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딸과 함께 한 정동진 여행

智美 아줌마 2016. 2. 27. 11:36

한 달 넘게 꼼작 않고 집에만 있었더니 체중만 늘고 움직일 때마다 아이고 소리만 난다. 1, 2월에는 보고 싶은 공연도 없어 더 나다니지 않았더니 정말 좀이 쑤신다. 눈 많이 온 곳 찾아가려고 했더니 몸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정동진이나 다녀오자. 얼레? 기차표가 매진이네. 그래도 주말에 가야 사람 구경 좀 할 텐데 깜깜한 새벽에 정동진역에 내리게 되니까 사람이 너무 없으면 겨울 밤바다가 더 쓸쓸할 것 같다.

 

나도 늙은 겨? 북적대는 게 싫어 대부분 평일에 혼자 다니면서 쓸쓸한 걸 생각하게? 기차표가 있는 날로 그냥 출발하자 했는데 어라? 반환표가 들어왔네. 얼른 한 좌석 예매했더니 통로 쪽 좌석이다. 생각날 때마다 코레일에 들어가 확인했더니 창가 쪽 좌석이 또 하나 반환된 게 있어 얼른 잡아 놓고 먼저 좌석을 취소하려니까 왠지 아깝다. 그래서 거절당할 걸 생각하고 싸가지한테 문자를 보냈다.

 

 "정동진 갈래?" "언제?" 오잉? 엄마 혼자 가할 줄 알았더니 갈 것 같은데? "금요일 밤차 타고"  "그럼 언제 오는데"  "일요일이나 토요일" 아싸!! 낚였다. 모처럼 가는데 토요일에 돌아오면 섭하지, 일요일 저녁에 귀가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짰다. 그런데 가스나, 3.1절 징검다리 휴일이라 월요일에 월차 냈다고 해서 잘 됐다. 우리 속초, 고성까지 올라갔다 오자, 극락암 정오 스님도 뵙고 오게 했더니 싫다네.

 

어쨌든 1박 3일 일정이라도 딸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좋다. 그런데 일출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출발했지만, 가다 보니 눈발이 날리고 제법 쌓이는 지역도 있었다. 눈이 오려면 펑펑 내리고 그렇지 않으면 맑아야 할 텐데 어째 느낌이 우중충할 것 같다. 가는 동안 활짝 개 우리 딸에게 멋진 일출을 보게 해주고 싶은데 날씨가 안 도와주네. 전에 태백산 일출 보러 갔을 때도 눈이 왔는데 다행히 최상의 멋진 일출을 본 후에 눈이 내려서 다행이었지만 작년 가을 설악산 대청봉을 오를 때는 천불동 계곡으로 올라가는 동안 계속 비가 내렸고 운무가 산마루에서 많이 내려오지 않아 예쁜 단풍 숲과 운해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싸가지, "엄마랑 어디 가면 꼭 뭐가 와." 한다. 그래도 남들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설악산 일출과 태백산의 멋진 일출을 봤잖아, 하고 응수했다. 평범하지 않았던 날씨로 인해 더 기억되는 여행이 되었을 테고 이번 정동진 여행도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밤새 달려온 기차는 04시 30분에 정동진역에 도착, 여전히 눈발은 날리고 있고 좁은 대기실에서 북적대며 있어야겠네, 했더니 한쪽에 넓은 맞이방이 만들어져 있다. 예전 생각하고 딸 추울까 봐 무릎담요와 넓은 목도리까지 챙겨 갔는데 다행히 날씨가 포근해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어두운 밤에는 철길 쪽은 위험해서 개방하지 않는다고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기에 얼른 몇 컷 찍고 맞이방으로 갔다.

하트 포토존을 새로 만들어 놓았네. 아, 오늘 해뜨는 시간이 7시라고 안내문도 있고. 그런데 해뜨는 걸 볼 수 있을까?

 

여전히 정동진역은 변함없이 예전 모습 그대로다. 헐고 새로 짓지 않아서 다행이다. 새로운 것도 좋지만, 이젠 옛 것이 그리울 때가 더 많다.

예쁜 조명도 설치해놓아서 원하는 각도로 찍고 싶었는데 택시가 줄지어 서 있어서 비켜 찍었더니 "역"자가 가렸다.

 

정동진역은 영동선에 있는 기차역으로 옥계역과 안인역 사이에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볼 때 정동쪽에 있다하여 정동진으로 이름 지어졌으며,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철길과 해변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천혜의 명승지가 되었다. 1962년 11월 6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뒤, 같은 달 11일 역사를 준공하였다. 이후 여객과 화물 수송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인근에 강릉광업소를 비롯한 많은 탄광이 밀집해 있어 열차수송이 활발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인해 이 지역 인구가 2,000명 미만으로 줄어들면서 1990년대 초부터는 열차가 거의 운행하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1995년 텔레비전 드라마 《모래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촬영의 배경이 된 정동진역 일대도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이 때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정동진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자 1996년 1월 여객취급 업무를 잠시 중지하고 구내 모양을 변경해 이듬해 3월 15일부터 업무를 재개하였다. 이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해 지금은 해돋이를 보면서 미래를 약속하는 젊은 연인들의 언약식 장소이자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탈바꿈하였다. 드라마의 힘이 대단하다. 아마 드라마 덕을 가장 많이 본 곳이 정동진역이 아닐까?

