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2무 2박 5일의 경주 여행의 프롤로그

智美 아줌마 2016. 9. 21. 14:25

오래전, 아이들 어렸을 때 경주 대릉원을 두 번인가 다녀오고 나서 다시 대릉원을 가고 싶어 일정표에 메모해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더는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아 떠난 2무 2박 5일의 경주 여행. 왕릉의 잔디가 가을이 되면 누렇게 변하기도 하고 강진에 유물 파손이 된 곳도 있다고 해서 서둘러 여행 일정을 잡았다. 남들은 경주에 지진이 일어났다고 다들 예약 취소한다는데 난 뭐냐? 위험에 빠질까 봐 취소하는 이 마당에 난 그곳을 간다니까 주변에서 다들 말류 한다.

 

그래서 그렇게 되면 정~말 안 되지만, "또 지진 나서 폭삭하면 어떻게 해? 멀쩡할 때 보러 가는 겨. 게다가 천재지변 사고당하면 국가에서 보상해주잖아. " 했다. 솔직히 농담으로 한 말이었으나 연일 지진에 관한 뉴스에 경주 시민들 걱정도 걱정이지만, 우리 문화재가 손실될까 걱정되었다. 경주시 전체가 유물 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 발굴도 하기 전에 땅이 뒤집혀 엎어져 버리면 어떻게 하나. 천재지변은 인간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게 기정사실, 운명에 맡기는 수 밖에 없지만, 제발 모두에게 무탈함을 빌며 출발한다.

 

 

경주는 가볼 데가 너무 많은 곳이라 한 번 가서 다 둘러보고 올 수 없어, 가능하면 시간 활용을 많이 하기 위해 KTX를 타고 갈까 했더니 KTX는 신경주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시내와 좀 떨어져 있어 대릉원과 가까운 경주역으로 가는 야간열차를 타기로 했다. 청량리역에서 밤 9시 13분에 출발하여 다음 날 02시 27분에 경주역에 도착하는 부전 행 열차로 지난번 무안 여행 때 야간열차를 타고 일로 역에 내렸을 때는 작은 읍이었지만, 그래도 경주역은 명색이 시니까 새벽에 내려도 사람 구경할 수 있겠지 하고 떠났다. 

 

그런데 역시나, 서울만큼 살기 편한 곳은 없는 것 같다. 경주가 시라고는 하지만, 그 새벽에 영업하는 곳은 없고 어쩌다가 한두 사람 지나다니는 정도? 새벽에 도착한 경주는 잠들어 있는 도시였다. 게다가 경주역에 도착하니 마지막 기차가 떠나자 경주역은 불을 끄고 문을 잠가 버린다. 인심 야박하다. 이 새벽에 도착한 승객들은 어쩌라고 문을 잠가 버리나. 몇몇 사람이 대기실에 앉아 있었는데 역무원의 입김으로 밖으로 다 내몰리고 그나마 아직 밖에 있어도 괜찮은 날씨지만, 겨울에는 어쩔 수 없이 숙소를 찾아가야 할 것 같다.

 

부전행 야간열차를 타고 구리시를 지나면서

상하행 전동차가 지나간다.

 

야간열차였지만, 그런대로 여러 사람이 함께 타고 있었는데 원주 지나 제천 도착하니까 얼레? 많던 승객들이 다 내리고 아무도 없다. woo ~ c 이젠 이 객차에 나 혼자 타고 가야 하는 겨? 일부러 편히 가려고 사람이 적은 1호 차 자유석을 예매했더니 그러잖아도 기차 탈 때마다 영화 부산행이 자꾸 떠올라 심기 불편한데 아무도 없다. 작은 소리에도 가슴이 쿵!! 그러나 돌아볼 수도 없었고 용기 내서 슬쩍 둘러 보면 아무 일 없이 평온하다. 코레일 앱에서 보면 1번 좌석이 예매 중인 걸로 나오는데 아무도 없네. 다른 칸으로 갔나? 아, 이럴 때 빈 객차 사진 한 장 찍고 가자고 앞으로 갔더니 맨 앞 1번 좌석에 머슴애 하나가 콘센트에 스마트 폰 꽂아 놓고 의자에 푹 파묻혀 앉아 있었다. 다행이다. 나 혼자가 아니었네.

 

 

경주역에 도착

대합실로 나가는 입구에 경주시의 캐릭터 금이와 관이 중 왕 차림의 관이가 방향을 가르키고 기념 촬영을 할 수 있게 트릭아트  그림도 있다.

