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줘도 몰라서 못 먹어?

智美 아줌마 2014. 9. 4. 20:49

평택 아이 면회 가려고 부지런히 나가는데
길바닥에 앉아서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것을 풀어 보려고 씨름을 하고 계신
할매가 눈에 들어오기에 다가가서


"할머니, 제가 풀어 드릴까요?"
"괜찮아요. 다 풀어 가. " 하신다.
꼭꼭 매진 매듭을 풀어 보니

송편 한 팩과 햇반 3개와 3분 카레 3개, 도시락 김도 달랑 3개가 들어 있다.


"얻으신 거예요? "
"응, 복지관에서 추석이라고 떡하고 줬어. " 하시며
햇반 한 개와 3분 카레 한 개를 건네 주시며

"나 이런 거 어떻게 해먹는지 몰라, 집이도 가져가 해먹어 봐. " 하신다.


"할머니, 이건 전자레인지가 있으면 데워 드시면 돼요.
전자레인지가 없으면 찬밥 데워 먹듯이 냄비에 물 붓고 넣어서 데워 드시면 되고요. "
"그렇게 해먹으면 돼? 난 이런 거 먹어 본 적이 없어 몰라." 하신다.


그렇다, 명절이라고 복지관에서 어르신께 기부 물품을 나눠 주셨나 본데
혼자 사시는 독거 노인일 경우에는 전자레인지가 없는 분이 많을 것이고
인스턴트 식품을 사다 드실 만큼 여유 있는 분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저런 식품을 나눠 드리는 것은 그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체에서 기증한 물건이라면 모르지만, 아니 기업체에서도 저런 식품을 주는 것은
어르신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 아니지. 이런 생각하는 자체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사는 게 녹록지 않은 사람이 많은 현실에서
기부가 점점 줄어든다고 하니 뭐든 기부하겠다고 하면 그저 고맙고 좋을 따름이지
품목까지 따질 처지는 아니겠지.


어쨌든 빨리 경기도 살아나고 해결되지 않은 사건 사고도 빨리 마무리 되어
고향을 그리는 마음같이 평화로운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아침 일어나  (0) 2014.10.21
여친들의 서래섬 소운동회  (0) 2014.09.15
멍 때리고 사는 나  (0) 2014.09.01
은행나무의 황화 현상  (0) 2014.08.22
지금도 마로니에는   (0) 2014.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