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설악산 귀때기청의 분풀이

智美 아줌마 2014. 5. 24. 01:22
몇 년 전 강릉 여행길에 준비도 없이 처음 설악산에 올랐다.
공포의 808계단을 올라야 하는 설악산 울산바위, 평지 여행 중이라 그것도 운동화를 신고서 . . .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나? 아무것도 모르는 채
신흥사에 들를 계획으로 설악동에 들어갔다가 흔들바위까지 1시간이면 올라간다고?
그럼 흔들바위까지 올라가 보고 갈까? 그렇게 해서 처음 설악산에 오르게 되었다.
어렸을 때 친정 오라버니가 직장 동료들과 설악산 가서
흔들바위 보고 왔다고 사진을 찍어 와서 사진으로 보고 직접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흔들바위에 도착하니 울산바위까지가 또 1시간이면 간다고 되어있어
그래? 1시간쯤이야, 하고는 울산바위까지 올라가게 되었는데
그때만해도 산행은 하지 않았을 때여서
공포의 수직 계단과 바위 길을 보니 아찔해서 가슴이 벌렁벌렁
그렇다고 성격상 포기는 안 되고 끝장 보자 하고는 올라갔다가
초주검이 되어 내려오는데 올라가는 시간보다 내려오는 시간이 더 걸렸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상상이 가겠지? ㅎㅎㅎ
그리고 울산바위를 다녀오고 2년 후 속초 여행 갔다가 또 들린 설악산
비선대에서 마등령을 넘어 백담사까지 . . .
여행 중에 가게 되어 물이나 먹거리도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로 겁도 없이
또 설악산에 올랐다 깔딱 깔딱 숨넘어갔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후로 설악산이 자꾸 눈에 아른거려 법정 탐방로 한 코스 한 코스 가다 보니
드디어 이번 서북 능선 귀때기청을 끝으로 설악산 법정 탐방로는 다 밟게 되었는데
마지막 관문인 귀때기청을 다녀온 사람들의 자료 검색을 해서
어느 정도 정보를 얻고 갔지만, 막상 내가 산행하면서 정말 정 ~ 말 힘들었던 코스였다.
귀때기청 코스는 보통 남자들은 8, 9시간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워낙 거북이 산행을 하는 나는 전날 오색으로 들어가 민박을 하고
새벽 3시에 콜택시를 불러 한계령으로 가서 산행을 시작하였는데
한계령 ~ 한계령 삼거리 ~ 서북 능선 ~ 귀때기청 ~ 대승령 ~ 장수대 총 13km 
14시간이 걸려 완주하였으니 내 산행 기록을 경신하였다.
작년 공룡능선 산행 때보다 귀때기청 산행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쉬는 산객들과 얘기하니 정말 공룡능선보다 더 힘들다고 말들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산객들이 이렇게 고약한 산행이 될 거라는 예측을 못 하고 와서
다들 물이 부족해서 더 지치게 된 것 같다.
정말 두 번은 가기 힘든 코스로 내려와서도 산행 중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 
머리가 흔들어질 만큼 위험이 많이 있는 산행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준비 잘하고 
다녀오라 말하고 싶을 만큼 설악산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코스인 것 같다.
어느 산객이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 이렇게 아름다운 설악산을 보는데 쉽게 보여주겠냐고 . . .
대청, 중청, 소청 삼 형제에게 귀싸대기 맞고 우리 산객들에게 분풀이하는 것같이
애를 먹인 귀때기청 살면서 가장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산행이 될 것 같다.
그리고 한계령 삼거리 오르기 전에
할매와 같이 온 젊은이가 발을 삐끗했다고 길 가운데 앉아 있기에
오지랖 넓은 내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준비해간 파스와 소염진통제를 나눠주고
너덜겅을 지나면서 행여 나도 삐끗할 것에 대비해서
무릎 보호대와 발목 보호대를 가져갔는데
발목 보호대 한 짝을 그 젊은이에게 줬더니 한결 발을 딛기가 편하다고 . . .
그런데 문제는 당시에 내 오른쪽 발목이 약간 불편해 보호대를 하고 산행을 하였는데
너덜겅을 지나면서 휘청 ~ 왼쪽 발목을 살짝 삐끗하게 되었다.
발목 보호대는 오른쪽에 한 것 하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그냥 강행
그래서 깨닫게 된 것은 일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늘 혼자 산행하는 나이기에
여분의 응급처치물이 있는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주면 안 되겠다는 것
대부분 다른 사람들은 일행이 있으니까 대처할 수 있지만
난 그런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 나 스스로 해결을 해야 되니 
마음 불편해도 베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 3시 한계령 등산로 철책문이 열리자 꾸역꾸역 밀려들어가는 산객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벌써 인산인해였다. 해드랜턴의 길잡이를 따라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그 새벽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철문 통과 108계던 오르는데만 30분은 걸린 것 같다. 나는 뒷전에 밀려 있다가 천천히 출발한다. 어차피 그들과 함께 할 수도 앞 설 수도 없는 거북이니까. ㅎㅎㅎ 저 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대청봉에 오르는 사람들이고 오늘 귀때기청엔 산악회 3군데서 온 산꾼들과 개별적으로 온 몇 팀들뿐이였다.

