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빗속을 둘이서

智美 아줌마 2006. 8. 26. 15:37

아 ~ 음 ~~ 더 자야 되는데 졸려 눈이 안 떠지네.
에구 ~ 그래도 일어나 주섬주섬 챙겨 외출할 준비를 한다.

새벽 2시에 집에 들어와 낮에 문서 작성하던 것 마무리하고
막간에 고스톱 한 판 치고 자야지 했는데
어라? 어쩐 일인지 겜이 잘 되네.

며칠 전에는 거금 13억을 잃었고,
어제는 5억 넘게 남아 있던 머니 홀랑 다 잃어 올인되는 수모(?)를 당했는데
아, 이럴 때 한 몫 잡아야지 하고는 새벽 4시 반이 넘도록 끗발 올리다 보니
어제 잃은 머니 되찾는 쾌거를 올리고 5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누웠다.

겨우 잠이 들었나?
띠리리 띠리리 ♪♬ ~
6시 20분 알람 소리에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뜨고
"짱구 ~ 일어나야지."하고 지현이를 깨웠다.
6시 50분쯤 지현이가 학교에 가고 다시 잠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나?

띠리리 띠리리 ♪♬ ~
또 울리는 알람 소리, 8시다.
아이 ~ 귀찮아 더 자고 싶은데
에이 ~ 그냥 자버릴까?
그래도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야지.
오늘 의정부에 사는 친구들이 점심 같이 먹자고 11시쯤 들어오라고 했다.
친구들 만나기 전에 우체국, 은행 볼 일을 보고 가려고 일찍 일어 난 것이다.



지난 번 자기들 끼리 오리구이집에 갔는데 맛있어서
지난 생일이지만 겸사겸사해서 오늘은 나랑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안가면 얼마나 섭하겠어.
졸려도 가야지. 하~무 가야지. 암 ~
낙양동에 있는 식당에 도착하니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하였다.

오리고기 회전 구이를 시켜 구우면서
한 친구가 오늘 내가 별 하나 따줄까? 한다.
아니, 훤한 대낮에 웬 별?
"아줌마 ~ 여기 별 하나 주세요."한다.

그런데 식당 아줌마 진짜 별 하나 갖다 주데~ ㅎㅎㅎ
며칠 전 어릴 적 친구들이랑 과음(?)을 한지라 별로 술 생각이 없지만
접대 받는 입장이라 한 잔은 예의상 마시고
양쪽에서 구워 주는 오리 고기 연신 먹으며 졸린 것도 잊었다.

한 친구가 식대 계산을 하고 의정부 시내로 들어 왔는데
다른 한 친구가 선물을 사주겠다나?
화장품 매장이 보이니까 화장품이라도 사주겠다네.
나는 남에게 받기 보다는 늘 내가 먼저 챙겨주며 살아서인지
남에게 받는 것이 쉽지않다.

그래서 나는 도망치듯이
"맛있게 잘 먹었다"하며 손을 흔들며 서울로 나오는 버스를 탔다.
한 친구가 전화를 해서는
"야! 그냥 가면 어떻게 해" 난리다.

의정부에서 버스 한 번을 타면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리지만
조금 덜 걸으려고 도봉동에서 환승을 하려고 내렸다.
그런데 다른 날에는 자주 오던 버스가 왜 그리 안오는지
한참을 기다려서 버스를 탔는데
아니, 버스 앞 유리에 굵은 빗방울이 주욱~ 주욱 ~ 내리는 것이 아닌가.
이런 ~ 뭐냐고 우산도 없는데 .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렸는데 쏟아지는 비를 어찌 하겠는가?
바로 앞에 있는 은행 후문 현관으로 뛰어가 비를 피하였다. 



쉬 그칠 것 같지 않아서 딸한테 전화를 했다.
좀 기다려 보고 비가 그치는 것 같으면
엄마가 그냥 집으로 들어가고 계속 오면 우산을 가지고 나오라고 했다.
비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모처럼 편한 마음으로 비를 보았다.

굵은 빗방울들이 바닥에 떨어져 부서진다.
하늘을 바라보며, 땅을 내려다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꽃무늬가 있는 우산, 우산살이 꺾인 우산, 혼자 쓰고 가기에 넉넉한 우산,
레이스가 달린 귀여운 아이 우산 . . .
그런데 나는 우산이 없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쏟아진다.
딸이 우산을 갖고 나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잠시 후면 나도 우산이 생긴다.
혼자 중얼거리며 속으로 웃는다. ㅎㅎㅎ
그때 딸이 커다란 장우산을 쓰고 손에는 2단 우산을 들고 와서는
"엄마, 우산"하며 손에 든 2단 우산을 준다.

그런데 옆에서 같이 비를 피하고 서있던 사람이 있었는데
혼자 우산을 쓰고 오려니까 마음이 걸렸다.
"어느 방향으로 가세요?
우리는 이쪽으로 가야 되는데 같은 방향이면 같이 쓰고 가요." 했다.
"아닙니다. 전 길 건너 쪽이고 가까우니까 괜찮습니다."한다.
참내, 오지랖 넓기로 유명한 智美아줌마 괜한 마음 썼다.

딸과 같이 우산을 쓰고 오다가
"아니? 딸! 너는 엄마보다 작으면서 큰 우산 쓰고 덩치 큰 엄마는 작은 우산 쓰고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안드냐? 바꿔." 했다.
우리 딸 "뭘 바꿔. 그냥 가. 비 쏟아지는데 우산 갖다 줬더니 별 걸 다 따지고 있어."
짧은 길이지만 딸과 함께 빗속을 둘이서 즐겁게 웃으며 집으로 들어 왔다.

여름내 지루하게 내리 던 장맛비는 별생각 없이 빨리 그쳤으면 했는데,
오늘 내리는 비는 왠지 시원하다는 생각과 편한 느낌이 들었다.

2006년 8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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