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남설악 탐방센터) → 대청봉 → 소청 대피소 1박 → 봉정암 → 오세암 → 영시암 → 백담사 → 용대리
설악산 단풍이 한창 물들어 내려오고 있어 법정 탐방로 중에 안 가본 코스로 단풍 보러 가기 위해 동서울 터미널에서 7시 30분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 걸려 오색에 도착하였다.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5Km, 전에 이 코스로 올랐을 때 여러 산객들에게 물어보니 5시간 정도 걸렸다고 했지만, 그해 내가 갔을 때는 양쪽 다리가 번갈아 가며 쥐가 나서 정말 힘들게 대청봉에 올라갔다.
서울에서 바로 양양 낙산사로 갔다가 12시쯤 양양에서 오색으로 와서 대청봉을 올라가게 되었는데 가장 짧은 거리로 대청봉을 올라갈 수 있는 코스이다 보니 등산로는 경사가 심하고 계단이 많아 거북이인 나는 빨리 올라가지도 못하는데 다리까지 쥐가 자꾸 나서 걸을 수가 없었고 시간이 갈수록 산객들은 다 내려가고 올라가고 인적마저 끊겨 어두운 산길을 혼자 올라가게 되었다.
처음 한계령에서 대청봉에 올라갈 때도 끝청 지나서부터 날이 저물기 시작, 어두워져서 중청대피소에 도착한 경험이 있어 밤 길이라 무섭거나 두려운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대피소 직원과 중간중간 연락을 취한 상태라 걱정은 안 되었으나, 그래도 조금은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그렇게 힘들게 대피소에 도착하니 밤 8시 반이 되고 있었는데 관리소 직원이 나를 보자마자 걱정은커녕 "이렇게 늦게 오면 어떻게 해요? 전화 연락도 안 되고, 하산 한 걸로 생각하고 대피소 예약 취소했어요." 하며 버럭 질이다.
참 어이없는 상황에 열 제대로 받아서 "올라오는 중이라고 전화 통화 3번을 했고 마지막 통화할 때는 대청봉 600m 지점인데 다리에 쥐가 자꾸 나서 걷기가 힘들어 늦어지고 있다고 했거늘 대청봉 다 올라와서 그 시간에 어떤 미친 인간이 하산을 하느냐고? 산객 혼자서 올라오는 중이라고 했는데 밤이 깊어졌는데도 도착을 하지 않았으면 걱정을 해야지, 아니 찾아 나서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꼭 사고 난 후에 찾겠다고 뒷수습하겠다고 난리 칠 거냐고?" 한바탕 퍼부어 댔더니 "누구랑 통화를 했느냐고? 통화 한 사람이 없다고 . . ."
기가 막혀서 핸폰의 통화 시간을 찾아 확인시키니까 옆에 서서 다투는 것을 계속 보고 있던 다른 직원이 그제야 "나랑 통화했나?" 비겁한 인간이 자기랑 통화 했다고 안 나서고 있다가 통화 내용 내미니까 그제야 통화했나? 통화 했다고도 아니고? 그런데 거기서 안 끝났다. 또 다른 직원이 소등시간이 되가니까 얼른 요기하고 담요도 챙겨 가라고 하면서 하는 말 "대피소 이용 취소 안 되었으니까 마음 풀고 힘드니까 얼른 쉬라고 ..."
