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길동무 고흥 언니가 서울 집에 와있어 대학로 빕스에서 점심 먹고 영화 한 편 보기로 했다. 실화 영화를 잘 챙겨 보는 편이지만, 너무나도 유명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의 내용을 훤히 알고 있어 재심은 볼까 말까 망설여졌다. 그런데 요즘 상영하는 영화 중에 보고 싶은 작품을 골라보고 있어 내 취향대로 선택해서 하기보다 대중적인 영화를 고르다 보니 내가 안 본 것은 재심과 조작된 도시 두 편이었다. 다음 주에 옥영이랑도 같이 영화 보기로 해서 아무래도 나이 한두 살 더 먹은 언니하고 보기에는 조작된 도시보다 재심이 나을 것 같아 재심으로 예매하고 나갔다.
혜화역에서 언니를 만나 빕스 대학로점에 가니까 와 ~ 뭔 난리냐? 입구에 대기자가 와글와글, 직원한테 물으니 요즘 졸업 시즌이라 그렇단다. 이젠 졸업은 내 생활 밖의 일이라 언제 졸업식인지, 입학식인지 신경도 안 쓰고 살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사는 것 같다. 평소대로라면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에 예약하지 않고 갔더니 북새통을 치고 있었으니, 일단 우리도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30여 분 기다리다 보니 호명한다. 그래도 가끔가다 보니 안면이 있는 직원이 내가 선호하는 자리가 비었다며 고맙게도 그리로 안내해줬다.
포인트 모으기 전에는 어떤 포인트도 관심 두지 않았는데 포인트도 모이면 제법 쏠쏠해서 같은 값이면 포인트 적립하는 업장으로 간다. 요즘 빕스 대학로점은 3월 말까지 할인 행사를 해서 평소보다 자주 가는 편인데 작년 모임을 빕스에서 가끔 갖다 보니 빕스 마니아로 등급이 올라 무료 혜택이나 할인 혜택이 CJ의 생색내기 할인 쿠폰보다 훨씬 알차게 준다. 그래서 같은 가격대라면 빕스를 이용한다.
재심, 이런 영화를 보면 화가 나고 입에서 욕이 툭툭 튀어나온다. 속이라도 좀 시원하게 있는 욕이라면 욕은 다 속사포로 퍼대고 싶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악다구니 쓰고 싶은 심정이다. 더러운 세상, 천벌 받을 인간들, 아마 나만 그런 마음이 드는 게 아니리라. 젊음을 누려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살인자 누명을 쓰고 살았으니 그 분함과 억울함이 무죄 판결이 났다고 해서 풀어질까.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아닌 이상 밟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왜 안 생기겠는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그런 현실에 치가 떨렸으리라. 다행히 영화로 제작되어 대한민국 국민에게 세계인에게 무죄임을 확실히 공포하고 만민의 위로와 응원을 얻게 되었으니 조금이나마 보상 받은 게 되려라.
영화 재심은 2000년 8월 10일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 대한민국을 뒤흔든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재구성해 만든 작품으로서, 2013년과 2015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방영되었다. 목격자를 살인자로 뒤바꾼 이 사건은 법원의 재심 끝에 2016년 11월 무죄가 선고됐다. 재심은 2000년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한 택시기사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16살이던 목격자 최씨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수사과정의 불법 체포·폭행을 못 이긴 최씨는 범행을 자백하고 10년의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옥살이도 억울한데 근로복지공단은 살해된 택시기사측에 지급한 보험금의 원금에 이자를 더한 1억7000만원을 최씨에게 청구한다. 하지만 최씨는 출소후 또 다시 6년의 세월을 누명을 벗기 위해 싸웠고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한 허위 자백 등이 밝혀져 16년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기사발췌]
정우는 <히말라야> 이후 차기작으로 <재심>을 선택해 주목할 만한 행보를 이어간다. 정우가 맡은 변호사 ‘준영’은 돈 없고 빽도 없이 변호사 면허증 하나만 믿고 살아온 평범한 소시민이다. 누군가의 상처에 무감했던 한 남자가 ‘현우’(강하늘)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와 가까워지면서 점차 변해가는 모습은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할 것이다. 특히 ‘준영’(정우)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재심’ 사건의 전말은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여기에 정우 특유의 위트 있는 연기는 무거워질 수도 있는 소재의 영화에 쉬어가는 타이밍을 제공했다.
