별을 하든 이혼을 하든 하면 그때는 나하고 살아야 돼. 알았지?
    그때는 꼭 나하고 살아야 돼. 약속해?" 한다.
    난 " 알았어. 약속할게."했다.


    그리고 난 남편과 결혼을 했고 살면서 가끔 그 선배가 생각이 났지만
    친구나 선배들을 만나도 그 선배 소식은 묻지않고 살았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하며 충실하게 세월을 보내며 살았다.


    하지만 가끔 그 선배와 같이 다녔던 장충동, 남산, 명동, 종로 등을 다니다가
    문득 떠오를 때가 있곤 하였다.
    우연히라도 마주칠 수 있을텐데 어떻게 한 번을 볼 수가 없을까?
    무슨 소식이라도 들릴텐데 어떻게 한 번도 들리지 않을까? 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아니면 명동 거리에서 종로 거리에서
    음악회나 공연을 보러 갔다가도 한 번쯤을 만날 수 있을텐데 . . .
    인연이 그것 밖에 더 이상은 없나 보다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헤여진 그날 후로
    처음 듣는 그 선배의 소식이 선배의 죽음을 듣게 되다니 기가 막혔다.
    그래서 그렇게 한 번을 우연히도 만날 수가 없었던 것을 . . .
    정말 그 선배한테 너무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갈갈이 찢기는 듯 아팠다.


    내가 그 선배와 인연을 맺었더라면 그 선배와 내 운명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런걸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나?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하늘 나라에서 날 보고 있을 선배!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리고 선배가 날 좋아했던 것 만큼 나도 선배 많이 좋아한거 알지?
    훗날 언제일지 모르지만 나 죽어서 선배있는 하늘 나라에 가면
    꼭 선배하고 살게. 꼭 같이 살게. 알았지? 선배! 그때까지 기다려 줄거지.

    2006년 1월3일 金貞愛(wjddo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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