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 산 산에서 나무들이 자라고 . . .
딱 한 달 반만에 한 산행이다.
봄이 가기 전 우이동에서 북한산 원통사를 거쳐 방학 능선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산철쭉에 마음을 뺏기면서 한 우중 산행 후
다음 주 계획 중인 설악산 공룡 능선 타기 전에
몸풀기 산행을 하려고 간 북한산이였는데
그 산이 그럴줄 정말 몰랐다.
북한산은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산이면서
많은 산행은 하지 않았지만 그나마 내가 가장 많이 간 산으로
대부분 어렵지 않은 코스를 선택해서 다녔다.
지난 가을 용암문에서 위문 가는 중에 만난 등산로
노적봉과 용암봉 사이에 천 길 벼랑 중턱에 쇠줄로 이어진 길과 마주했을 때
단풍 철이라 사람들은 줄 지어 올라가고 내려가고 북새통을 치는데
이 초보자는 사람들한테 떠밀릴까 쇠줄 잡고 사정을 하고
간을 집에 빼 두고 온 사람들은 내 맘도 모르고 나를 몰아 붙였다.
지도에도 119 위험 지역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는 구간으로
산행 후 집에 돌아와서 그 곳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머리가 저어지곤 했는데
이번 산행에서 만난 문수봉 코스에 비하면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산성 탐방센터를 시작으로 살방살방 계곡을 끼고 숲 길을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목적지 대남문에 이르렀는데
뜨거워지기 전에 움직인다고 아침 일찍 출발을 해서인지
대남문에 도착해서 문수사에 다시 들려 쉬다가
바로 하산을 할까 비봉 쪽으로 더 전진을 할까 하다가
시간을 보니까 12시 밖에 안되어 조금 아쉽다는 생각에 비봉 쪽으로 가기로 했다.
올라가는 내내 숲 길로만 와서 멋진 풍경을 못본 터라
아쉬운 감도 있고 해서 비봉 쪽으로 향했다.
암릉 구간도 오르내리고 쇠줄도 타면서
눈 앞에 펴쳐지는 풍경에
우와 ~ 멋있다. 그럼 그렇지, 이런 곳을 보고 가야지
숲과 계곡만 보고 가면 아쉽지 . . .
그렇게 힘든 것도 모르고 신나게 가다보니
봉우리 전체가 통 바위 덩어리로 된 문수봉 정상에 올라서게 되었다.
아.뿔.사 . . .
이런 함정이 숨어 있을줄이야
누가 비봉 쪽으로 가자고 했어? 누구야?
잉잉 . . . 내가 그랬다.
되돌아 갈 수도 없고 내려가자니 심장 마비 걸릴 것 같으니
한 걸음 내딛는게 망설여지고
입에서는 woo ~ c 소리가 연신 나온다.
겨우 용기를 내어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팔, 다리에 힘을 꽉꽉 주고 쇠줄을 잡고 발에 힘을 주어 딛고 내려가야 되지만
무서우니까 팔, 다리가 후덜덜 힘이 더 빠져 버린다.
가운데 바위 아래 쇠줄 길 시작
올라 오시는 분들이 아직 한참 더 내려 가야되니까
겁내지말고 잘 잡고 내려오면 된다고들 하였지만
수직 하강하 듯 나 있는 쇠줄이 야속하기만 하다.
누구여? 누가 이런 곳에 등산로를 만들었어? woo ~ c
고생 고생 해서 좋은 풍경 보라고 길 만들어주신 애궂은 분들에게
원망스럽다는 듯 궁시렁 거리며 내려간다.
올라가는 코스를 잡았다면 덜 무서웠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아래를 내려다 안보고 위를 보면서 올라간다면
무섭기는 해도 내려올 때 느끼는 것보다 덜 공포스럽지 않았을까.
아,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대단한 분들이시다.
어찌 이런 곳에다 길을 만들 생각을 하셨는지
위대하다는 생각과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스릴을 즐기시는 분이 계시다면 문수봉에 올라보시라. ㅎㅎㅎ
북한산성 탐방센터 → 북한천을 끼고 → 법용사 → 노적사 → 중성문 → 중흥사지 → 금위영이건기비 → 대성암 → 대남문 → 문수사 → 대남문 → 청수동암문 → 문수봉 → 승가봉 → 사모바위 → 비봉 → 진관사 쪽으로 하산
2013년 6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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