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고창 질마재길 도보 여행

智美 아줌마 2016. 8. 22. 01:43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창밖을 바라보니 창밖의 풍경이 왜 이렇게 예쁜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까지 여름인 것 같았는데 이제 완연한 가을 날씨가 되었습니다. 하늘은 높고 그 어느 때보다 청명합니다. 가을이 되니 나도 모르게 감성적으로 변한 것 같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햇빛도 좋고, 선선하고 서늘한 바람도 부는 가을. 어디론가 불쑥 떠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어디론가 떠나 정처 없이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으신가요?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 이야기가 있는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 길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은 2009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로 지정된 곳입니다. 이곳은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많은 유적지들을 둘러볼 수 있는데요. 총 4 코스로 나뉩니다.  

 

 

 

 1코스 고인돌길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고인돌을 지나는 코스입니다. 역사가 쓰이기 이전의 시대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모든 역사를 이야기 하는 길입니다.

[고인돌길(8.9km)→고인돌박물관-고인돌유적지-오베이골-운곡서원-운곡샘-등산로입구-주차장입구-운곡서원,청자도요지 입구-장살비재입구-장살비재]


2코스는 복분자·풍천장어길입니다. 고창은 복분자와 장어가 유명하죠. 인천강을 따라 바닷물과 민물 합류지점에 위치한 풍천에서 잡힌 풍천 장어 와 복분자 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래 걷다보면 매우 허기지고 힘들다고 느끼실 텐데요, 쫄깃하고 담백한 풍천 장어 먹고 복분자술 한잔 하면 다시 걸을 힘이 생길 것 같습니다.

[복분자·풍천장어길(8.5km)→장살비재-할매바위-마명마을-아산초교-병바위-호암마을-수변로입구-산림경영모델숲-풍천]

 

 

 

3코스는 초가을이면 꽃무릇으로 빨갛게 물들고, 늦 가을이면 국화꽃으로 노랗게 물드는 질마재길입니다. 질마재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서정주 시인이 나고 자란곳입니다. 서정주 시인의 시를 읽고 걷는다면 가을의 아름다움을 시인의 눈을 통해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질마재길(12.6km)→ 풍천-산림경영모델숲-수변쉼터-꽃무릇쉼터-소요사입구-질마재-서당마을-죽염공장-등산로입구-뚝방길입구-풍천]


4코스는 바다가 준 보물, 천오백년 보은의 역사가 남아있는 보은길(소금길)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찰 선운사의 설화가 펼쳐지는 보은길은 봄이면 붉은 동백꽃, 가을이면 붉은 무릇꽃으로 뒤덮이는 아름다운 선운사가 있고, 설화에 나오는 이무기가 뚫고 지나갔다는 용문굴, 바다와 갯벌 그리고 소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검당소금전시관이 있습니다. 힐링이면 힐링, 체험이면 체험, 뭐하나 빠지지 않는 길입니다. 

 

[보은길(19.8km)→풍천-선운산관광안내소-선운사-도솔쉼터-도솔암-소리재-참당암-연천마을-화산마을-검당소금전시관-갯벌체험마을-좌치나루터]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뜨겁던 여름이 지나고 코끝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알립니다. 너무나도 짧은 가을 날씨를 놓치고 싶지 않아 버스에 몸을 싣고 고창으로 향합니다. 가을에 걷기 좋다는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코스마다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는 3코스 질마재 길과 4코스 선운사를 뚜벅뚜벅 걸었습니다.