소등 전의 경주역

 

경주시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잘 되어 있어 이번 여행엔 찜질방보다 역에서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그 새벽에 도착해서는 입소할 수 있는 데가 없다. 서울에는 24시간 영업하는 패스트푸드점이 많아 경주에도 있나 확인하였더니 다행히 경주역 근처에 맥도날드가 24시간 영업한다고 해서 그곳에서 두 시간 정도 있다가 움직이자고 찾아갔다.

 

영국에서 온 명품 애착 인형, 젤리캣 토끼인형은 아니지만, 맥도날드 찾아가는 길에 있는 침구류 판매점의 토끼 인형이 예뻐서 한 컷!!

 

아, 저기 맥도날드가 보인다. 유일하게 불이 켜진 점포다. 그런데 들어서니 어째 분위기가 영업 끝난 집 같다. 의자는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 어수선하다. 영업하냐고 물으니 알바생이 의자 내려줄게요. 하며 한쪽 테이블의 의자만 내려놓는다. 앉아있다가 보니 심야 시간에 죽치는 사람 때문에 의자를 올려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청량리역에 도착해서 김밥 두 줄 산 걸 기차 안에서 먹으며 내려왔지만, 출출하다. 그래서 7,500원 하는 버거 세트를 주문해서 먹고 있으니 왠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 가격이라면 차라리 번거롭더라도 찜질방을 찾아갈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때는 늦으리오. 다음 여행 때 참고해야겠다. 그리고 지난달에 스마트폰을 갤럭시7로 바꿨더니 배터리 사용하는 것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여분의 배터리를 여러 개 가지고 다니면서 교체하면 편한데 꼭 충전하려면 폰을 직접 꽂아놔야 해서 불편하다. 배터리팩이 있지만, 그래도 따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게 더 편하다.

 

그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으면서 네이버 뉴스 검색을 했더니 배터리 용량이 점점 다운돼서 알바생한테 충전 좀 할 수 있냐고 물으니 꽂는 데가 없다며 단칼에 거절한다. 직원들 폰 충전하는 콘센트가 있을 텐데, 게다가 영업집에 여분의 콘센트가 없을까. 두 번째로 경주 인심 야박하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 같으면 아니, 다른 여행지의 패스트푸드점을 갔을 때도 홀에 콘센트가 있어 쉬면서 충전하곤 했는데 사람 많은 시간도 아니고 있는 동안 대부분이 포장해가는 손님만 있었는데 잠깐 꽂아주면 안 되나? 쥔네가 그렇게 교육을 했나?

 

 

맥도날드에서 2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이제 밖으로 나와 대릉원 방향으로 걸어간다. 지도를 보니까 멀지 않은 곳에 대릉원이 있다. 그리고 쉼터 뒤 오른쪽의 고분이 노동동·노서동 고분군인데 신라시대 무덤 중 규모가 제일 큰 봉황대인데 어두워서 놓치고 말았다.

 

어? 저 집은 뭐지? 경주에는 문화재가 워낙 많으니까 대릉원 가기 전에 먼저 가보자.

 

아, 법장사라는 절이구나. 문이 열려있어 안으로 들어가 본다.

 

법장사 대웅전은 경찰서 부근에 있던 읍성의 옛 동헌의 일부를 옮겨와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문화재 관리가 안 되던 시절 많은 사람이 문화재를 임의로 가져가 사용하였으니 어느 집에 있는 석탑 하나가 귀한 보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문화재는 국가에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후손들에게 그나마 남아 있는 유물을 제대로 관리해서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2020년까지 읍성을 복원한다니까 기대가 된다.

 

 

 

 

그동안 여행 다니면서 민박이나 펜션 숙박은 찜질방이 없는 곳일 때 어쩔 수 없어 묵기도 하지만, 대부분 찜질방을 선호한다. 어차피 깊은 잠을 못 자니 넓은 공간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온탕에도 들어갈 수 있어  찜질방에서 묵는데 이번 경주 여행은 게스트 하우스가 많아 도미토리로 묵기로 했다. 여기저기 게스트 하우스를 검색하니 "경주 게스트 하우스"가 경주역을 나와 왼쪽에 바로 있어 가깝고 10인실 도미토리를 운영해서 그곳으로 이틀 예약했다. 그런데 10인실 도미토리도 실시간 예약 정보에서는 많이 예약된 상태인데 10인실은 운영을 하지 않는다며 4인실을 이용해야 한다고 해서 4인실로 예약을 했다.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하니까 예약자가 많아 그래도 지진 때문에 많이 취소했다지만, 경주 여행 가는 사람들이 많고 이곳 경주 게스트 하우스도 평이 괜찮은 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게 다 속임수라는 것을 직접 이틀 묵으면서 알게 되었다.

