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산책하면서 책을 즐길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음악과 미술, 젊음의 거리로 소문난 홍대입구역 주변에 책을 테마로 조성한 '경의선책거리'를 말한다. 곧 다가올 봄날엔 벤치에 앉아 책 한 권 읽다 돌아가도 좋은 길이다. 경의선책거리에 설치한 부스에 들어가 책 구경하다 우연히 만난 작가와 눈인사 나누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는 길. 책의 거리로 이른 봄 소풍을 떠나보자.
홍대입구역 6번 출구 근처에 있는 경의선책거리 조형물이다. 밤에는 조명이 들어온다.
홍대 주변 출판의 도시에 만든 책거리
시작은 홍대입구역 6번 출구다. 지하에서 빠져 나와 뒤로 돌아가면 경의선책거리라고 쓰인 조형물이 보인다. 이곳에서 출발해 와우고가차도 아래 구역까지 이어지는 길이 경의선책거리다.
운영사무실 옆에 자전거 주차 공간이 있다.
약 250m로 이어지는 길에는 다양한 주제의 책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책방과 문화공간이 있다. 경의선책거리에서는 책방이 주관하는 행사도 다채롭게 열린다. 길을 걷다보면 책을 나타내는 작품과 도서 정보도 쉽게 접하게 된다. 운영사무실 옆에 자전거 주차 공간이 있으니 누구나 이용하면 된다. 화장실은 공간산책에 행사가 있는 날 이용 가능하다. 다른 날은 홍대입구역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책을 읽고 있는 여자 조형물. 경의선책거리 입구와 땡땡거리에서 볼 수 있다.
경의선책거리 조형물 바로 옆에는 이곳을 간단히 소개한 글이 새겨져 있다. 위에는 독서 중인 여자와 기타 연주를 하는 남자를 형상화한 설치작품이 보인다. 경의선책거리와 음악의 거리 홍대 주변을 상징한 작품이다. 바로 옆에는 경의선책거리에서 기획 중인 행사와 도서 정보를 알려주는 야외 홍보게시판이 붙어 있으니 참고하자.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경의선책거리 책방.
경의선은 1906년 용산과 신의주를 잇는 철길을 말한다. 일제강점기 시절까지만 해도 남북을 오가는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전쟁과 분단을 겪으며 오랜 세월 기차 운행이 멈췄으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의선 복원사업을 시작해 2009년 서울역에서 문산역까지 광역전철이 개통된다. 이때 '용산~가좌'를 연결하는 6.3㎞의 용산선구간은 지하화하면서 지상에 경의선숲길을 만든 것이다. 출판사가 많은 홍대입구역 주변에 책거리를 만든 건 자연스런 일이었다.
여행산책에서 진행 중인 이벤트 코너
10개의 부스에서 즐기는 책과 문화생활
경의선책거리에는 책을 전시, 판매하거나 행사를 개최하는 부스를 10개 운영 중이다. 부스의 이름에는 모두 '산책'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이곳이 책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길이라는 특성을 살렸다. '공간산책'에서는 저자와의 만남, 북 콘서트, 강연회 등이 열린다. 전시와 소규모 모임, 공방 체험 프로그램 등은 '미래산책', '창작산책', '문화산책' 등에서 개최된다. 출판사가 운영을 맡은 책방도 있다. '여행산책', '예술산책', '아동산책', '인문산책', '문학산책', '테마산책' 등에서는 부스 이름과 관련한 도서를 읽고 구입할 수 있다.
아동산책에서는 '야생동물 흔적'을 전시 중이다.