이 사람들이 사람 갖고 노는 거야? 뭐야? 한 사람은 취소되었다고 버럭 질을 하더니 또 다른 사람은 취소 안 되었다고? 취소되었다고 해도 내가 대피소 포기하고 나갈 사람은 아니지만, 관리소 직원들의 유치한 대처를 보니까 국립공원 관리소 직원이 뭐 큰 권력자라도 되는 양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국립 공원 산과 산객들의 안전 관리를 하는 게 자신들의 소임이지, 걱정은커녕 늦게 왔다고 자기 마음대로 취소했니? 마니? 그런 식으로 큰소리 치면 되겠느냐고? 에이 ~ 인제야 속풀이 좀 했다. ㅎㅎㅎ
이번 산행은 대청봉까지 5Km, 시간적 여유 있게 출발하게 되어 편하게 앉아서 간식도 먹고 쉬엄쉬엄 쉬면서 올라갔다. 산행 계획을 세울 때 총 거리 Km을 보고 1Km당 1시간 소요될 것을 예상하고 시간 계산을 하는데 그렇게 하면 오르는 시간은 더 걸리 게 되지만 내려올 때는 덜 걸리 게 되어 얼추 비슷하게 예상 소요 시간과 맞게 산행을 하게 된다. 그래서 5Km니까 5시간, 그것도 오르는 코스니까 추가로 1, 2시간 더 소요될 것을 예상하면 대청봉에는 5시 전에 도착하겠고 다시 소청 대피소까지 내려가려면 6시 전에는 산행을 마칠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생각할 때는 "뭐가 그렇게 많이 걸려? 기어가?" 하겠지만 나, 거북이니까 기어간다. ㅎㅎㅎ
이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가파른 산행이 시작 된다.
길을 잘 만들어 놓았지만 대부분 돌길과 계단이라 더 힘들고 오색 코스는 숲으로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멋진 설악산 조망은 기대하기 어렵다.
산부추
아고 ~ 얘 이름이 생각 안 난다.
투구꽃은 세계적으로는 중국 동북부, 일본, 러시아 우수리 지역 등지에 분포하고 뿌리에 강한 독이 있는데, 초오라고 하며 약재로 쓴다.
투구꽃 씨방이 생겼는데 닭발?
숲으로 올라가는 오색 코스는 단풍이 그리 많이 물들지 않아서 조금 실망스러웠다고나 할까?
이곳에 산객들이 모여 앉아 쉬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네. 그럼 나라도 잠시 쉬어 갈까?
푸를 靑, 靑 푸른 단풍
산발한 것 같은 얘는 뭐니?
생각보다 오색으로 올라가는 내내 단풍이 빨갛게 물든 나무가 그리 많지 않았다.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2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생각보다 덜 걸렸었는데 나머지 구간 올라가면서 너무 헤작거리고 올라갔나보다.
대청봉이 가까워 지니까 설악산 다른 산줄기들이 간간이 보여준다.
우와 ~ 뿌리가 뱀들이 모여 엉겨붙어 있는 것 같다. 그런가? 내 생각만?
드디어 중청의 하얀 볼이 보인다. 기상 관측소와 통신 기지국인데 2012년 말, KT는 경유로 작동하는 유류발전기로 LTE 중계기를 중청봉에 설치하여 KT 직원들이 매달 두 차례씩 헬기를 띄워 중청봉에 경유를 공수하고, 직원들도 날아가 설악산 대청봉 LTE 기지국의 장비들을 점검 하는데 2013년 1월 중순에는 2대의 와이파이 접속 장치까지 설치했다고 한다.
그래서 설악산 대청봉에서도 LTE로 영화 등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또 데이터 이용량이 많은 등산로 안내 소프트웨어(앱)를 와이파이로 접속해 산에서 조난을 당하지 않고 무사히 길을 찾거나 수시로 일기 예보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 . .
설악산에 오를 때 자주 보는 사스레나무, 해발고도 900∼1,700m 산정 부근에서 자라는 아산고대 식물이다.
사스레나무
산 그림자도 지고 내 그림자도 지고 . . .
아, 이제 대청봉에 다와 간다.
양양이라네. 대청봉이라네.
야호 ~ 대청봉 도착했으니 인증 샷!!
이제 소청 대피소로 내려 간다.
중청으로 빛 내림이 무지갯빛으로 아롱져 가득하다.
중청 대피소에 잠깐 들려보고 다시 소청으로 내려 간다. 이번 산행은 봉정암으로 해서 오세암으로 넘어 가기 위해 소청 대피소에서 묵었다.