강하늘은 <동주> 이후 대한민국의 믿고 보는 청년 배우로서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 그가 맡은 캐릭터 ‘현우’는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평범한 목격자였지만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로 인해 용의자가 되고, 이후 살인자로서 10여 년의 감옥살이를 하게 되는 인물이다. 밝은 소년이었던 ‘현우’가 억울한 수감생활 이후 모두가 멸시하는 사람이 되어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되는 이 과정은 강하늘의 진심 어린 연기와 만나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 것이다. 세상이 모두 그를 외면했을 때, 믿어준 단 한 사람인 ‘준영’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 또한 영화의 백미다.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순임은 <재심>에서 관객들을 감동에 젖게 만드는 인물로, 감독은 누명을 썼던 피해자의 배경을 그대로 쓰기에는 큰 부담을 느꼈고, 그의 신분은 최대한 가리는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전북 부안에 머물던 김태윤 감독은 서해 갯벌에 매료 되었고 엄마가 갯벌 일을 하는 설정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김해숙 역시 시각장애인 설정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캐릭터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김해숙은 “수 많은 엄마 캐릭터를 맡아 왔지만, 이 엄마의 깊은 아픔을 표현하기가 유난히 힘들었다.”라며 심정을 전했다. 김해숙의 진심 어린 캐릭터 해석을 통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순임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저는 이 자리에 피고인을 변호하러 나온 것이 아닙니다. 15년전 대한민국 사법부가 한 소년에게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사죄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여기에 섰습니다"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피고인을 위해 법정에 선 변호사가 한 말이다. 최근 5년간 법원의 재심접수는 8791건이며 이중 2095명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심청구가 거절된 경우(4840건)를 제외하면 재심 개시 사건의 무려 53%가 무죄였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경찰·검찰의 강압 수사와 성과주의식 수사, 피고인 또는 공범의 자백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영화 촬영 당시 실제 박준영 변호사가 직접 촬영장을 방문해 배우들과 만나 응원을 보내왔고 또한 영화를 보는 내내 준영이라는 이름이 등장할 때 마다 깜짝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재심> 프로젝트는 제작에 돌입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재심 판결 확정 전인 것은 물론, 사건의 진범이 잡히지도 않은 상태였다. 이 사건을 취재하던 한 기자의 제안으로 영화화가 결정된 <재심>은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소재로, 제작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작진과 김태윤 감독은 단순 사실 과정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영화가 아닌 영화적 재미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를 선택했다. 대중적인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실존인물뿐만 아니라 허구의 인물들도 가미되었고, 캐릭터들의 전사는 더욱 풍부하게 살이 붙었다. 변호사 ‘준영’과 용의자 ‘현우’의 관계는 단순히 억울함을 달래주는 형과 아우 같은 관계가 아닌 서로 의심하고 팽팽하게 대립하는 관계로 긴장감을 조성했다. 여기에 사건을 복기하고 추적해나가는 과정은 스릴러 영화 못지 않은 몰입을 제공한다. 제작진과 감독의 이러한 노력 끝에 흥미로운 소재, 긴장감과 감동이 있는 스토리, 인간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재심>이 완성될 수 있었다.
돈 없고 빽 없는 벼랑 끝 변호사, 10년을 살인자로 살아온 청년
진실을 찾기 위한 두 남자의 진심 어린 사투가 시작된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택시기사 살인사건 발생!
유일한 목격자였던 10대 소년 현우는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한편, 돈도 빽도 없이 빚만 쌓인 벼랑 끝 변호사 준영은
거대 로펌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한 무료 변론 봉사 중
현우의 사건을 알게 되고 명예와 유명세를 얻기에 좋은 기회라는 본능적 직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현우를 만난 준영은 다시 한번 정의감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현우는 준영의 도움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믿어볼 희망을 찾게 되는데..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들 진심을 만나라. [↑제작노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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