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메일을 검색하게 되었어.
한동안 확인을 하지않았더니 많이도 와 있는거 있지.
하나 하나 확인하던 중 "사랑밭 새벽 편지"가 또 와 있었단다.
언제부터인가 늘 편지가 날아 오고 있어.
감동적이고 따뜻한 편지가 . . .
오늘의 편지는 서강대 영문학과 장영희 교수님의 이야기였는데
한학기 동안 암과 싸워 온 장교수님께서 이번 신학기 개강에 맞춰
강단으로 돌아오셨다고. . .
지난 해 9월 초 3년 전 완치됐던 유방암이 척추암으로 전이돼
불가피하게 수업을 중단한지 6개월만이라고 . . .
목발에 의지하고 강단에 서서하신 말씀
"20년간 교단에 있으면서 울 일이나 웃을 일이 있다면 그 건 모두
학생들 때문이었죠." 라고 학교에 돌아 온 소감을 그리 말씀 하셨단다.
그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가슴이 울컥하니 눈물이 핑 돌았어.
그리고 잊고 있었던 나의 선생님이 떠올랐지.
30여년 전 고1 수학 선생님.
그 시기의 여학생들은 남자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사람이 참 많았지.
지나고 보면 성장 과정에 누구나 한 번쯤 하는 가슴앓이지만 ,
세월이 무척이나 많이 흘렀어도 그리운 선생님이야.
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은 학교를 다녔어.
성적도 성적이지만 그때만해도 내 성격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하는터라 모교 진학을 선택하게 되었지.
고1 첫 수학 시간이 이였는데,
수업 종이 치는 소리에 불현듯 삼각형 선생님이 딱 떠올랐던거야
그 수학 선생님 별명이 "삼각형" 이였거든.
턱이 뽀죽한 얼굴때문에 중학교 때 선배들이 붙인 별명이였어.
그 선생님과 첫 대면은 중2 때 시험 감독을 들어 오셨을 때였는데
눈알 굴리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엄포를 놓으셨던 무서운 선생님이셨어.
그래서 친구들은 3학년에 올라가서 우리 수학을 가르치면 어떻하나
걱정들을 하였지.
다행히도 선생님은 우리들이 중3 올라 가면서 고등학교로 올라 가셨고
그 소식을 들은 우리는 안도의 한숨으로 얼마나 좋아들 했는지 . . .
그런데 불길하게 그 선생님이 떠오르는거였어.
아니나 다를까 교실 문이 확 열리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 앉고 말았지.
바로 그 삼각형 선생님이였거든.
"아이구 이젠 죽었구나."
나는 수학이라면 바닥을 헤매는지라 여간 걱정이 아니였어.
그러나 그런 걱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라지고
가슴에는 살포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였지.
허름한 남방이였지만 늘 깔끔하게 다림질이 되어 있었고
다정 다감하게 우리들을 너무도 잘 이해 해주시던 선생님이셨어.
도시락을 미리 먹어 냄새를 피어도,
난로에 고구마 구워 먹다 수업 종이 쳐서 미처 꺼내 먹지 못 하였을 때
꺼내서 같이 먹자고 하시는 재치와 유머가 있으신 선생님이셨어.
그래서인지 선생님을 좋아하는 여학생은 참으로 많았단다.
그런데 그 선생님께서 우리 학년을 마지막으로 가르키시고
미국 어느 학교로 가신다고 하셨어.
선생님께는 좋은 일이셨지만 우리들에겐 아니였지.
그 소식을 들은 많은 학생들은 충격에 휩싸였구.
심지어 엉엉 소리내어 우는 여학생도 있었고 나 또한 속으로 울었어.
봄방학을 앞두고 그 선생님과 마지막 수업 시간이 되었지.
반 친구들은 마음이 들떠서인지 술렁거리며
"선생님 마지막인데 공부하지말고 얘기해요. 유종의 미를 거둬요"
아직 고1 이라 대학 입시가 멀어서인지 공부하지 말자 하며 떠들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유종의 미는 그렇게 거두는게 아니야" 하시며
교과서를 펴셨어.
반 친구들은 "에이~ 선생님 얘기해요" 라고 떼를 썼지만
끝내 선생님은 교과서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제까지 풀으시고
책을 덮으시며 우리들에게 말씀 하셨어.
"살면서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너는 없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
넌 내게,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라고 . . .
그리고 며칠 뒤 2월22일 저녁 7시 비행기로 미국으로 떠나셨어.
난 선생님이 떠나시는 그 시간에 하늘을 올려다 보며 선생님이 타신
비행기가 행여 보이지나 않을까 한참이나 하늘을 올려 다 보고 있었지.
아무리 올려다 봐도 볼 수 없는 비행기를 . . .
세월이 30 여년이 더 흘렀어도 가끔 가끔 그리웁다.
선생님이 나의 선생님이 . . .
2005년 3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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