 

출발 전, 사이트에서 실시간 예약된 상태를 봤을 때 절반 이상이 예약된 상황이라 게스트 하우스에 묵으면 모르는 여행객과 정보 교환도 하고 경험담도 나눌 수 있다는 설렘으로 게스트 하우스를 선택했는데 절반 이상 예약된 사람은 어떻게 된 건지, 여자 여행객은 달랑 나 혼자, 남자 여행객도 달랑 한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게스트 하우스를 검색하다 보니 회비 2만 원인가를 내면 다른 여행객들과 삼겹살 파티를 한다는 곳도 있었는데 나야 술과 친하지 않다 보니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입소하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쥔장은 술을 먹어서인지 얼굴이 빨개져서 있고 그 남자 여행객과 삼겹살 파티하려는지 쥔네인지 누구인지 모르지만, 뚱뚱한 여자가 주방에서 안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여행객이 묵는 곳이라기보다 꼭 모텔에 묵는 숙박객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객이 하루 돌다 왔으면 어느 곳을 다녀왔느냐, 어느 곳이 좋은 데 그곳에도 가보라는 둥 뭔가 여행에 관한 한 마디쯤은 건네야 하지 않을까? 오면 오나 보다, 가면 가나 보다 객실 정해주고는 끝이다. 늙은 아줌마 혼자라서 홀대했나? 그리고 다른 게스트 하우스에는 수건이나 샴푸, 바디 샴푸 등 세정제가 비치되어있다던데 이곳은 비누 치약만 있다. 혹시나 해서 여행 다닐 때 가지고 다니는 세면용품과 작은 수건을 가져갔는데 가져가지 않았으면 낭패 볼 뻔했다.

 

그래서 둘째 날에는 돌아다니면서 돈이 아까워도 다른 게스트 하우스를 알아볼까도 고민했지만, 하루 더 묵으면 되는데 하고 말았으나 양동마을을 다녀와서 경주 게스트 하우스로 다시 갔더니 또 너무 조용하기에 오늘도 여자 예약 손님이 없냐고 물었더니 네 사람이 있다며 다 분산해서 방을 배치했다고 하기에 2층 여자 객실을 살펴보니 9시 넘은 시각인데 어느 방에도 사람이 묵을 흔적이 없고 남자 여행객도 없는 것 같았다.

 

여행객이 없으면 어떤가? 지진 핑계 대고 없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왜 거짓말을 하는지 불쾌했고 그날 밤도 여행객은 나 혼자 묵었는데 어떤 주인이 청소하고 관리하기 번거롭게 도미토리로 예약한 숙박객을 한 사람씩 독방 배치하겠는가 말이다. 경주 여행을 더 계획하고 있지만, "경주 게스트 하우스"는 다시 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 비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실시간 예약이 절반이 넘는 거로 되어있다. 예약된 여행객이 없는데도 많은 것처럼 뻥 치다니, 이 글을 읽은 분은 그런 자료 보고 현혹되지 말기를 바라며 다음에는 거리가 좀 떨어져도 여자분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를 선택할까 한다. 사람 나름이지만, 아무래도 더 자상하게 운영하지 않을까 해서다.

 

1층 로비, 이곳에서 여행객들이 아침에 토스트와 차를 먹을 수 있다.

 

어떤 게스트 하우스에는 쥔네가 직접 쨈을 만든 걸 준다는데도 있던데 여기는 1회용 쨈이 비치 되어있다.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정성 들여 만든 쨈을 여행객에게 대접하는 마음이 가상하지 않은가. 작은 부분일지라도 손님 대접을 정성으로 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에는 그런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가야겠다.

여행객들이 붙여 놓은 메모지들, 어떤 블로그에 가니까 쥔장의 부탁으로 이곳에 묵었던 리뷰를 올려 달라고 해서 올렸다는 글을 봤다.

2층 여자 객실 올라가는 복도에도 잔뜩 붙여있다.

 

내가 묵었던 4인실 도미토리 방, 어느 게스트 하우스도 마찬가지겠지만, 청소가 깔끔하게 잘 되어있어 이것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첫날 묵었던 방에서 다음 날에도 묵었는데 욕실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대충 치우고 나왔지만, 혼자 사용하고 또 쓸 방인데 설마 청소할까 싶었으나, 양동 마을 다녀와서 보니까 쥔장이 직접 청소하는 게 아니겠지만, 청소한 것 같았다. 그리고 세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게스트 하우스 이용이 편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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