 

새로 옆으로 달아 만든 맞이방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서울에서 강릉 구간 고속철 공사로 인해 현재 청량리발 강릉행 여객은 정동진까지, 화물은 안인까지 운행한다. 강릉을 오가는 승객의 편의를 위해 강릉역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셔틀버스 대기실도 있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어둡지만, 바다로 나가 본다. 캄캄하니까 동굴로 들어가는 것 같네. ㅎㅎㅎ

 

썬크루즈에 불이 켜져야 정동진 야경이 예쁜데 언제 켜지지? 그런데 물가에서 난리다. 사내 녀석들이 이 겨울에 물에 들어가는 장난을 하는 게 아닌가. 발을 담그더니 나중엔 아예 물속으로 들어갔다며 야단법석이다. 그러더니 여벌 옷이 없다며 어떻게 하느냐고? 사내 녀석들이란 에효 ~

 

 

 

눈은 그쳤지만, 해가 떠오르는 것은 볼 수 없었고 그래서 모래시계 공원 쪽으로 갔다. 싸가지 대학생 때 짱구랑 강쥐 짱아를 데리고 넷이서 정동진을 다녀온 후 싸가지는 이번이 처음이니까 벌써 10년이 더 지난 것 같다. 그래서 싸가지도 정동진 간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고한다. 짱구도 같이 갔으면 했는데 취준생이라 4월에 있을 시험 준비로 누나랑 다녀오라고 해서 아쉽게 둘이 가게 되었는데 새삼 세월이 참 많이 흐른 것 같다. 나는 2011년 강릉에 100년 만에 폭설이 내렸을 때 눈 구경한다고 와서 심곡마을, 금진항까지 헌화로를 걸어갔는데 정말 그때 눈이 많았다.

 

 

어라? 무지개 기차네. 정동진 시간 박물관이다. 9시 개관이라 들어가 보지 못 했는데 입장료가 성인 6천 원, 청소년 5천 원, 어린이 4천 원이라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물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청소년에게도 부담되는 금액이다.

 

 

 

 

사진 좀 찍자고 해도 싫다고 하니 저런 모습이라도 살짝 찍고, 세월 지나고 나면 사진으로나마 남기지 않으면 지금의 모습을 볼 수 없을 텐데, "어렸을 때 전국 해안 일주 여행하면서 정동진 바닷물에 들어가 멸치 잡던 거 생각나?" "응" "회로 먹으면 안 된다고 어떤 아저씨가 말하는 바람에 도계 가서 멸치를 기름에 볶았더니 머리만 남아서 나중에 도계 장에 가서 왕새우 사다 튀김 해먹었잖아. 회로 먹어도 된다는데 말이다"

 

정동진 시간 박물관

 

정동진 밀레니엄 모래시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시계라고 한다.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여 1999년 12월에 완공되어 2000년 1월부터 가동되었고 모래가 다 떨어지려면 1년이 걸린단다. 즉, 2000년 1월 1일에 회전했다면, 다음 회전 날짜는 2001년 1월 1일에 회전한다. 일반 모래시계와 달리 둥글며, 레일위에 놓여있다. 둥근 모양은 시간의 무한성과 동해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상징하고, 레일은 영원한 시간의 흐름을 의미한다. 또한 모래시계의 유리면에는 우리의 전통적 시간 단위인 12간지가 새겨져 있다.

 

 

아이고 ~ 아가씨 추워요. 누가 옷 좀 갖다줘요.

 

 

 

요트 타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어국이라는 횟집과 카페도 같이 썬크루즈에서 운영한다고 한다. 횟집 가격은 2인 기준 8만 원~13만 원

예전엔 주변 식당에서 흘러 보낸 오수로 인해서 지저분한 물이 흘렀는데 오늘은 깨끗하다.

여서낭당

 

짱아 데리고 넷이 왔을 때 썬크루즈 스카이라운지에서 식사를 했는데 짱아를 애견 케리어에 있게 했더니 낑낑대서, 식사하는 내내 문을 열어줬다 닫았다 행여 사람 눈에 띌까 봐 그랬던 일이 생각날 때면 가끔 아이들과 그때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 짱아가 13살이 되었고 작년 3월에 첫 째인 심탱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니까 요즘 짱아의 둔한 행동을 보면 짱아도 머지않아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다.

 

해뜨는 것은 보지 못 했지만, 어찌 되었든 정동진의 해는 보고 가네.

작은 등대가 있는 정동 포구, 예전에 포구까지 들어갔다 나왔는데 지금은 공사 중이라 못 들어가게 막아놨다고 해서 되돌아 나간다.

 

 

 

 

저 두 사람 가고 나면 사진 찍으려고 기다렸더니 계속 배낭 정리를 하는 지, 무얼 하는 지, 그런데 정동 포구 쪽으로 다녀올 때까지도 계속이다. 하는 수 없이 있는 그대로 찰칵!! 나중에 하슬라아트월드 가려고 버스 정거장에 있는데 그제야 버스 타러 온다. ㅎㅎㅎ

 

정동진 해시계의 다른 방향

 

 

 

 

버스 정거장 옆의 서낭당, 하슬라아트월드와 등명낙가사를 가기 위해 버스 정거장으로 간다.

112번 09시 18분 버스를 타고 하슬라아트월드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