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에 도착해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서 터미널 가는 길에 있는 함평 향교를 다녀온 후 용천사로 갔다. 작년에 용천사 꽃무릇을 보러 갔을 때 꽃이 만개한 후 시들고 있었기에 조금 아쉬운 마음에 올해는 일주일 앞당겨 가게 되었는데 뭐냐? 꽃무릇의 만개된 풍경을 상상하면서 갔더니 꽃무릇 공원 쪽에는 거의 다 피어있었지만, 용천사 절 주변의 꽃은 절반도 피지 않고 봉오리를 맺은 상태였다. 에구 ~ 이번에도 때를 못 맞추거야? 용천사 입구에 도착해서 종무소에 전화해서 절 아래 공원에 와있다고 말씀드리고 공원을 둘러 보고 용천사로 올라갔는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니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었다.
나, 수전증 있는 거야? 꽃무릇 사진 찍는 게 여느 꽃 사진보다 찍기 어렵다는 걸 이 초보도 알고 있지만, 어찌된 게 사진마다 초점도 안 맞고 흔들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흐린 날씨에 날도 저물고 있고 또 사람들 오기 전에 피해 빨리 찍으려고 서둘렀던 게 문제이었던 것 같다. 전문가가 볼 때는 건질 것 하나도 없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즐거움을 가지고 기록 사진을 찍어 오는 것인데 이번 사진은 정말 아니어서 사진 정리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 보고 또 봐도 상실감만 들었다. 에효 ~ 그래도 다녀왔으니 기록은 남겨야지. 내년에 다시 가지 뭐.
작년에 갔을 때는 공사 중이라 위쪽 공터에 임시 터미널로 사용하였는데 이번에 가니까 깔끔하게 완공이 되어 있다.
용천사가 가까워지자 길가에 꽃무릇이 줄지어 피어있다. 버스 안에서 순간 포착. ㅎㅎㅎ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항아리들
광암 저수지의 용 분수대, 처음 저 용을 봤을 때 왜 그렇게 무서워 보이던지, 얼굴이 무섭게 생겼나? ㅎㅎㅎ
꽃무릇은 석산이라고도 하는데 일본에서 들어왔으며 절에서 흔히 심고 산기슭이나 풀밭에서 무리지어 자란다. 열매를 맺지 못하고 꽃이 떨어진 다음 짙은 녹색의 잎이 나오는데, 이 잎은 길이가 30∼40cm로 다음해 봄에 시든다. 절마다 꽃무릇 축제, 상사화 축제를 앞다투어 개최하지만, 상사화와 꽃무릇은 다른 꽃이다.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해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점은 같지만, 상사화와 꽃무릇(석산)은 생리적인 특성도 다르다. 상사화 꽃이 연한 분홍 주황, 연노랑색인 데 비해 석산 꽃은 붉은색으로 꽃 색도 다르다. 이처럼 서로 다른 꽃이지만 언뜻 보면 꽃 모양이 상사화와 꽃무릇이 유사해 보이고, 두 꽃 모두 같은 수선화과인 데다가 다른 이름마저도 상사화가 ‘개가재무릇’이고 석산이 ‘가을가재무릇’으로 유사하여 혼동을 줄 수 있어서 그럴 거라고 한다. 그래도 엄연히 다른 꽃이라는 것.
꽃무릇은 꽃이 무리 지어 핀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으로 꽃에 독이 있어 가까이하면 눈에서 피가 날 만큼 독성이 강해 ‘눈에피꽃’이라고 부르는 지방도 있고 ‘상여꽃’이라 하여 아이들의 접근을 막는 지방도 있다. 그리고 절에 꽃무릇이 많은 이유는 꽃무릇 뿌리에 있는 독성 때문이라고 한다. 코끼리도 쓰러뜨릴 만큼 강한 독성분으로 인도에서는 코끼리 사냥할 때 독화살에 발라 사용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찰과 불화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해왔다. 절집을 단장하는 단청이나 탱화에 독성이 강한 꽃무릇의 뿌리를 찧어 바르면 좀이나 벌레가 꾀지 않는다고 한다.
광암 저수지 왼쪽 공원에 핀 키다리 맨드라미
노란 소국도 있고
비비추도 한자락 차지하고 피어있다.
다시 광암 저수로 내려간다.
산 그림자가 물에 비추니 단풍이 예쁠 때는 정말 물반영이 멋지겠다.
아, 저 남자, 스마트폰으로 뭘 보는지 지나가고 나면 찍으려는데 도대체 자리를 뜨지 않아 포기.
이제 나도 둑길을 걸어 볼까나?
아고 ~ 귀여운 녀석, 붉게 무리 지어 피어있는 꽃무릇 꽃대 사이로 짚신나물 노란 꽃이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피어있다. 그려, 그렇게 사는 겨.
나무 테크 길, 작년엔 없었던 것 같은데 . . .
닥풀꽃, 꽃이 무궁화, 부용화, 하와이무궁화, 황근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같은 아욱과 식물이지만, 다른 꽃은 무궁화 잎과 비슷하게 생겼고, 닥풀 꽃은 길게 갈갈이 찍어져 있어 구분하기 쉽다. 수박풀 꽃도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식물에 비해 키가 작고 잎도 닥풀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전에 없던 소 한 마리
하트 설치물도 없었는데 . . .
얘들아, 잘 있었니?
꽃무릇 공원 한 바퀴 다 돌았다. 왼쪽 둥근 돌다리를 건널 수 있어 용 가까이 갈 수 있는데 짙은 물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 무서워 작년에 돌면서 괜히 건넜다고 후회했기에 올해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전에 강원도 화천 산소길에서 물 위로 난 통통다리 건널 때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서 꽁지 빠지게 건너던 게 생각난다. 난 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지 않으면 무섭다. ㅎㅎㅎ
가설 무대, 작년에 어느 단체가 아침부터 와서 난리도 아니었는데, 솔직히 절 밑에서 마이크로 떠들고 춤추고 술판 벌리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허가를 받고 하는 건지는 어쩐 건지는 모르지만, 내가 불자가 아니라도 보기엔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
연로하신 아버님과 같이 온 아드님 사진 찍어드리고 나도 한 컷 부탁해서 인증 샷!! 두 분이 같이 찍어주겠다고 하니까 처음엔 괜찮다고 하시기에 지나고 나면 사진 밖에 남는 것 같다고, 특히 울 엄니 가시고 나니까 같이 찍은 사진 한 장 없어 많이 후회 되어서 아버님과 같이 추억 하나 남기시라고 찍어 드렸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 모시고 나온 아드님이 당연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한 게 아니기에 대견해 보였다.
어라? 그런데 내 팔에 쇼핑백이 걸려 있네. 뭐지? 여행 다니면서 쇼핑백을 왜 들고 다닌 거여? 사진 정리를 늦게 하다보니 기억도 가물가물하네.
뭐지? 뭐지? 한참을 머리를 굴리니 기차 안 카페에서 스님 드린다고 호두과자를 산 것이었다. 에구 ~ 확인해 보니까 이번엔 기차를 타고 갔네.
참나, 이렇게 기억력이 둔해질 수 있는 건가? 멍청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미쳐부러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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