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 ~

智美 아줌마 2006. 7. 9. 02:10


    아주 어렸을 적에, 열 살때 일이야.
    아버지 회사 사택으로 이사를 해야돼서,
    아버지를 따라 아버지 회사에 갔단다.

    그곳에서 작고 까무잡잡한 사내 아이를 보게 되었어.
    그 아이는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 밑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었는데,
    세월이 40여년이 더 지난 지금도 그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



    며칠 후, 회사 사택으로 이사를 해서
    그 아이 집 바로 옆 옆집에서 살게 되었지.
    말이 적고 늘 혼자서 놀던 아이.
    다른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놀아도 같이 놀지도 않고,
    늘 옆에서 구경만 하던 아이.
    그런 그 아이를 다른 한쪽에서 지켜 보던 나.

    십 년을 옆집에서 같이 살았어도
    같은 또래지만 둘은 같이 놀 줄도 몰랐고,
    말을 건낸 적도 열 손가락을 다 꼽아지지 않을 정도로
    둘은 그렇게 성장 해갔지.
    어린 나이에 너무 조숙했나봐. ㅎㅎㅎ

    그렇게 그렇게 가슴앓이를 시작하게 되었어.
    그래서 밤마다 기도했지.
    꿈속에서라도 같이 놀게 해달라고, 만나게 해달라고. . .



    국민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난 늘 그 아이 그림자를 쫓고 다녔지.

    그 아이는 가정 형편이 여의치않아 공고로 진학해서
    고3 때, 산업 현장으로 실습을 나가 취업을 하였고,
    난 대학 진학을 해야 되기때문에 공부를 해야했지만,
    머릿 속에 그 아이 생각으로 늘 고민만 쌓였었지.

    그런 내가 대학 진학을 할 수 있었겠니?
    역시 재수를 하게 되었지.
    재수를 하던 5월 26일 버스 정류장에서 그 아이를 만났어.
    난 용기를 내어 그 아이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단다.
    대단한 용기 아니니? ㅎㅎㅎ
    다행히 그 아이도 흔쾌히 수락을 하는거야.
    그렇게 쉬운 걸 왜 그리 십 년을 애를 태웠는지 . . .



    다음 날 1시에 덕수궁 매표소앞에서 만나기로 했어.
    아침부터 이 옷 저 옷을 입어보며 수선을 피웠지.
    긴 머리를 어떻게 해야 이쁠까? 하고
    거울 앞에서 묶어도 보고 풀어도 보고 . . .
    해서 오랜지색 블라우스에 검정 스커트를 입고
    단정히 머리를 올려 묶으고
    덕수궁에서 그 아이를 만나지 않았겠니.

    덕수궁안을 한 바퀴를 둘러 보는 동안 둘은 아무 말도 하지않았지.
    등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서야 둘을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되었어.
    그 아인 대학 진학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 . .
    난 재수하고 있는 처지를 . . .
    그 아이는 줄곳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지.
    나중에 대학 진학도 하였구.

    그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헤여졌는데,
    왜그리 눈물이 나던지.
    그 아이가 나 싫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냥 자꾸 눈물이 나서 서소문에 있는 음악 다방에서
    혼자 울면서 생각했어,
    아, 짝사랑은 그냥 짝사랑일뿐이라고 . . .



    그래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해 살면서
    그 아이를 잊을 수가 없었어.
    가끔 생각 날 때 마다 찾아 보려고
    그 아이 출신 학교, 동문회 사이트에다 찾는 글을 올려 보기도 하였지만,
    연락이 없었지.

    그런데 어제 인터넷에서 그 아이를 찾았단다.
    이름과 생년월일 출신 학교를 알고 있어서 검색을 했더니,
    천호동에 살고 있다잖아.

    너무 반가워서 메일을 보냈잖니.
    그런데 어쩌면 좋아.
    수신거부를 해놔서 전송이 안되는거야.
    왜? 왜? 수신 거부를 해 놓은거냐고요.
    야속하게시리. . . 엉 엉 엉



    여러분 ~ 절대 수신거부해 놓지 마세요.
    혹시 누가 압니까?
    누군가가 그리워 애타게 찾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에고 ~ 오늘도 보잘것 없는 얘기 늘어 놓았습니다.
    무료한 휴일, 여러분도 아련한 짝사랑을 추억해 보세요.

    2006년 7월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