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설악산으로 간다.
양양 낙산에서 20여 분 가면 오색에 도착하는데
오색에 도착하니 여행사 버스들이 장사진이다.
오색에 내려 헤작거리다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이제 남설악 탐방센터에서 대청봉을 향해 출발한다.
그런데 오색, 이름만 예쁘지
등산로는 정말 사람 쥑이는 코스였다.
등산로 지도에는 남설악 탐방센터에서 대청봉까지는 5km 소요시간 4시간
최단거리로 대청봉에 오를 수 있는 유일의 길이지만
짧은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길이었다.
정보 검색을 했을 때 계단이 많다고들 하였지만
이렇게 등산로 대부분이 계단길인 줄 생각지도 못했는데
경사도 어찌나 높은지 계단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려면
완전히 목을 뒤로 저 쳐야 계단 위를 볼 수 있으니
가히 짐작이나 가려는지 . . .
숲 속으로 난 돌계단길, 간간이 철계단길
주변 풍광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숲 속 계단만 오르고 또 오른다.
산행 중에 만난 사람들 잘 왔다, 넘 멋있다. 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이런 등산은 처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계단이냐
올라가면서도 화가 난다.
이런 산행이었다면 오지도 않았다.
올라가는 사람이나 내려가는 사람이나 깝깝하다.
설악산에 와서 본 것은 돌계단, 철계단 밖에 기억이 안 난다.
얼마나 힘들면 다들 이런 말들만 할까 ㅎㅎㅎ
그래도 대청봉 정상에 올랐을 때는 조금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내려오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올라가는데 5시간 걸렸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 그럼 난 7, 8시간은 족히 걸리겠네.
큰일이다. 어두워져서야 중청 대피소에 도착하게 생겼다.
요즘은 해가 길어 덜 걱정이 되지만
다리에 자꾸 쥐가 나서 발길을 잡는다.
종아리에 쥐가 날까봐 미리 파스를 붙이고
근육 이완제도 먹고 출발을 하였지만
얄밉게도 파스 붙인 쪽을 비켜서 쥐가 나더니
점점 높이 올라갈 수록 허벅지까지 쥐가 나고
나중에는 양쪽 종아리 양쪽 허벅지가 교대로 쥐가 나서
자꾸 걸음을 멈추게 한다.
빨리 걸음을 재촉하며 걸어도 해지기 전에 도착하기 어려울텐데
얄미운 쥐새끼가 자꾸 해방을 놓으니
앞 길이 구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하고 1km 지점에서 중청대피소에 전화를 하여
올라가고 있는데 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 미리 연락을 하고 올라갔지만
시간이 되도 안오니까 대피소 직원이 6시 59분에 전화를 하였다.
어디쯤 오고 있냐고, 다치지 않게 천천히 올라오라고 . . .
개미 새끼 한 마리 안보이는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나홀로 대청봉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참 신기한 건 어둠이 깔린 깊은 산 속에서 혼자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무서울만도 한데 이상하리 만큼
마음이 평온해지고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어두운 산길을 힘들게 오르고 올라 8시 30분에 도착한 중청 대피소
막 대피소 문을 열으니 직원이 나오며 나를 보더니
***씨?
네, 저 데릴러 나오려고 하셨어요?
그 . 런 . 데 . . .
"이렇게 늦게 오면 어떻게 해요?
전화 연락도 안되고
이 시간까지 오지 않아서 취소했어요." 하며 버럭질을 한다.
뭤이라고? 취소?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취소?
말 한마디 건내기조차 힘든데 취소 라는 소리에 열 지대로 받는다.
"제가 올라오고 있다고 미리 전화도 드렸고
7시경 대피소에서 전화와서 다치지 않게 천천히 오세요. 라고 통화까지 했는데
이 시간까지 사람이 도착하지 않으면 걱정을 해야지
취소됐다는게 말이 되요?"
"누구랑 통화를 해요? 전화한 사람이 없는데 . . ."
핸폰을 꺼내 몇시에 전화 하고 왔는지 확인을 시켜주니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나하고 통화했나? 그래도 이렇게 늦게 오면 어떻게 해요?
도착하지 않으니까 되돌아 내려갔나 했죠.
자리는 있으니까 새로 결제 하세요. " 한다.
"아저씨, 말같은 소리를 하세요.
7시쯤 600m 정도 남았을 것 같다고 말을 했는데
그 시간에 어떻게 되돌아 내려갑니까?
이 시간까지 사람이 도착을 안하면 걱정을 하고 있어야 되고
행여 사고가 생기지 않았나 찾아 나서봐야 되는게 아니예요?
도착하자마자 대피소 직원들이 버럭질하는 바람에
나도 열받아 같이 받아버렸다.
힘들어 dg겠는데 취소라니 . . .
그런데 다른 직원이 입소 싸인을 하라고 오라기에 갔더니
아직 취소 처리는 안되었으니까 기분 풀고 싸인하세요. 한다.
이 인간들이 뭐하자는겨? 대피소 묵게 해준다고 생색내자는겨? 뭐하자는겨?
대피소가 지네들 거여?
한바탕 언쟁을 하고 배정된 숙소로 들어가 누으니
다리가 피순환이 되니까 찌릿찌릿 저리고 움직일 때마다 쥐가나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잠을 청하려는데
주변에 코고는 사람들 때문에 잠이 쉬들지 않는다.
그렇게 피곤한데도 잠이 들지 않아 한 시간 간격으로 시간만 보다가
3시반쯤 아예 일어나 물티슈로 고양이 세수하고
대충 정리하고 대청봉으로 올라갔는데
아직 아무도 올라오지 않아서 나혼자 대청봉을 품었다.
잠시 후 사람들이 올라오고 해도 솟아 올라오기 시작한다.
대청봉에는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날씨가 맑아도 일출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덕을 많이 쌓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고 하던데
그럼 나 덕 많이 쌓은 사람? ㅎㅎㅎ
그런데 설악산 일출, 그냥 그랬다.
작년에 너무 멋진 태백산 雪山의 일출을 봐서인지
마음에 차지 않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날이 밝으니 어젯밤에 올라오면서 보지못한
대청봉 주변에 핀 털진달래가 내맘을 사로 잡았는데
지난 주에 왔으면 절정이였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울긋불긋 아름답다.
2012년 5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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