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왜 왔어요? 황당한 질문

智美 아줌마 2013. 6. 23. 23:42

내가 왜? 어째서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어?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이렇게 푸념 섞인 말을 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대부분이 삼가해야 되는 음식이고
먹고 싶다고 다 먹어서도 안 된다하니
그렇잖아도 습관적으로 끼니를 잘 안 챙겨 먹는 편인데
이것 먹지 마라, 저것 먹지 마라
에효 ~ 사는 게 재미없다. 재미없어.

그러고 보니 벌써 당뇨병 진단 받은지 1년이 되어 간다.
약 처방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진단 당시 워낙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열흘 입원 치료하고
약 처방을 받게 되었다.

그러다 작년 년 말부터 대학 병원으로 다니게 되었는데
막상 대학 병원을 다니다보니 동네 병원에 다니는 것보다
진료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큰 병원 큰병원에 가야 된다는 말을 하는구나
그랬다. 나도 양쪽 병원을 다녀보니 그 차이를 느끼게 되니
진료비가 비싸도 대학병원을 선호하게 되더라는 것이지.
그러나 그렇다고 내 맘대로 대학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1차(병상 30~100개 이하) 병원이나  2차(병상 100개 이상)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의뢰서를 받아야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나도 2차 병원에서 의뢰서를 받고 대학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으뜸인 대학 병원 의사도 사람인지라
실망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더라는 것이지.
이 까칠한 성격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반기를 들었다.

3월 정기 검진 받으러 갔을 때 진료 상담하면서
"도대체 먹으면 운동하러 나가야 되고 그렇지 않으면 당수치가 올라가니
이런 생활이 회의감이 들 때가 있더라" 하고 말을 했더니
"그럼 운동 하기 힘들면 약을 더 높게 처방해줄게요." 한다.

"아니 약을 더 높게 처방을 하면 어떻게 해요?
아니예요. 약은 지금 그대로 처방 해주세요."
"운동하기도 힘들다, 약도 올리지 마라 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되요?"
"그래도 약은 올리지 마세요. 내가 운동을 할테니까요." 하고 돌아왔다.

이 의사는 산부인과 주치의가 예약을 해준 의사였는데
여의사여서 처음에 바꾸려고 하다가 그냥 진료를 받은 것이었다
난 여자들의 특이성 기질을 싫어하기 때문에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약국에 들려 처방전대로 약을 받으면서 의사가 그러더라는 말을 하니까
"에구 ~ 약을 올리면 안 돼죠. 힘들어도 운동하세요."

"그렇지? 환자가 그렇게 말을 해도 지금 잘 하고 있으니까 힘들어도 운동하세요."라고
말을 해야지? 그치? 그런데 약을 올려 준다잖아.
그 말을 들으니까 어찌나 실망스러운지 . . .

어쩌면 남은 평생 진료 받으러 다녀야 될지도 모르는데 . . .
그래서 굳이 특진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까
내분비 내과 의료진 프로필 검색하고 겸사겸사 해서
다른 과 진료 보러 갔다가 담당 의사를 바꾸고 5월 정기 검진을 갔다.

그런데 첫 진료 상담 때
"왜 왔어요?"
첫 질문에 순간 어이가 없어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진료 받으러 왔죠." 하니
"어디가 안 좋아서 왔어요?"
"진료 기록들 있으니까 보세요." 하니 그때서야 진료 기록을 살펴 본다.

참나 . . .
대학 병원 의사들이 왜 저래?
정말 실망스러워 마음이 답답한 채로
약국에 약 처방을 받으러 갔다.

"ㅉㅉㅉ 이런 ~ 이번엔 코드가 붙었네요."
응? 무슨 코드?
V252 코드가 붙어서 약값 부담금이 30%에서 50%로 올라갔어요.
그게 왜 붙어?

고혈압 당뇨같은 만성질환자들은 1, 2차 기관에서 진료를 받게 하기 위해
대학 병원에 다닐 경우 약값 부담을 더 하게 한다는 것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왜 하필 의료진 바꾸자 바로 코드가 붙냐고?
가지가지 실망스럽게 하네.

생각할 수록 짜증나고 만사가 다 귀찮은 게 의욕 상실이 되고
이렇게 살아야 되는 내 생활에 정이 뚝 떨어지는 게
운동이고 식이요법이고 체크하는 것도 다 싫어졌다.
아무 것도 하기 싫어졌고 신경 쓰며 사는 것도 상실감에 빠졌다.

그런데 다음 주 월요일 또 정기 검진을 가야 되는데
날짜가 가까워질 수록 머릿 속이 복잡하고
이대로 진료 받으러 간다는 게 마음 불편했다.

그래서 담당 의사 선생님께 내 생각을 편지로 써서 보냈다.
선생님과 첫 진료 상담 받던 날
다른 과 선생님들은
앞에 환자들과 상담하시다 미처 진료 기록을 확인 못하셨다고
잠시만 기다리라고. 진료 기록 좀 볼게요. 라고 하셨지
선생님같이 진료 기록도 안보시고 왜 왔어요 하신 분은 안계셨다고 . . .

그래서 내가 대학병원 진료 받으러 다니면서 세번째로 실망스러운 날이였으며
특정 기호 V252가 붙어 약값 부담금이 높아진 것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였다.

내가 몇 년전 지혈이 잘 안 되어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았고
게다가 약물에 예민한 체질이라고 해서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도 되지만
대학병원에서 관리를 받는게 더 나을 것 같다고 해서 계속 다니고 있는데
선생님 진단대로 특정기호를 붙이셨으니
동네 병원에 다니라고 하시면 내분비 내과는 그쪽으로 다니겠으나
그외 정기적으로 진료 받고 있는 다른 과는 계속 대학병원에 다닐 것이라고 했다.

욕을 먹든 말든 불이익이 생긴다고 해도 할 말은 해야지
진료 상담할 때는 시간이 짧으니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없으니 어쩌 . . .
그런데 어제 저녁에 바꾼 담당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편지 잘 받았다고 마음 상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고 하시면서
왜 왔냐고 물어본 것은 왜 의료진을 바꿨냐는 뜻으로 물어 본 것인데
설명이 부족했다고 본인 불찰이였다고 미안하다고 사과 하신다.

그리고 특정 코드 붙은 것은 공단에서 당뇨, 고혈압같은 만성 질환자들을
1, 2차 병원 진료로 유도하라고 해서 붙인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나같이 특이 사항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예외를 둘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니
그렇긴 하다고 하시며 월요일 진료 때 보자하고 끊었는데 문자가 들어온다

"환자분은 항상 저희의 스승이십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 . .
이런 문자까지 받고나니 미안해지고
짧은 진료 시간에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마음 속에 담아 놓고 서로 오해하고 있는 것보다
풀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까
담당 의사를 바꾸는 것은 의사들 사이에 그런 환자를 좋게 보지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황당하게도 "왜 왔어요?" 라고 했던 것이고
특이 사항이 있어 대학병원에 간 나한테 괴씸 죄로 특정 코드를 붙인 게 아닌가 싶었다.
뭐,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 . . ㅎㅎㅎ

2013년 6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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