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날이 안 좋은 날이었나?

智美 아줌마 2012. 5. 30. 20:50

어제 평택 아이 보러 갔다
요즘엔 기결 되어 한 달에 한번 면회를 가게 되는데
지난달에 갈 때 활짝 피어 있던 영산홍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파란 잎들만 무성하다.

접견장에 들어가니까
엉? 머리가?
머리를 왜 그렇게 잘랐어?

작업장 반장님이 머리 자른게 마음에 안 든다고 이발소에 다시 데리고 갔는데
반장님이 농담으로 "확 ~ 밀어버려라." 고 한 말을
이발하는 사람이 진짜로 밀어 버렸다는 것!!
순식간에 고속도로가 나버려서 어쩔 수 없이 빡빡 밀어 버렸다고 . . .

기결이 된 후 조리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지난 달에 갔을 때 많이 힘들다고 어리광을 부리기에

"힘들겠지. 일을 하는데 힘들지 않은 게 어디 있겠어?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힘들다고 포기하면 사회에 나와서도 쉽게 포기하게 되지.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잘 극복하고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어떤 일이 주어져도 잘할 수 있지 않겠니?" 하고 왔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앉아오려니까 슬슬 졸음이 밀려온다.
2시간이 걸려 가서 12분 얘기 나누고 오는데
오전에 식구들 출근들 시키고 한숨 자야 하지만
평택 아이 면회를 가려고 바로 준비하고 챙겨 나온 탓에 졸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잠시 조는가 싶었는데
짝짝짝 짝짝짝 . . .
잉? 이게 뭔 소리여? 하고 눈을 뜨고 보니까
짱구 또래 남자애가 전동차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손뼉을 치는 것이었다.

인물도 훤한 애가 왜 저럴까?
뉘 집 자식인지 부모 속 타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앉은 자리 바로 앞에 자리가 나니까 얼른 앉더니
또 손뼉을 치니 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피해 자리를 일어난다.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웃고 있고 . . .

아, 그런데 날이 안 좋은가?
내가 앉은 옆문 앞에 서 있던 아가씨가 혼잣말로 뭐라고 중얼거리 시작하더니
아 ~ 아 ~ 아~ 발성 연습을 하듯 흥얼거리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중얼거리며 이쪽 문에서 건너편 문을 왔다갔다. 한다.

뭐여? 쟤들 서로 아는 관계는 아닌 것 같은데
둘 다 왜들 저래?
힘들게 자식 낳아 키우는데 애들이 저러니 어쩌면 좋노.
에구 ~ 남의 일이 아니다. 남의 일이 아니야.

그렇게 딱한 애들을 보고 집에 와서 짱구한테 말을 했더니
"엄마, 그런 애들 불쌍해. 왜 그렇게 되었을까." 한다.

참 그렇다.
어떤 집 자식은 잘못해서 수감 중이고
어떤 집 자식들은 정신 이상(?)으로 저러고 다니고 있으니
그나마 무탈하게 잘 자라준 싸가지나 짱구한테 고마워 해야될 것 같다.
내 욕심껏 자라주지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잘 자라줘서 . . .

2012년 5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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