소청으로 가면서 본 대청봉과 중청 대피소
왼쪽 맨 뒤에 봉우리가 신선봉, 북설악으로 포함 되어 있지만 금강산 줄기이고 그 앞 가운데 울산바위
신선대 마루에 햇빛이 작렬하다. 곧 넘어 가네. 빨리 내려 가자.
이제 소청 대피소에 도착했는데 어둠이 짙다. 저녁 밥 먹고 내일을 위해 쉬어야지. 소청 대피소는 새로 지어서 깨끗해서 좋다.
소청 대피소에서 1박을 한 후 아침 일찍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봉정암으로 내려간다.
변함없이 잘 버티고 있는 바위 위의 돌들
멋진 바위 아래 봉정암이 보이네.
아이고 ~ 옆에 쓰레기 봉지까지 차고 . . . ㅎㅎㅎ
봉정암
봉정암 사리탑
오세암으로 가는 길도 만만잖네. 4Km나 되네. 정말 만만잖은 길이였다. 얼마나 가파르게 오르내리게 하던지 . . .
왼쪽 돌길로 내려 가는데 초반부터 가파르기 짝이 없다.
줄까지 잡고 내려 가라고 하네. 이런 길은 불공 드리러 봉정암에 오시는 할매들 정말 대단하시다.
쑥부쟁이와 사촌인 벌개미취
두 손을 모아 다 합장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봉우리들
한참을 가파르게 내려가게 하더니 모처럼 착한 길이 나오네.
물줄기도 보이고 . . .
에구 ~ 오르락 내리락 가파르게 훈련을 시킨다. 에고 ~ 힘들어라.
또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도 어찌나 가파르던지 . . .
올라갔으니 또 내려가야지.
나 찾아 봐라.
아직도 멀었네. 2.5Km나 남았네.
아, 진짜 계단이 나오면 겁난다. 마냥 올라가라고 하니까. ㅎㅎㅎ
이 계단 정말 죽인다. 올라가고 또 올라가고 또, 또 올라가고 . . .
나무가 갈라진 채 나이를 먹었네.
이제 1.1Km 남았다. 조금 더 힘을 내고 . . .
드디어 오세암이 보인다. 아침 7시 전에 일찍 출발했더니 11시 조금 넘어 오세암에 도착
어라? 못보던 건물이다.불자들 쉼터라고 되어 있던가?
애기 동자 이야기가 전하는 오세암 동자암
범종루로 새로 지은 것 같다. 지난번 마등령을 넘어 왔을 때 없었던 것 같은데 . . .
벌개미취
이런 객사가 더 있었는데 헐고 빈터로 남아 있었다. 단풍철에는 몇 백명을 수용하였다고 하던가?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영시암으로 간다. 이 연등은 사시사찰 달아 놓는가?
이 나무도 기억이 나네.
이 길도 생각나고 . . .
꽃향유는 가을에 꿀벌에게 꿀을 제공하는 밀원식물이며, 어린순은 나물로 식용한다. 한방에서 감기·오한발열, 두통, 복통, 구토, 설사·전신부종,·각기, 종기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쓴다. 요즘에는 신약 개발이 잘 되서 민간에서는 쓰지 않겠지만 . . .
오세암으로 바로 계속 올라가면 마등령, 봉정암에서 수렴동 계곡으로 내려오면 이곳에서 만난다.
영시암에 산객들이 무료 공양을 먹고 있다. 나도 한 그릇 얻어 먹고 바로 출발 . . .
산국
백담 계곡을 끼고 계속 내려 간다.
백담사 앞의 돌탑들
백담사에서 용대리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 왔다.
전에는 없던 "추억의 백담사" 노래비와 작은 공원이 생겼다. 이런 노래도 있었나?
다알리아
드디어 용대리 버스 승차장에 도착, 동서울행 4시 버스를 바로 타고 올라왔다.
버스 안에서 본 동강
서울이 가까워지니 해가 지기 시작하더니 노을이 진짜 멋지게 불탄다. 아름답지만 버스 안이라 이 정도 촬영 밖에 못하고 . . .
이렇게 1박 2일 설악산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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