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살다보니

智美 아줌마 2006. 12. 22. 00:15

살다보면 때때로 생각지도 않은 일로 기분이 상할 때가 있다.
며칠 전의 일이다.
옆집 애기가 돌이라고 꼭 오라고 하기에 회기역에 있는 부페 식당을 가게 되었다.
집 근처에서 한번으로 갈 수 있는 버스 노선이 없어
창동역에서 전철을 타고 가려고 택시를 타게 되었다.
택시를 타고 창동역으로 향하는데
우리 아들 짱구가 " 엄마 그냥 택시 타고 가면 안돼?" 한다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하는 외출이라
"그래, 그렇게 하지 뭐." 하면서 택시 기사아저씨한테
"아저씨, 그냥 회기역으로 가주세요." 했다.

집이 쌍문동이기때문에
"아저씨, 옛날 샘표간장 앞쪽으로해서 번동사거리 이문동쪽으로 가주세요."했더니
"동부 간선도로로 가지 왜 복잡하게 그 길로 갑니까?" 한다.
"전 간선도로 길은 늘 막힌다는 생각이 들고 둘러 가기 때문에 그길로는 잘안가는데요."했다.
"내가 빠른 길로 갈테니까 그냥 아무말 말고 가시죠." 한다.
이런 저런 실랑이 하기 싫어 "그럼 어떤 길로 가는지 가보세요." 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 가는 길이 간선도로와 나란히 가는 뚝방길로 가는 것이였다.
"아저씨, 저도 이 길 아는데요. 다리만 안건넜지 간선도로 길로 가는 것과 뭐 달라요."했다.
"그래도 이 길이 빨라요." 한다.
참내, 그냥 가려고 해도 짜증이 났다.

가다가 보니 석계역이 나오는 것이였다.
그러더니 아파트 단지를 돌아 다시 뚝방길로 가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중화동 부근이 나오는 것이였다.
기가 막혀서 "아저씨는 이 길이 가장 짧은 거리로 가는거라고 생각하세요?" 했더니
석계역쪽에서 약간 돌았을뿐 맞다는 것이였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짜증이 나도 못해 화가 났다.

"아저씨, 뚝방길로 왔으면 장위사거리에서 월곡로쪽으로해서 이문동길로 갔어야죠.
이문동 길로 가면 바로 외대, 경희대가 나오는데 어떻게 이 길이 빠른 길이라고 하세요?"
1차선 도로에다 안전 턱이 많아 속도도 제대로 내지도 못하는 도로를
어떻게 빠른 길이라고하는지 속으로 혼자 궁시렁거렸다.

택시 운전을 하는 친구들이 있어 기분 상하지 않고 가려고 해도 정말 짜증이 났다.
그래도 달리 쉽게 차를 바꿔 탈 수 있는 도로도 아니고해서 하는 수 없이 그냥 가는데
"저 앞에 회기역이 보이네요. 다왔어요." 한다.
서울에 살아도 회기역 부근은 거의 갈 일이 없어 지나 다닌 정도로 밖에 안가봤었다.
생각보다 요금도 많이 나온데다가 시간도 너무 많이 걸려 버렸다.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참고 내렸다.

그런데 내려서 부페식당이 있는 웨딩홀이 어디있나 하고 둘러 보는데 딸 지혜가
"엄마, 여기 회기역이 아니고 외대앞역이야." 한다.
"어휴, 정말 사람 미치게 하네. 이놈의 택시기사 어디 있어?" 하고
돌아보니 저만치 가고 있었다.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한 나들이가 이렇게 기분 상하게 하다니
쥐어 뜯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였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전철을 타고 회기역으로 갔다.
돌잔치 보고 친정에 바로 가려고 울 엄니 드릴 것을 챙겨 들고 나갔는데
생각보다 짐이 좀 무거웠었다.
그 택시 기사 아저씨가 착각을 해서 잘못 내려 준것이겠지만 그래도 속이 안풀렸다.
요즘에야 가끔 택시를 타지만 전에는 택시를 자주 타고 다녔기 때문에
도로 조건들을 많이 알고 있다.

어디를 가려면 어느 길로 가야 가장 빠른 길인가
이 길 저 길 다녀도 보지만 교통 지도로도 확인을 하기도하면서 다녔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날은 정말 잘못 된 길을 간것으로 생각된다.
아이들과 기분 좋게 나서던 나들이 길이 속상하고 짜증도 났지만
돌아오는 길은 아이들과 즐거운 귀가 길이였다.

2006년 12월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