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회사 사택으로 이사를 해야돼서, 아버지를 따라 아버지 회사에 갔단다. 그곳에서 작고 까무잡잡한 사내 아이를 보게 되었어. 그 아이는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 밑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었는데, 세월이 40여년이 더 지난 지금도 그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 |
그 아이 집 바로 옆 옆집에서 살게 되었지. 말이 적고 늘 혼자서 놀던 아이. 다른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놀아도 같이 놀지도 않고, 늘 옆에서 구경만 하던 아이. 그런 그 아이를 다른 한쪽에서 지켜 보던 나. 십 년을 옆집에서 같이 살았어도 같은 또래지만 둘은 같이 놀 줄도 몰랐고, 말을 건낸 적도 열 손가락을 다 꼽아지지 않을 정도로 둘은 그렇게 성장 해갔지. 어린 나이에 너무 조숙했나봐. ㅎㅎㅎ 그렇게 그렇게 가슴앓이를 시작하게 되었어. 그래서 밤마다 기도했지. 꿈속에서라도 같이 놀게 해달라고, 만나게 해달라고. . . |
난 늘 그 아이 그림자를 쫓고 다녔지. 그 아이는 가정 형편이 여의치않아 공고로 진학해서 고3 때, 산업 현장으로 실습을 나가 취업을 하였고, 난 대학 진학을 해야 되기때문에 공부를 해야했지만, 머릿 속에 그 아이 생각으로 늘 고민만 쌓였었지. 그런 내가 대학 진학을 할 수 있었겠니? 역시 재수를 하게 되었지. 재수를 하던 5월 26일 버스 정류장에서 그 아이를 만났어. 난 용기를 내어 그 아이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단다. 대단한 용기 아니니? ㅎㅎㅎ 다행히 그 아이도 흔쾌히 수락을 하는거야. 그렇게 쉬운 걸 왜 그리 십 년을 애를 태웠는지 . . . |
아침부터 이 옷 저 옷을 입어보며 수선을 피웠지. 긴 머리를 어떻게 해야 이쁠까? 하고 거울 앞에서 묶어도 보고 풀어도 보고 . . . 해서 오랜지색 블라우스에 검정 스커트를 입고 단정히 머리를 올려 묶으고 덕수궁에서 그 아이를 만나지 않았겠니. 덕수궁안을 한 바퀴를 둘러 보는 동안 둘은 아무 말도 하지않았지. 등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서야 둘을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되었어. 그 아인 대학 진학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 . . 난 재수하고 있는 처지를 . . . 그 아이는 줄곳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지. 나중에 대학 진학도 하였구. 그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헤여졌는데, 왜그리 눈물이 나던지. 그 아이가 나 싫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냥 자꾸 눈물이 나서 서소문에 있는 음악 다방에서 혼자 울면서 생각했어, 아, 짝사랑은 그냥 짝사랑일뿐이라고 . . . |
그 아이를 잊을 수가 없었어. 가끔 생각 날 때 마다 찾아 보려고 그 아이 출신 학교, 동문회 사이트에다 찾는 글을 올려 보기도 하였지만, 연락이 없었지. 그런데 어제 인터넷에서 그 아이를 찾았단다. 이름과 생년월일 출신 학교를 알고 있어서 검색을 했더니, 천호동에 살고 있다잖아. 너무 반가워서 메일을 보냈잖니. 그런데 어쩌면 좋아. 수신거부를 해놔서 전송이 안되는거야. 왜? 왜? 수신 거부를 해 놓은거냐고요. 야속하게시리. . . 엉 엉 엉 |
혹시 누가 압니까? 누군가가 그리워 애타게 찾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에고 ~ 오늘도 보잘것 없는 얘기 늘어 놓았습니다. 무료한 휴일, 여러분도 아련한 짝사랑을 추억해 보세요. 2006년 7월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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