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연 나들이

영화 아주 긴 변명

智美 아줌마 2017. 2. 21. 12:38

아주 긴 변명, 개봉 예정작으로 올라오면서부터 마음이 끌린 작품이다. 오늘 고흥 언니 내외를 대학로 틴틴홀에서 하는 연극 옥탑방 고양이, 3시 공연 티켓팅 해드려야 해서 상영 시간을 보니까 마침 CGV 대학로점에 12시 10분 상영이 있다. 다행히 외출하는 김에 오늘 일정을 이어서 일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영화 상영 종료 시각이 2시 25분이라 끝나자마자 서둘러 마로니에 공원 방향 틴틴홀 매표소로 뛰어야 했다.

 

그렇게 뛰어가서 표를 받았으나 고흥 언니 내외가 일찍 도착해 있을 텐데, 연락이 없다. 먼저 나눔 해준 분께 티켓 사진부터 찍어 보내고 전화하려니까 언니한테 전화가 온다. 빕스 가는 방향 도로 길 말고 샘터극장, KFC 사이, 길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고는 또 사진 찍으려니까 못 찾겠다고 어느 길을 말하는 것이냐며 연거푸 자꾸 전화한다. 사진 보내기로 한 시간이 늦어 빨리 찍어 보내줘야 해서 조급한데 길이라곤 찻길 말고 하나밖에 없는 길을 어느 길을 말하냐고 모르겠다고 하니 내가 잘못 설명하고 말고도 없이 길이 하나니까 당연히 하나인 길로 걸어와야 하는 게 아닌가. 에효 ~ 그렇게 소통이 제대로 안 되어 하며 사진 보내주고 찾으러 나가는데 또 전화가 걸려와 받으려니까 언니 내외가 앞에 보였다.

 

영화 '아주 긴 변명' 생각하게 하는 영화인데 보고 난 후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한바탕 난리 치고 나니 맥이 빠졌다. 영화는 아주 평범한 가정의 부부 모습으로 시작된다. 남편의 머리카락을 직접 잘라주는 아내, 지극히 사랑스러운 장면이다. 그런데 아내는 친구와 여행 가는 날 아침이었고, 머리 손질을 마치고 아내가 여행을 떠나자마자 남편은 젊은 여자를 집으로 불러들여 애정행각을 벌이며 놀아난다. 그리고 그 시각 아내는 교통사고로 싸늘한 죽음을 맞이하고. 영화 타이틀에 '철없는 한 남자에게 다시 찾아온 설렘'이라고 되어있지만, 철없는 남자가 아닌 부도덕하고 뻔뻔한 남자라고 해야 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런 남자가 양심과 도덕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밖에서도 아니고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자신의 집에 외간 여자를 불러들여 애정행각을 벌이는 파렴치한을 철없는 남자로 너무 미화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마누라가 죽으면 화장실에 가서 남편은 웃는다는 유머가 있듯이 세상엔 좋은 남편도 많겠지만, 저런 남편도 많기에 이런 우스갯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집에 있을 때는 내 편이요, 밖에 나갔을 때는 남의 편이라고 부부라는 인연은 참으로 복잡 미묘한 관계인 것 같다. 결혼해서 살다 보면 사랑은 식어버리고 그나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 정으로 사는 게 부부라고 하지만, 그 정마저도 없다면 사치오 같은 남편과 사는 것일 테지. 아, 그런데 집에서도 내 편이 아닌 남편도 있다는 것. 집에서나 밖에서나 내 편이 아닌 웬수인 남편도 있으니 말이다. ㅎㅎㅎ

 

영화 아주 긴 변명 후반부에 남편 사치오가 아내가 죽음을 맞이할 때 자신은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는 괴로운 고백을 할 때 OST로 나오는 헨델의 라르고는 내가 좋아하는 곡 중 한 곡이라 얼른 귀에 들어왔다. 헨델의 라르고는 19세기후반에 유명해진 곡으로 희극 오페라 크세르세스 에 나오는 아리아 한 부분이 라르고 선율이다. 라르고의 원래 곡명은 『옴브라 마이푸 Ombra mai fu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로서, 오페라 제1막이 시작되었을 때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던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세스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를 칭찬하는 내용의 아리아이다. 이 노래의 가락이 라르게토 Larghetto이나 뒤에 『헨델의 라르고』로 알려지게 되었고, 이 곡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기악곡 형태로 새롭게 편곡하여 연주되면서부터이다. 보통 성악곡으로는 옴브라 마이푸, 기악곡에서는 "헨델의 라르고"라고 부른다.

 

 

『아주 긴 변명』은 니시카와 미와 특유의 세밀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제153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6년 서점대상 4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또한 직접 감독한 동명 영화 《아주 긴 변명》은 2016년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3회 상영 전회 매진으로 화제를 모으며 상영되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이후 창작자로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니시카와 미와는 죽음 그리고 가족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하여, 사고로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상실을 경험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짧고도 긴 여정을 완성했다. 『아주 긴 변명』은 죽은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과거의 자신에게 남기는 고백이며, 더 이상 변명을 늘어놓으며 살아가지는 않을 내일의 자신을 향한 다짐이기도 하다.

 

여행가는 날 아침, 남편 사치오(모토키 마사하루 분)가 출연한 방송을 틀어놓고 남편의 머리를 다듬어 주는 아내 나츠코.

아내가 여행 가자마자 다른 여자를 집으로 불러들여 애정행각하는 남편 사치오, 그 시각 아내는 교통사고로 차디찬 물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아내 나츠코(후카츠 에리)를 잃고 덤덤한 주인공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

유명 작가답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자'의 코스프레를 그럴듯하게 하며 장례를 치른다.

