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나에게는 없는 행복

智美 아줌마 2017. 1. 29. 22:30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어린 시절 설이 다가오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마을 전체가 활기차고 분주했다.

살림이 넉넉한 집이든, 옹색한 집이든 설은 모두에게 새 희망 같은 날이었는데

요즘은 세상 사는 게 너무 편해서 인지, 아니면 사는 게 너무 팍팍해서 인지,

설이든, 한가위든 명절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한다.

 

설이, 한가위가 변한 건 아닐 텐데, 우리의 마음이 변한 것일 텐데

명절이 예전 같지 않는 것도 우리가 그렇게 만든 것일 텐데

이젠 설도 한가위도 옛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나중엔 구전으로나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

 

예전엔 객지 생활하며 살다가 고향 집에 간다는 건 일 년의 목표 같은 것이었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 고향 간다는 희망으로 힘들어도 참고 견디며

그리운 부모 형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눈물을 삼키며 열심히 일해서

귀소 본능이랄까? 고향 가는 기쁨이 일 년 중 최고의 날로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삶도 윤택해지고 교통이 편리해지다 보니

고향 가는 것도 수월해져서 마음만 먹으면 당일에도 다녀올 수 있으니

이젠 고향을 생각해도 눈물로 그리워하고 가슴 절절함이 없게 된 것 같다.

아, 북한이 고향인 실향민이나 우리 세대 이상의 연배가 있으신 분은 아직도 고향 생각하며 눈물지으시겠지.

 

하지만, 명절도 고향도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나 고향이고 명절이든 함께 하지

그 집안에 어른이 돌아가시고 안 계시면 형제도 일가친척도 얼굴 보며 사는 게 녹록지 않다.

특히나 요즘엔 개인의 생활이 우선시 되다 보니 명절에 차례 지내고 고향 가는 것보다

자기 가족의 즐거움을 찾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니

많은 사람이 명절에 주어지는 연휴를 가족 여행으로 활용하려 계획 세우고 해외로 떠난다.

 

그런데 설과 한가위 명절에 부모, 형제, 일가 친척들과 함께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건지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깨닫게 되고 그래서 나이 들면 옛날 함께 했던 그때가 그리워지곤 한다.

아직 부모님께서 살아 계신다면, 여생이 그리 길지 않는 부모님이라면

아니다. 사람 앞날을 알 수 없으니 여생이 많이 남았다, 생각해도 갑자기 서둘러 떠날 수도 있으니까

가신 후에 애달프다 하지 말고 자식이 내 전부였던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에게는 부모님이 안 계시고 게다가 아이들도 결혼 전이라

북적대며 설을 보내는 남에게는 있는 행복이지만, 내겐 없는 행복이라 설이나 한가위가 되면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