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멍 때리고 사는 나

智美 아줌마 2014. 9. 1. 22:30

나이 들면 깜박깜박한다며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는 나이가 되었다.
어렸을 때는 나는 늙지 않을 것만 같았지.
많은 사람이 철없을 때는 그렇게 착각을 하고 성장한다.

 

아, 진짜 왜 늙는 거야? 젊은 모습 그대로 예쁘게 살다 가면 안 되는 건가?
훗날 의학이 더 발달해서 노화를 멈추게 하는 물질을 개발하여
모든 사람이 탱탱하게 젊음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좋기만 할까?


아마 윗사람 아랫사람 구분이 안 돼서 위계질서가 깨지거나 혼란이 올지도 몰라.
그래, 오래 살면 사는 대로 순리에 거슬리지 않게 늙어 가는 것이 좋겠다.

 

어제는 친구 딸 결혼식이 있었는데
친구들한테 결혼식장에서 보자고 문자까지 보내 놓고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잠이 올 때 바로 잠이 들어야 하는데 그 때 바로 잠이 들지 못하면 밤새 뒤척뒤척
가만, 8월 31일에 잔치가 있었는데 새벽 6시 반이 지나서 불현듯 생각난 친구 딸 결혼식

 

미친다. 미쳐, 결혼식이 12시 30분인데 언제 자고 외출을 하느냐고?
그래도 다행이지, 결혼식 시간 지나서 생각났더라면 어떻게 되었겠냐?
그렇게 뒤척이다 한두 시간 눈을 붙였나? 털고 일어나 결혼식에 다녀왔다.

 

그런데 오늘 9월 1일 첫 월요일에 20년 넘게 유지해오고 있는 모임이 있는데
그것도 깜박하고 집에서 딴짓을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지금 어디세요?"
"집에 있지. 왜??? 아차차 나 어떻게 해. 깜박 잊고 있었어."
"그런 것 같아서 전화 드렸어요. 빨리 준비하고 오세요. "

 

전에도 한 번 잊어버리고 있어서 연락 받고 허겁지겁 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또 잊어버리다니 나 왜 이러니?
그런데 깜빡이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고 대학로에서 만나기로 해서
지하철역으로 가면서 역 앞에 도착했는데도 난 내리지 않고 창밖을 보고 가다가
얼레? 나 전철역에 내려야 하는데 지나쳤네. 다음 역에서 내려야겠다.

 

오 마이 갓!! 다음 역으로 갈 거라는 생각에 그냥 앉아있는데
버스가 좌회전하는 게 아닌가
에구에구 ~ 망했다.
탄 버스는 좌회전해서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고 나오는 걸 깜박하고 그냥 있었던 것,
얼른 좌회전하자마자 내려 다시 길 건너가서 나가는 버스를 타고 전철역으로 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깜박하며 사는 우리 이야기가 화두였는데
"지난번엔 내가 잊어버리고 연락받고 나왔잖아. 우리 나이엔 다 그래. "하며
우리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며 우리뿐만 아니라 요즘 사람들이 자신이 멍하다는 말을 한다며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니까 사회가 전반적으로 침울한 분위기여서 그런지
멍 때리고 산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나 자신도 내가 왜 이러지? 멍하니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자고 일어나면 어디서 무슨 사건이 발생하고 무슨 사고가 나고
맨 들려오는 소리가 사건 사고니 귀가 번쩍할 정도로 기쁜 일이 마구마구 일어나야 좋을 텐데
그러면 힘들어 고통받고 있는 사람에게나 우리에게도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될 텐데
언제 그런 좋은 소식이 막 전해질까?

'내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친들의 서래섬 소운동회  (0) 2014.09.15
줘도 몰라서 못 먹어?  (0) 2014.09.04
은행나무의 황화 현상  (0) 2014.08.22
지금도 마로니에는   (0) 2014.08.22
오늘은 내 귀빠진날  (0) 2014.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