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프로방스에서 점심을 먹고 내려와 이제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는다. 흔히 메타세콰이아라고 하는데 정식 명칭은 메타세쿼이아라고 한다. 돈 안 내고 몰래 들어가는 사람 취급받고 한바탕 된서리 맞았으니 매표소로 가서 그 할배가 강조하시던 돈 내고, 입장권 사서 들어간다. 매표소 직원한테 왜 입장료를 받느냐고 물었더니 전에는 관리하지 않았지만, 요금 징수하면서 군에서 관리하고 이것저것 만들어 놓았다고 하기에 뭘 얼마나 만들어 놨기에 입장료를 받냐고 되물었더니 호남 기후 변화 체험관하고 뭐하고 어쩌고저쩌고 한다.
그래, 뭘 얼마나 만들어 놓아서 길을 막고 돈을 받는지, 일단 들어가 보자. 하고 들어가니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오른쪽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옆에 물이 흐르는 수로가 있는데 전에는 많은 나무의 뿌리가 물에 잠겨 있어서 저 나무들 괜찮을까? 너무 오래 물에 잠겨있으면 뿌리가 썩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서 보니까 수로를 깊게 파서 물이 뿌리 아래로 흐르게 하여 놓았다. 그건 잘해놓았네.
그래도 그렇지, 메타세쿼이아 길이 유명해져서 찾아오는 관광객 수가 수십만 명일 텐데 그로 인해 담양 경제에 기여하는 게 얼만가? 오래도록 담양으로 관광객이 찾아오게 하려면 입장료를 받지 않아도 군에서 관리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죽녹원도 군에서 관리한다고 하니 담양군은 이 두 곳에서 나온 수익만 해도 어마어마하겠다. 그 돈 다 어디에 쓸까? ㅎㅎㅎ
자, 이제 입장료를 냈으니 당당하게 들어간다.
담양에 가로수 시범사업이 한창이던 1970년대 신문에 따르면 “‘메타세쿼이아’는 높이 35m, 지름 2m에 달하는 나무로 추위와 공해에 강해 가로수에 적합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때 부터 담양에서 30년을 같이 살았어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조용히 자라던 나무는 높이 20m를 넘는 큰 가로수가 됐고 많은 사람이 이 나무를 보려고 찾아오게 되었으며 이곳엔 487그루의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심어져 있다. 메타세쿼이아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사라져 화석으로만 존재했던 나무로 1940년대 중국에 집단 군락이 발견되면서 ‘되살아난 화석’이 됐고 이후 미국에서 품종개량을 거쳐 가로수로 사용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북 포항에서 화석으로만 발견됐지만 지금은 전국에 가로수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수로 정비를 해서 물이 낮은 곳에서 흐르지만, 그래도 메타세쿼이아에게는 그다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나 보다.
굴다리 갤러리, 많은 사람이 메타세쿼이아 길을 와도 대부분 사람들은 이곳을 들어가 보지 않고 그냥 숲길만 걷다 가는 것 같다.
밖에서 볼 때하고 느낌이 확 다르다.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나 드라마 장면의 사진과 메타세쿼이아 길의 사계절의 사진이 전시 되어있다.
사계절 모양을 바꾸는 메타세쿼이아 길. 봄에는 검은 가지에 푸릇한 새싹이 돋고, 여름에는 녹색 잎으로, 가을에는 붉은 빛을 띤 갈색 단풍으로, 겨울에는 가지에 하얗게 눈이 내린다. 계절마다 다르게 변하는 메타세쿼이아 길은 어느 계절에 와도 좋을 것 같다.
굴다리 밖으로 나가면 영산강 줄기가 나오는데 가물어서인지, 수풀이 우거져있어 물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다시 굴다리 안으로 들어온다. 어린 메타세쿼이아가 많이 심어져 있다. 워낙 잘 자라는 나무라고 하니까 10년 후에 오면 엄청 커져 있겠지?
알록달록 장승이 한무리져 서 있다. 지도에 보면 이 부근에 장승 공원이 있다고 되어있는데 설마 여길 말하나?
어린 나무 뒤로 노란 피크닉 바구니같이 생긴 호남 기후 변화 체험관 건물이 보인다.
길 따라 이런 쉼터가 많이 만들어져 있는데 곳곳에 사람들이 누워있다. 나도 한 채 차지하고 쉴까 하다가 오늘 여행 마무리 하고 서울 올라가야 해서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어른들이 누워있으니까 젊은 사람도 누워있다. 어떤 커플은 괜찮아, 저기도 다 누웠잖아, 하며 눕는다.
아직 개관 전인지 문이 닫혀있는 어린이 프로방스 미술관
하트 포토존
어떤 커플이 사진 찍어주길 부탁해서 몇 컷 찍어줬더니 고맙다며 나도 찍어주겠단다.
평일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그런대로 사진 찍가기 수월했다.
현빈 주연의 영화 역린은 경희궁 존현각을 세트로 재현했다. 현재 소실되어 경희궁에도 없는 전각으로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이곳에 만들어 놓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문이 굳게 닫혀있고 안에는 어수선하게 잡다한 것이 많이 있다. 입장료까지 받았으면 개방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옛 궁궐의 풍모를 재현하기 위해 심은 소나무가 왼쪽에 살짝 보이고 역린 주인공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서울 올라가야 할 버스 시간을 생각해서 이제 되돌아 나간다.
매표소 앞에서 찍은 건너편 나무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 아까는 제재를 받고 못 들어갔지만, 이젠 들어가 봐? 그냥 사진만 찍고 버스 타러 간다. 이제 집으로 가자. 담양에는 서울 가는 버스가 자주 없어 광주로 가서 고속버스를 타고 간다. 마음은 기차를 타고 싶지만, 무궁화호는 시간 맞추기 어렵고, 집에 갈 건데 KTX는 비싸고, 이젠 시간 아껴야 할 일도 없으니까 담양 터미널로 가서 광주로 간다. 지금 시각이 4시 10분이 넘고 있으니 터미널 가는 4시 25분 버스를 타고 담양 터미널에서 광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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