 

 

가을 풍경대결!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것 같은 선운사와 꽃무릇 쉼터

 

초가을이면 선운사를 붉게 물들이는 꽃이 있습니다. 꽃무릇(상사화) 인데요. 상사화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해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상사화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오래전, 선운사를 들렀다 선운사 스님을 보고 반했던 여인이 상사병에 걸려 죽은 후 무덤에 붉은 꽃이 피었는데 이 꽃이 상사화(꽃무릇)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가을이면 선운사는 온통 붉은 꽃무릇 천지인데요. 여길 봐도 붉은색, 저길 봐도 붉은색인 게 꼭 물감을 여기저기 뿌려놓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꽃무릇 군락지로 유명한 선운사. 붉고 아름다운 꽃들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라도 하는듯 선운사엔 꽃무릇을 주제로 쓴 시들이 많은데요. 초가을에는 선운사에선 꽃무릇 시화전도 열리는데요. 올해엔 선운사 꽃무릇 축제대신 선운사 산사음악회가 열렸다고합니다. 아쉽게 올해는 끝이났지만 내년 가을에는 꽃도 보고 음악도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꽃무릇이 선운사에만 있냐고요? 아닙니다.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3코스에 꽃무릇 쉼터가 있는데요. 강을 건너고 산을 넘는 3코스. 저질 체력을 갖고 있는 저에겐 높지 않은 산이라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꽃무릇 쉼터에 도착하는 순간 힘들었던 기억이 눈 녹듯 사라지고 꽃의 아름다움에 반해 계속 해서 탄성을 질렀습니다. 꽃무릇 데크를 걸어가는 동안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습니다. 붉고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해 그렇게 저는 걸었나 봅니다. 

 

 

따뜻한 햇살 받으며  여유롭게 걸어가는 조용한 시골길

 

  꽃무릇 쉼터를 지나 미당시 문학관으로 뚜벅뚜벅 걷다보면 바람도 쉬어 갈만한 시골길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 옛날 어린아이들이 물놀이 하며 놀았을 것 같은 강을 지나면 노랗게 물든 벼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고 길가엔 분홍빛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거립니다.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메고 걸어가다 만난 마을 할머니들과 인사 나눕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걸었던 그 길, 질마재 길

 

3코스 질마재 길엔 고창에서 나고 자란 미당 서정주 시인의 생가, 무덤 그리고 문학관이 있습니다. 미당시 문학관은 봉암초등학교 선운분교를 개보수해 만든 문학관입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삶과 작품들이 한 마을에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파란 하늘, 산 그리고 문학관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꼭 하나의 작품 같습니다.

 

 

 

미당시문학관은 서정주 시인의 작품과 삶을 둘러보는 전시관입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작품을 처음 접해본 저도, 고창이란 곳이 미당의 작품 세계에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서정주 시인의 작품과 시인의 삶을 둘러보고 건물 위로 올라가면 한적한 시골마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360도 사방을 다 둘러보면 콘크리트 건물로 뒤덮인 도시에서 벗어나 아! 내가 시골에 와있구나. 공기 좋다. 라는걸 느낄 수 있을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뚜벅뚜벅 걸을 수 있는 곳, 아무 걱정 없이 고즈넉한 시골마을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가을하늘은 한없이 파랗고, 땅에선 노랗게 물든다!

 

 

가을하면 생각나는 색이 빨간색과 노란색 일거에요. 선운사에 빨간 꽃무릇이 있다면 질마재엔 노란 국화꽃이 있습니다. 제가 질마재 길을 걸었던 때는  아직 국화 꽃이 피지 않았는데요. 10월이 되면 국화꽃이 만개해 질마재 길을 노랗게 물들인다고 합니다. 

 

 

 

 

땅은 아직 노랗게 물들지 않았지만, 미당시 문학과 주변 마을은 온통 국화로 가득했습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국화를 보고 싶어서 일까요? 노란 국화를 벽에 그려놓고 국화를 보지 못하고 가는 저를 위로 하는 듯 했습니다. 벽화가 그려진 마을을 걷다 보면 사람얼굴이 그려진 벽도 보실 수 있을 텐데요. 그곳에 그려진 얼굴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이라고 해요.

여름과 겨울 사이에서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계절 가을. 가을의 정취를 놓치고 싶지 않으신가요? 고창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 길을 걸으며 가을 햇살과 가을바람을 느껴보는게 어떨까요?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문의 : 063) 560-24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