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장사와 짚신 장사 이야기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영화 리뷰 작성해 놓고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고 사료 한 봉지 챙겨 밖으로 나가니까
아직도 우산을 써야 할 만큼 촉촉이 비가 내리고 있네요.
지난여름에 태어난 새끼 길냥이 세 마리가 로드 킬을 당했는지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미를 잃고 동네를 떠돌게 되어 가끔 마주치면 가지고 다니는 사료 한 움큼을 주곤 했는데
지난가을 어느 날 영화 보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 화단 옆 전봇대 밑에 올망졸망 앉아 있기에
다가가니까 놀라서 후다닥 피하더니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1미터쯤 떨어져 보고 있었습니다.
도망가 숨지 않는 게 쟤들이 내가 해코지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 사람을 피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얼른 전봇대 밑에다 사료를 쏟아 놓으니 두려움도 잊은 듯 슬금슬금 오더니 허겁지겁 밥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에효 ~ 배가 매우 고팠나 보다. 그런데 너희들을 어쩌니,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갈 수도 없는데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지만, 머릿속에는 그 아이들 걱정이 떠나지 않았고
그 다음 날에도 사료를 놓고 오니까 먹고 없어서 그 후로 매일 갖다 놓게 되었지요.
마음은 가능하다면 우리 집 옆에 만들어 놓은 길냥이 식당으로 유인해 데리고 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데리고 올 수도 없는 일인 데다가 우리 집 옆에 길냥이 식당도 이웃들 모르게 몇 년째 관리하는 것이라
늘 들킬세라 주변을 살피면서 몰래 사료를 채워 놓곤 하는데 동네 길냥이들을 내가 다 챙길 수도 없으니
마음을 비워야 함에도 문득 거리를 떠도는 냥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렇게 버스 정류장 가는 길에 전봇대 밑 화단에는 어미 잃은 새끼 세 마리를 위해 사료를 갖다 놓게 되었고
거의 매일 영화나 공연을 보러 나가기에 집에 들어오면서 살짝 사료를 놓고 오게 되었는데
처음엔 배고플까 봐, 낮에 나갈 때 놓고 갔더니 들어올 때 보면 먹지 않아 그대로 인 것을 보고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기도 하지만, 사람들 눈을 피해 밤에 와서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밤에 집에 들어오면서 놓고 오는데 비 오는 날엔 비 맞는 게 싫어서인지,
번번이 밥이 그대로 인 것을 보고 비 오는 날엔 다녀가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오늘은 외출하지 않고 집에 있는 날이라 깊은 밤에 살짝 갖다 놓고 오려고 나가니까 아직도 비가 오고 있네요.
비 그치면 나중에라도 와서 먹으라고 사료를 담아 놓고 비닐로 덮어 놓고 들어왔습니다.
비 오는 이 밤, 행여 이 비에 냥이들 밥 거르게 될까 봐, 조금 내릴 때 얼른 와서 먹고 가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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