 

 

한계령 등산로 입구에 있는 위령비는 1973년 준공된 설악루와 도로공사 건설 중 희생된 108명의 군장병들의 추모와 명복을 빌기 위해 108계단을 만들고 당시 군단장이였던 김재규 중장이 위령비를 세웠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의 이름은 지워져 있지만 한계령 위령비는 전적 기념물로 육군 제1862부대 공병대(제12보병사단)에서 관리하고 있다.아, 이런 사연이 있었던 계단이였구나. 이 한계령 길을 닦는데 108명이나 되는 젊은이들이 부모 형제 곁을 떠나고 말았다니 한 계단 오를 때 마다 그분들의 명복을 빌어보자.

 

랜턴의 불빛을 받은 산철쭉, 기대하지 않고 갔는데 철쭉이 너무 예쁘게 피어있었다.

1시간쯤 오르니 파랗게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한다.

 

 

아우들과 함께 대청봉에 오를 때 본 나무, 기억이 난다.

한계령 코스도 오색 코스 못지 않게 가파르고 계단이 많아 초반부터 진을 빼놓는다.

바람을 타고 새벽 안개가 산자락으로 흐르고 . . .

 

 

2시간 넘게 올라가니 드디어 귀때기청과 대청봉 가는 길이 나뉘는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오징어같이 생긴 바위?

이제 본격적으로 귀때기청으로 가는 길로 들어간다.

나무 문도 통과하고 . . .

진입하자마자 돌길로 울퉁불퉁

겨우 600m왔다. 그런데 이곳 이정표는 뒤죽박죽 거리가 틀린게 여러 개가 있어 그럴 때마다 더 힘빠지게 하기도 하였다.

이런 흙길을 잠시 . . .

가운데 바위에 빨간 페인트로 화살표를 그려 놓은 것을 보며 내가 길을 만들며 가야 한다.

드디어 서북 능선의 너덜겅이 시작 되고 . . .

아주 크고 작은 바위들이 어떻게 이런 산꼭대기에 널부러져 있는지 미스테리하다. 사람이 다이나마이트로 폭파한 것도 아니고 . . .

사진으로는 작게 보이지만 바위들이 큼직큼직한 게 널려 있는데 바위 틈 사이로 빠지면 구출 되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너덜겅을  테일러스 지형이라고 한다.

 

설악산 등산 코스 중에 이곳 서북 능선 귀때기청의 풍경이 가장 멋진 것 같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귀때기청을 너머 대승령을 가면서 계속 점봉산을 향해 가게 되어 있으며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 중청, 소청, 화채봉, 용아장성, 공룡능선 . . . 등의 멋진 모습도 보며 간다.

 

 

 

너덜겅을 지나 모처럼 흙길이 나와 좋아라 했더니 보이는 게 다 였다는 . . .

다시 돌길이 나오고 . . .

 

 

원래 귀때기청에 가려던 것이 이 털진달래를 보기위함이였는데 올해는 5월 5일에 설악산에 눈이 와서 꽃봉오리들이 냉해를 입어 피지도 못하고 시들게 되어 예쁜 모습을 볼 수가 없다고 했지만 나이 한 살 더 먹으면 먹을 수록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거라는 생각에 그냥 가게 되었다.

 

 

밧줄과 긴 알미늄 봉을 방향삼아 바위를 타고 올라야 되는데 바위 하나 하나 딛는게 녹록치가 않았다. 수틱이 미끄러져서 몇번을 휘청하고 반대로 내 몸이 휘청 중심을 잃을뻔 한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는데 그때마다 스틱이 중심을 잡아줘 나를 지켜주기도 해서 특히 귀때기청에 오를 때는 스틱과 넉넉한 물 준비가 가장 중요하였고 너덜 지역이 4km정도나 되서 스피드를 낼 수도 없어 체력 소모와 시간이 많이 소요 되었다.

 

 

털진달래 꽃은 보이지 않고 빨간 잎만 무성하게 자라있다.

에구에구 ~ 봉우리를 하나씩 넘고 또 넘는다. 귀때귀청 산행이 힘들거라는 생각은 하고 출발하였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앞길이 구만리다. 이런 돌산을 서너 개를 넘는다.