아내의 유품인 핸드폰에서 전송되지 않은 채 저장된 문자를 발견한다.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아내의 죽음에 감정 표출하는 요이치

죽은 아내 친구 남편 요이치를 방송 인터브에서 만나게 되어 요이치와 그의 자녀와 함께 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게 되는 사치오

 

 

 

 

 

요이치 가족과 함께 하며 많이 변하고 있는 사치오

작년에 봤던 소라게인지 물어보는 딸, 아카리의 말에 다시 눈물을 터뜨리고 마는 요이치

아이들이 뛰어 노는 바다에서 즐거워 하는 아내의 환영을 본다.

그렇게 사치오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아주 긴 변명"이라는 책을 내게 된다.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니시카와 미와는, 데뷔 이래 항상 직접 쓴 오리지널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어오고 있으며, 시나리오를 소설화하여 작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감독의 길로 들어선 니시카와 미와는, 2006년 오다기리 조, 가가와 데루유키 주연의 《유레루》가 일본 아카데미 주연상, 블루 리본 감독상 등 유수의 영화상을 석권하며 일본영화의 차세대 기수로 자리매김했고, 제5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정식 출품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직접 각색한 소설 『유레루』는 제20회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유레루》는 한국에서도 개봉되었으며 원작 소설도 번역 출간되어 많은 관객들과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았다. 2009년에 발표한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은 한 시골 의사의 비밀을 그린 작품으로 《키네마 준보》가 선정한 그해의 일본 영화 1위에 올랐다. 《우리 의사 선생님》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 다섯 편을 엮은 소설집 『어제의 신』은 제141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아내가 떠나고 난 후, 뒤늦게 시작된 아주 긴 사랑이야기”

 

유명작가인 사치오는 갑작스런 사고로 아내 나츠코를 잃게 되고,

아내와 함께 여행 갔던 친구도 같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 친구의 남편(요이치)은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게 된 가운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치오와 요이치가 만나게 된다. 그 날,

사치오는 이유도 모른 채 마음에 이끌려 요이치의 두 아이를 돌봐주겠다고 제안하게 되는데...

 

상실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한 남자의 ‘사계 四季’ 
아내가 죽었다. 눈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사랑이 시작되었다 
  
아내가 떠난 ‘겨울’ 
소설가 쓰무라 케이는 유명 야구선수와 동명이라는 이유로, 필명을 사용하며 자신의 본명이 불리는 것을 꺼린다. 그의 본명은 기누가사 사치오로, 그가 지금처럼 유명한 소설가가 된 것은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을 뒷바라지 해온 아내 나츠코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수족 같은 아내가 일년에 한 번 있는 친구와의 여행에서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그는 눈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왜일까? 충격이 너무 커서일까? <아주 긴변명>은 이렇게 관객들을 이 남자가 성장하는 계절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불현듯 낯선 가족을 돌보게 된 ‘봄’ 
글쓰기에 진척이 없는 사치오에게 편집부는 오랜 기간 그의 글에서 작가적 의욕을 느낄 수 없었다며, 아내의 상실을 토대로 새로운 집필을 권유한다. 그러나 집필을 강요당할수록 점점 글과 생기는 멀어질 뿐이다. 아이가 없던 사치오는 요이치의 가족이 신세계인 듯 새로운 글 소재가 될 것 같은 작가의 본능적인 예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과의 관계가 발전할수록 글을 쓰는 것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에 더 큰 흥미와 뿌듯함을 느낀다. 사치오에게 그들은 잃어버린 것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선물과도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아내의 속마음을 알게 된 ‘여름’ 
사치오는 아내가 떠나고 난 후, 아내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사치오는 아내의 유품인 핸드폰에서 전송되지 않은 채 저장된 문자를 발견한다.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조금도”. 아내의 사랑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터라, 문자를 보자마자 화가 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심했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요이치를 통해 아내가 아이를 원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면서 사치오는 자신이 잃었던 것들에 대해서 배우기 시작한다. 
  
이제 다시 설렘이 시작되었는데, 소외감이 느껴지는 ‘가을’ 
사치오는 요이치 가족과 함께하면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의 기쁨을 알게 된다. 아내를 잃은 한 남자와 엄마를 잃은 두 아이는 ‘사랑’이라는 것이 ‘소중한 타인’이 되는 것임을 가르쳐 준다. 그는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일상의 설렘을, 소설을 쓸 이유를 발견한다. 그러나 친절한 아카리 선생님의 등장으로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된 사치오는 이 사실이 화가 난다. 필요했던 존재에서 필요 없는 사람으로 바뀌는 순간, 비로소 사치오는 아내 나츠코의 긴 외로움을 깨닫게 되고, 요이치에게 아내의 사고 당일 다른 여자와 있었다는 고백을 한다. 
  
상실의 시간을 통과한 이들에게 다시 시작된 ‘겨울’ 
아내가 죽은 지 어느 덧 1년. 사치오는 두 아이를 돌보면서 엄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걱정과 미래를 요이치에게 이야기한다. 요이치는 죽은 자신의 아내 유키와 똑같은 말을 하냐며 신기해 하고, 사치오는 그렇게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사치오는 요이치의 가족과 느끼는 친밀감만큼이나 자신의 자리에 대한 서운함을 느끼고는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은 요이치의 사고로 자신이 있던 자리의 의미와 소중한 타인으로서의 거리를 되찾게 된다. 철없던 한 남자가 아내의 빈자리를 채운 한 가족을 만나며 성장해가는 사계절을 따뜻한 감성으로 다룬 <아주 긴 변명>은 상실의 시간을 섬세하게 담고 있어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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