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웃기는 일인데 서글프다

智美 아줌마 2012. 5. 18. 20:39

언젠가부터 나이 들어가는 것을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자주 느끼게 된다.
몸이 늙어 가고 얼굴에 목에 손에 주름이 잡혀가고
옆구리살, 뱃살은 두껍게 자리 잡더니 빠질 생각은 하지 않고

기억력도 깜박깜박 건망증까지 생겨서
솥이 타고 냄비가 타고
뭘 해야지, 뭘 가지러 가야지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내가 뭘 하려고 했지?
내가 뭘 가지러 간다고 일어났지?

그러다가 바람방에 새 글들을 올릴 때도
여기 저기 다니면서 자료 하나 건져와 올리려다가
내가 지금 어떤 자료를 가져와 올리려고 한겨?
어느 게시판을 열어 올려야 되지?
자료 복사하고 마우스 이동하는 순간 벌써 잊어 버리기가 일쑤 . . .

그럴 때마다 이런 나 자신한테 어처구니가 없어
때론 혼자 쓴웃음을 짓기도 하고
때론 이런 나 자신한테 짜증나 화가 나기도 한다.

여차하면 냄비 태워 먹으니까 짱구 아빠 잔소리 하다가
이젠 타이머 사다 놓고 뭘 하든 하라고 하고
주방에 냄비마다 다 깜장 옷을 입고 있어
새 냄비 사다 놓고도 어차피 또 태울텐데 하는 마음에
신주 단지 되어 모셔 놓고 쓰지도 못하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리.

그런데 이런 나보다 더 중증인 옥영이가 있으니
그나마 조금은 옥영이 보면서 위안을 얻는다고나 할까?
도토리 키 재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ㅎㅎㅎ

오늘 옥영이와 통화를 하면서 둘이 너무 기가 막혀서 한참을 웃었다.
왜 웃었을까?
그 넘의 건망증? 아니 치매인가?

옥영이가 쓰레기를 버리려고 아파트 아래로 내려갔다가
쓰레기를 버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까 집안으로 들어간다고 착각을 하고
엘리베이터 안에 신발을 벗어 놓고 내렸다는 것 . . .

내려 놓고 보니 집안이 아니고 복도여서 깜짝 놀라
얼른 신발을 챙겨 신고나니 자신이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으며
어찌 옳아, 이런 정신으로 사니 앞날이 걱정되더란다.

나도 그 애기를 듣고 어처구니가 없어 같이 웃으면서
"내가 너때문에 산다.
나보다 더 중증인 너가 있어 내가 산다 살아." 하며
"애들 연락처하고 집주소 적어서 목에 걸고 다녀라.
좀 더 있으면 집도 잊어버리겠다.
이건 건망증이 아니라 치매 수준이다. 치매 수준이야." 했다.

얼마 전에는 며칠 전화 연락이 안되서 걱정을 했더니
고객한테 택배를 보내면서 자기 핸폰까지 넣고 보내 버려서
전화 연락이 안된 적도 있었고
나와 산에 간다고 해놓고 배낭은 현관문 앞에 놓고 버스를 타기도 하고
툭하면 잊어버리고 다녀서 나보다 더 중증이라고 말을 하곤 하는데
이런 얘기를 듣고 하면서 웃습지만 웃고나면 씁쓸해진다.

앞으로 점점 더 깜박깜박 할텐데
늙어가면서 자연스러운 거라고해도 문득문득 서글퍼질 때가 있다.
이런 마음 남자들은 이해가 될까? 잘 안될겨.

2012년 5월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