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여행길에서의 기다림

智美 아줌마 2016. 4. 25. 21:07

운주사를 둘러 보고 이제 화순역으로 가서 순천으로 간다. 운주사를 나올 때 시각이 5시 40분이니 5시 5분 버스는 지나가서 다음 차 6시 35분 버스를 타야 하기에 부지런히 버스 정류장으로 나갔다. 얼레? 버스 승차장이 없네. 아까 들어올 때는 기사 어저씨께서 운주사 앞에 내려주고 또 버스가 운주사 앞에 정차한다고 했는데 정류장이 없으니 그냥 길 건너에서 기다리면 될까? 여행을 다니다 보면 버스 정류장을 많이 지나치지 않으면 태워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류장이 없는 곳에서 기다릴 때는 약간 불안하다. 그래서 버스 오는 방향으로 걸어내려간다.

 

버스 정류장으로 찾아가는 길에 등나무가 한껏 꽃봉우리를 달고 있는데 쉼터가 아니라 지저분해서 좀 아쉽다.

논 가운데 길목에 서 있는 아름드리나무가 예쁘다. 오른쪽에 푯말 같은 게 보이는 걸 보니 보호수인 것 같다. 쉴 수 있는 의자도 보이고,

 

 

걸어가다 보니 젊은 할배 두 분이 일을 하시기에 버스 어디서 타느냐고 여쭈어 보니 그냥 여기 앞에 서 있다가 버스 오면 타면 된다고 하신다.

그러다 안 태워주고 가버리면 어쩌냐고 하니 세워준다고 하셨지만, 바로 위에 식당이 보이기에 쥔 아짐한테 또 물어 보니까 조금 더 내려가면 큰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있는 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고 알려 준다. 와 ~ 나무 엄청 크다. 이제 여행길에서의 기다림이 시작된다. 버스가 오려면 3, 4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하지만, 다행히 주변을 둘러 보니 길 위에서의 기다림이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

 

버스 정류장 쉼터도 있고  옆에 정자도 있고, 길가엔 붉은 영산홍이 줄지어 있어 초록과 어우러져 참 예쁘다. 이곳까지 걸어 내려오길 잘했다.

느티 나무가 있는 용강리 버스 정류장

350년 된 도강면 용강리 보호수 느티나무가 잘 생겼다. 이런 나무를 보면 다시 한 번 더 살펴 보게 된다.

저 비각들은 뭐지? 느티나무 옆으로 나무 테크 길이 만들어져 있고 여러 개의 똑같은 비각이 길 따라 계속 있다. 내가 안내문을 놓쳤나? 없네.

 

 

 비각 사이에 십이지신도 있고,

 

 

차길 건너에 있는 영산홍을 좀 찍어 볼까?

앗!! 역광이다. 야 태양, 좀 비켜 봐. 싫다고 버티네.

 

태양, 도전장 받아라. 샷!! 에구 ~ 시커멓게 나왔다. 누가 태양한테 덤비나? 덤벼 봤자지.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왔다 갔다 하는데 318번 버스가 온다. 얼른 올라 타고는 "아저씨 화순역으로 가요? " 하니, 이 차는 광주로 바로 가는 차라며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라고 일러주고는 간 ~ 다.

 

 

그래서 조금 더 있으니까 앞차 아저씨가 말한 버스가 왔다. 여행 출발 전에 알아본 바라는 운주사에서 화순역으로 가려면 벽라교에서 내려야 한다고 해서 앞문 맨 앞자리에 앉아 화순역 가려고 하는데 벽라교에서 내리면 되냐고 물으니 벽라교에서 내리면 더 멀 텐데, 하며 그 전 정거장인 화순 공설운동장(나드리 노인 복지관) 앞에서 내리는 게 더 가깝다며 친절하게 알려주고는 내릴 때 걸어가는 방향까지 자세히 설명해줬다.

 

 

아, 그런데 이 나 잘난 여사, 멀리 화순역이 보이기에 기사 아저씨는 차 가는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 길 건너 직진해서 가다가 왼쪽으로 가라고 했는데 휙 둘러 보니까 왼쪽 밭길로 가면 더 가까울 것 같았다. 그렇게 똑똑한 척 걸어갔더니 뭐냐? 화순역 바로 앞에 도착했지만, 울타리가 쳐져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망했다. 되돌아 나가야 하나? 어디 개구멍이라도 없나? 하고 살펴보니 있다. 개구멍, 그런데 양심상 차마 개구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아파트 쪽으로 가면 화순역으로 가는 길이 있겠지 하고 갔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화순역으로 가는 길은 없었다.

 

화순역, 마음이 바빠서 스마트폰으로 찍었더니 사진이 안 좋다.

 

그렇게 약은 척, 잔머리 굴리다가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지는 꼴이 되었고, 그래서 오성 교차로에서 화순 군청 방향으로 되돌아 내려갔다. 그런 와중에도 눈에 들어오는 이정표, 계소리? 뭔 개소리? 지명이 재미있네. 날은 어두워져 가로등 불이 켜지고 초록 불 신호등에는 지나가는 차도 없다.

 

드디어 7시 10분쯤 버스에서 내려 돌아서 왔더니 화순역에 7시 25분에 도착했다. 이제 8시 4분 순천으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순천으로 간다. 역으로 들어가니 젊은 할매, 할배 네 분이 기차를 기다리고 계셨는데 낯선 사람의 방문에 다들 시선이 내게 꽂히고,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쳐다 본다. 웬 아짐이 다 저녁 때, 어두운데 배낭 메고 기차 타러 와 놓으니까 호기심이 생기나 보다.

 

↑순천 방향, ↓광주 방향

 

이제 기차를 기다리며 쉬면서 간식을 챙겨 먹는다. 광주 광천 터미널에서 곰탕 한 그릇 먹은 후 운주사 살피고 다니느라 챙겨 먹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으니, 스마트폰으로 예매한 표를 확인하고 역 앞에 마땅한 식당이 있나 봐도 없어 배낭에 있는 간식을 먹는다. 순천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순천역 옆에 있는 지오스파 찜질방으로 가서 오늘 하루의 피로를 풀고 내일 아침 일찍 선암사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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