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이젠 떠나야 되는데

智美 아줌마 2011. 6. 11. 22:52

이틀 후면 울 엄니 기일이다.
지난 월요일에 친정 언니와 막내 동생이 엄니 계신 바다에 가자고 했는데
사는게 먹먹하다보니 야속한 마음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의좋은 형제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는데
서운 마음이 자꾸 쌓여 보고싶은 마음이 자꾸 멀어져간다.

엄니 살아실제 얼마나 외롭게 지내시다 가셨는지 알기에
엄니 가슴에 내 가슴에 피멍이 들었는데
용서하고 이해하려 했는데
야속한 생각이 자꾸 들어 가슴을 후벼판다.

엄니 그렇게 보내고 더 의좋게 지내려고 했건만
내 좁은 심성이 내 자신에게 상채기를 내고 있다.
엄니가 가족들과 함께 식사할 수 있었던 날은
일년이라야 고작 열손가락 안 . . .

늘 식탁에 혼자 앉아 식사하시고
명절이나 제사 때나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날이었던 울 엄니.
돌아가시기 전에도 늘 혼자 식사 챙겨 드셔야했던 울 엄니.

그나마 기력 떨어져 챙겨 드시지도 못하고
죽음을 선택했던 울 엄니
그런데 오라버니는 올케가 엄니 병수발 드느라 외출도 못했다고 . . .

일주일, 열흘에 한번씩 엄니 목욕 시켜 드리러 2시간이나 걸려 친정에 가면
갈 때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아침 설겆이까지 싱크대에 담궈 놓고 나가고 . . .
늘 아침에 나가면 저녁 때나 되서 들어온다는데 . . .
그래서 엄니 좋아하시는 바나나 우유와 스폰지케익을  사다드렸는데 . . .

안부 전화를 해도 거의 내가 먼저 하고
그러다 서운한 마음이 생기니 먼저 전화하지말자 했다네.
그랬더니 몇달이 지나도 전화 한통이 없다.

바쁘게 살다보니 그러겠지 생각하다가
올케 친정 식구들한테는 자주 하더라는 생각에
서운하고 괴씸했던 일들을 마구마구 끄집어내게 된다.

얼마 전부터 오라버니, 언니, 동생들 전화를 다 받지 않고
미움 마음만 자꾸 키우고 있다.

울엄니가 절대 그러면 안된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하셨는데
착한 너가 이해하고 잘하라고 하셨는데 . . .

지난 날 아베 기일에도 안 갔는데
모레 엄니 기일에도 엄니 계신 바다로 갈건데
내일이면 떠나야하는데
엄니 만나러 떠나야 하는데

우째 자꾸 준비가 늦어지는지
자꾸 늑장을 부리고 있는지 . . .
이번에 나서면 여러 날 돌고 오고싶다.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 천천히 물 흐르 듯이
그렇게 세월과 같이 천천히 . . .

2011년 6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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