각 책방에서는 다양한 볼거리를 전시하거나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여행산책 부스는 가고 싶은 여행지와 이유를 적은 메모를 벽에 붙이면 추첨해 해당 지역의 가이드북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아동산책 부스의 '야생동물 흔적' 코너에는 각종 야생동물의 실제 뼈, 털, 가죽, 둥지, 배설물 등이 전시 중이다. 문학산책에 가면 문학 편집자들이 뽑은 '2016년에 놓치기 아까운 책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책을 볼 수 있는 편한 좌석이 눈에 띈다.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진 시민
312일 동안 저자와 책을 만날 수 있는 경의선책거리
공간산책, 미래산책, 창작산책, 문화산책 등에서는 '312일간 저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는 콘셉트의 행사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린다. 요일별 프로그램은 '인문산책DAY'(화), '예술·디자인산책DAY'(수), '여행산책DAY'(목), '문학산책DAY'(금), '아동산책DAY'(토), '테마산책DAY'(일) 등이다.
테마산책의 '위인책을 만들어 보세요' 코너
2월에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오는 2월 24일(금, 오후 7시) 공간산책에서는 '달언니와 말랑씨 인디밴드 북콘서트'가 열린다. 인디밴드 '달언니와 말랑씨' 멤버인 김주희 작가가 <독일 셀프트래블>을 준비하면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고 여행할 때 떠오른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창작산책에서는 2월 25일(토) '직업을 알면 더 재미있는 위인 이야기' 강의(오전 11시)와 '<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 출간 기념 말놀이 1대 100' 퀴즈 대회(오후 2시)가 개최된다. 2월 26일(일)까지 문화산책에서는 '디자이너의 날, 2016년 올해의 서체'가 전시 중이다.
도서 조형물들이 책장에 책이 꽂힌 모양을 닮았다.
길에서 만나는 책 조형물
해가 진 텍스트의 숲에 조명이 들어와 있다.
경의선책거리에는 부스 외에 책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물들이 야외에 설치되어 있다. 문화산책을 지나면 야외 객석 위 담벼락에 책장에 꽂힌 책 모양을 닮은 도서 조형물을 붙여놓았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역사란 무엇인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등 도서 제목이 새겨진 조형물을 보고 있으면 책 한 권 꺼내들어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인다. 끝에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책을 꺼내는 소녀상도 있다. 다음은 '텍스트의 숲'이다. 글자를 숲 모양으로 형상화해 짧은 산책을 즐기는 구역이다.
경의선책거리에서 사진 찍기 가장 좋은 책거리역이다.
텍스트의 숲을 지나 와우고가차도 아래에 이르면 포토 존으로 유명한 '책거리역'이다. 경의선에 기차가 다닐 때 세교리역과 서강역 사이에 자리한 이곳을 책거리역으로 꾸몄다. 바닥에는 경의선 철길 흔적과 쇄석들이 보인다. 민트색으로 한껏 멋을 부린 책거리역 주변에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 이들이 유독 많다.
마치 경의선책거리가 묻는 듯하다. '오늘 당신과 함께 할 책은 무엇입니까?'
책거리역 맞은편은 '와우교 게시판'이다. 와우고가차도 아래 '오늘 당신과 함께 할 책은 무엇입니까?'라고 쓰인 질문이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게시판에는 매달 시민들에게 권하는 도서 목록과 홍보 포스터를 전시한다.
어둠이 깔린 경의선책거리에 시민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경의선책거리 주변도 걸으면서 구경할 곳이 많다. 와우고가차도를 지나면 '땡땡거리'다. 철길로 기차가 다닐 때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가면서 '땡땡'거리는 소리가 났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땡땡거리 입구엔 차단기 앞을 관리하는 역무원과 철길을 건너려는 가족의 모습이 조각상으로 세워져 있다.
땡땡거리 입구에 역무원과 길을 건너려는 가족 모습을 나타내는 조각상
다시 발길을 돌려 와우고가차도 위로 올라가면 경의선책거리가 넓게 보인다. 철길 위에 만든 책거리답게 위에서 보는 문화산책 부스는 기차를 닮았다. 경의선책거리는 야경이 유독 아름다워 데이트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데 그중 와우고가차도 위에서 보는 풍경이 가장 멋지다.
땡땡거리 쪽에서도 경의선책거리로 들어갈 수 있다. 멀리 보이는 다리가 와우고가차도다.
글, 사진 : 이시우(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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