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경포도립공원 경포 해변

智美 아줌마 2016. 2. 28. 21:00

경포 호숫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경포 해변에 닿았다. 바닷가 쪽은 들리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어렸을 때 가족 여행에서 다녀간 후 처음일 것 같은 딸을 생각해서 해변 쪽으로 갔다. 오래전엔 이곳 솔밭이 지금보다 훨씬 넓었던 같은데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솔밭 사이사이에 돗자리를 깔고 텐트를 치고 그렇게 여름을 즐겼는데 바다는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주변은 인위적으로 많이 변했다.

 

돌고래 등을 쓰담쓰담 해주고 해변 쪽으로 간다. 너도 바다로 가고 싶지?

돌 사이를 너무 벌려 놓은 것 같다. 반만 좁혀줬으면, 그러니까 사람들 그 사이에 들어가 사진 찍는다고 화초 다 밟아 놓지. 별 걸 다 신경 써요.

 

 

짱구 태어나기 전, 우리 딸, 네 살 때 처음으로 둘이 여행 다니면서 이곳 경포 해변엘 왔었다. 걸음마 겨우 때고 들어간 유치원이 방학이라 그때는 인형 뽑기나 먹거리 파는 판매점이 즐비해서 둘이 다니며 인형도 뽑고 먹거리도 사 먹으며 다니던 추억이 있던 곳인데, 깔끔하게 단장 되어 변해 있다. 세 돌이 되지 않은 네 살배기와 지금 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뚜벅이 여행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타박타박 잘 따라 다니다가도 이글이글 대는 햇볕에는 힘들다고 인상 쓰면 가끔 배낭 어깨 위에 앉혀 목말 태우고 동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내려가는 여행을 했다.

 

그때는 카드 CD기가 없던 시절이라 일주일 여정에 부산까지 돌다 보니 여비가 달랑달랑 겨우 서울 가는 기차 요금과 싸가지 간식 사줄 정도 남게 되어 부산에서 기차 타고 올라가는 중에 대구역에 정차해 있는 동안, 잠깐 내려서 플랫폼에 있는 공중전화로 밴댕이한테 전화했다. 역무원 아저씨께서 편히 통화하라고 기다려 주셔서 서울역으로 데리러 나오라고 통화하고는 바로 앞에 있는 다른 칸으로 승차했고 역무원 아저씨는 내가 승차하자 바로 수신호로 기차를 출발시켰다. 그래서 싸가지가 있는 칸으로 이동하는 중에 기차는 출발해 서울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몇 칸을 지나 우리 좌석이 있는 객차 문을 여는 순간 객차 안이 난리가 나 있는 게 아닌가. 우리 딸, 우리 엄마 기차 안 탔는데 기차 간다고 비명에 가깝게 울어대는 바람에 승객들이 딸 아이 달래느라 모여 있었던 것. 우리 엄마 안 탔으니까 기차 가면 안 된다고 기차 세워 달라고 어린애가 어찌나 똑 부러지게 말을 하던지 엄마인 나를 보고 다들 안도하며 한 마디씩 건네고 각자 자리로 돌아갔던 추억이 있었다. 경포 해변에 오니까 그때 일이 새록새록 생각나고 많이 그리워진다. 그때 그 꼬마가 서른이 훌쩍 넘어 머지않아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어가고 있으니 세월 참 많이 흘렀다. 아, 그 시절에는 찜질방이 없어 딸과 민박과 여관에 묵으면서 여행을 했다.

 

경포 분수 광장

우리 딸, 뭘 보고 있나? 나도 가까이 가보니까 ↓아래 안내 글을 읽고 있다. 이 설치물은 달을 형상화한 것이구나.

 

 

바닥에 이런 글이 있는 것을 보니까 분수 광장이네. 다른 글이 어디에 있나 찾아보고 둘이 마주 서보기도 했다. 물은 나오지 않지만.

소나무와 다섯 개의 달을 형상화한 설치물

 

 

 

 

우와 ~ 엄청 길게 높이 뻗은 이 건 뭐야? 가까이 가서 보니까 조명 같다. 모래사장에 드문드문 줄지어 몇 개가 있다.

 

 

작은 배 한 척이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니 왼쪽에 있던 갈매기가 화들짝 놀라 날갯짓을 하고 

그걸 보고 있던 가운데 갈매기도 놀라 푸드득 날갯짓을 한다.

북쪽으로 사근진 해변, 순긋 해변이 있는 방향

 

 

 

 

 

 

남쪽으로 강문 해변과 송정 해변 안목 해변이 있는 방향, 오른쪽에 흰 기둥으로 보이는 게 강문 솟대 다리인 것 같다. 봄에 다시 가면 가봐야지.

 

경포 해변을 둘러 보고 나니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 지났다. 아침을 순두부 전골로 든든히 먹었지만, 발품 팔며 다니다 보니 출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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