 

귀때기청까지 갔다 온다는 산객이 조금 더 올라가면 400m이정표가 있다더니 한참을 가니까 400m이정표가 나온다.

 

예년같으면 털진달래가 빨갛게 피어있었을텐데 아쉽지만 그래도 멋진 풍경을 보며 만족해했다.

 

 

드디어 귀때기청에 도착, 어느새 아침 8시 반이 넘어가고 있다.

 

대승령을 향해 가면서 뒤돌아 본 귀때기청

 

 

아고 ~ 앞에 또 너덜 지역 봉우리가  버티고 있다. 이곳은 바위 덩어리가  작아서 오르기가 한결 수월했다.

후덜덜 ~ 벼랑 끝에 이렇게 길이 나있는 곳이 여러군데 있어서 자칫 휘청 했다가는 시체도 못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효 ~ 겨우 1.2km밖에 안 왔다니 대승령 3km정도가 되어야 그나마 길이 좋은 편인데 아직 몇 번을 힘들게 봉우리를 넘어야 된다.

 

곧 무너질 것 같은 바위 아래 난 길로 지나간다.

 

 

저 멀리 귀때기청과 사람들이 서 있는 가운데 바위산을 넘어 왔다.

붉은 병꽃 옆 뽀족 바위를 넘어가면

앞으로 또 넘어야 될 산이 버티고 있었다. 에구구 ~ 도대체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되나?

오잉? 착한 길이? 그런데 그것도 잠시 . . .

그렇게 힘들게 넘어왔건만 아직도 1.7km

뒤에 보이는 산이 점봉산, 점봉산 앞까지 가야 장수대다.

 

내가 서 있는 곳 뒤가 벼랑이라 엉거주춤 스틱도 가까이 짚지도 못하고  . . . 겨우 인증샷 한장 건졌다. ㅎㅎㅎ

또 이 바위길을 기어 올라가야 한다. 발을 딛기가 불편해 절절 . . .

저 사람들 가는 길을 나도 가야 된다. 저 너덜길을 . . .

 

아이고 ~ 반가운 흙길이 나왔다.

양쪽에 박새들이 군락 져있는데 여름에 올망졸망 예쁘게 필텐데 . . .

작년 6월 23일 공룡 능선 산행 때 마등령에서 찍은 박새꽃

 

 

 

사진으로 보기에는 안전해 보여도 막상 계단을 오르려면 오금이 저린다.

내가 넘어왔던 산들 . . .

벼랑에 기대 서있는 계단,  여러번 후덜덜 사람 잡는다.

계단 위에 올라가 내가 왔던 곳을 바라보니 왼쪽에 보이는 너덜겅이 있는 봉우리와 맨 뒤 귀때기청이 보인다. 많이 넘어왔다. 

 

또 수직으로 서있는 계단을 만난다. 이 계단은 계단도 아니다.  이 계단 넘으니 1,408봉의 죽음의 계단이 버티고 있었으니 . . .

1408봉 죽음의 계단이 멀리 보인다. 한 계단 한 계단 조심조심 올라가야 했는데 뒤돌아 볼 수도 없고 옆으로 게걸음으로 올라갔다.

줌으로 당겨 본 1408봉

몸집이 큰 사람은 통과하기 힘들 것 같은 나무 사잇길

드디어 도착했다. 1408봉 죽음의 계단

 

죽음의 계단 위에서 본 내가 왔던 산봉우리들

이런 ~ 또 계단이  . . . 벤다 여러번 잡았다.

계단에 올라와 다시 돌아본 풍경

앞에 보이는 봉우리들을 다 넘어왔다. 산객들이 서있는 곳도 . . .

 

 

이 바윗길도 기어 올라갔다.  발 딛기가 힘들어 . . . ㅎㅎㅎ

나무가지 터널

에효 ~ 이제부터 길이 좀 수월해진다.

 

 

 

관중들도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설마 한 나무가 아니겠지?

 

길이 편하지만 그래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을 하고 . . .

 

 

 

대승령 방면에서 온 산객이 이제 내려가는 길만 있다고 하더니 왠걸? 이렇게 가파르게 내려가는 계단과 또 오르락 내리락

이 바윗길을 또 넘으니 . . .

내려가는 계단이 또 있는데 다리는 진작부터 내 다리가 아니다. ㅎㅎㅎ

 

드디어 대승령에 도착하였다. 4시가 넘고 있었다.

재작년 옥영이와 함께 단풍 보러 대승령에 왔을 때 이 길을 올라갔었는데 길 잘 만들어 놓았다 했으나 지친 몸으로 내려가자니 힘들었다.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로 꼽히는 대승폭포는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피서지로도 유명하다

 

 

드디어 설악산 귀때기청 산행을 종료한다. dg는줄 알았다.

장수대 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