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빡센 지리산 산행을 다녀오자마자 3월에 조기 예매해둔 오페라 "리골레토"를 보러 예술의 전당에 갔다. 9시에 겨우 일어나 식구들 아침 챙겨주고 주섬주섬 빨랫감 뒤져 세탁기 돌리고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깨고 보니, 오후 3시가 되고 있었다. 보고 싶은 공연을 미리 조기 예매해두다 보니 공연 날을 피해 스케즐을 짜게 되어 오늘과 같이 이렇게 연달아 외출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된다.
지리산 산행 후, 몸이 많이 피곤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덜 힘들게 느껴졌지만, 경사가 심한 계단을 계속 올라가서인지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허벅지가 땅겨 나도 모르게 아이고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래도 생각보다 덜 피곤은 하였지만, 공연 시작하기 전 늘 3, 40분 이전에 도착해서 일찍 티켓팅을 하는데 오늘은 뭉기적거리다가 허벅지가 땅겨 빨리 뛸 수도 없어 공연 7분 전에 겨우 도착했다.
녹색 신호등을 기다리며
제7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프로그램
시간이 없어 티켓만 받아 바로 올라갔더니 화분이 먾이 있네.
제 7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리골레토 무대
커튼콜 촬영, 다음엔 카메라를 가져갈까?
공연을 마치고 펜 사인회를 하고 있는데 나는 갈 길이 멀어 바쁘다.
오페라 ‘리골레토’는 딸을 향한 아버지의 저주받은 사랑을 표현한 작품으로 궁정 어릿광대 리골레토가 자신의 하나 뿐인 딸을 유린한 만토바 공작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하면서 벌어지는 거짓과 배반에 관한 비극적 이야기다. 이탈리아 대 문호 빅토르 위고의 희곡 ‘일락의 왕’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이 무대에 올려졌을 때 프랑스 군주를 방탕과 타락의 모습으로 묘사한 이유로 공연은 금지되었다고 한다.
베르디는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배경을 프랑스 왕국에서 이탈리아 만토바로 바꾸고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전부 바꿨는데 당시 엽기적이거나 외설적이라고 여겨진 장면도 수정 삭제됐다. 처음 리골레토의 원제는 저주(La Maledizione)였지만, 이것도 이탈리아 정부가 국민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하여 주인공의 이름으로 제목이 바뀌게 되었다. 결국 이야기는 왕의 방탕함보다는 아버지의 비극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검열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리골레토를 마주하게 됐을지는 모르지만, 검열과의 타협으로 오늘날 베르디 중기의 3대 걸작이라 불리는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한다.
리골레토를 작곡할 당시 베르디는 주류 이탈리아 오페라와 비교할 때, 새로운 화성과 관현악법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특징은 아리아를 중심으로 극의 전개를 전달해 주는 레치타티보 세코 대신에 일관된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혹은 2중창 등이 연속되어 나오는 ‘쉐나(scena)’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오페라에서 아리아가 자치하는 비중은 2중창보다 적은 수로 비중이 줄어듦으로써 조역들이 다양하게 극에 참여하게 된다.
리골레토는 비극적 스토리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유명하다. 여자의 마음을 홀리는 만토바 공작의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 학생으로 변장한 공작과 질다의 사랑의 2중창 ‘사랑은 영혼의 태양(E il sol dell'anima)’, 공작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질다의 서정적인 아리아 ‘그리운 그 이름(Caro Nome)’, 리골레토가 사랑하는 딸 질다가 납치를 당함을 알고 가신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부르는 ‘저주받은 가신이라는 종족(Cortigiani, vil razza dannata)’등 유명하다.(기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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