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부의 작은 정성이 이렇게 큰일이 될 줄을 누가 알았을까? 1955년 무안의 한 평범한 저수지에 심은 12뿌리의 백련이 이제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가 되었다. 무안 연꽃축제(8월 12~15일)를 앞두고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라는 명성 위에 최신식 오토캠핑장과 물놀이장의 즐거움을 더한 무안의 회산백련지를 찾았다.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 무안 회산백련지
올여름 마지막 가족 휴가지, 백련지-오토캠핑장-물놀이장
회산백련지 오토캠핑장. 올 6월에 개장한 최신식 캠핑장이다.
회산백련지 물놀이장. 캠핑장에 짐을 풀고 한낮에는 물놀이장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저녁 무렵 백련지를 산책하면 좋다(8월 15일까지 개장).
백련지를 나의 정원이자 우리 가족의 휴가지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1박 2일 일정으로 백련지를 즐기는 것이다. 무안군은 제20회 연꽃축제를 맞아 지난 6월 오토캠핑장을 새롭게 열었다. 그리고 이에 맞춰 물놀이장도 함께 개장했다. 카라반과 캠핑장의 모든 것이 새 것인 백련지 오토캠핑장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뜨거운 한낮에는 아이들과 백련지 물놀이장에서 시원하게 놀고, 아침저녁 뙤약볕이 한풀 꺾였을 때는 백련지를 천천히 걷는 것이 동양 최대 백련 자생지인 회산백련지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다. 연꽃은 아침과 저녁 무렵에는 꽃잎을 활짝 펼쳤다가 한낮에는 꽃잎을 오므리므로 연꽃을 제대로 즐기려면 하룻밤 묵어야 한다. 서두르자! 물놀이장 개장이 8월 15일 연꽃축제가 끝나는 날까지다. 여름휴가를 못 떠난 가족에게 백련지가 답이다.
회산백련지 산책의 출발이 되는 '주무대'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회산백련지의 규모는 매우 크다. 별 생각 없이 무턱대고 걷다가는 백련지의 숨은 매력은 다 놓치고, 무더위로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행이 되기 쉽다. 순결과 힐링의 상징 백련을 보러 이곳 무안까지 왔는데, 그럴 수는 없다! 축제장 입구에서 받은 리플릿을 보며 동선을 그려본다. 백련지는 매우 넓지만, 산책로가 그리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동선을 그리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드넓은 백련지를 들고 나는 출입구도 여러 곳이고, 당연히 백련지 산책 코스도 여러 가지지만, 직접 땀 흘려 사전 답사한 결론은, 백련지 산책은 '주무대'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백련지 투어의 첫 구간은 '주무대 → 수상유리온실' 구간이다. 차에서 내려, 아니 차 안에서 선글라스와 선크림, 양산과 물통 등 외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주무대'로 고고씽~!
회산백련지의 히로인 백련
유리온실까지 이르는 나무데크 길은 백련지의 대표적인 촬영 포인트다.
주무대에 이르니 백련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저 넓은 연지를 커다란 연잎이 다 덮어버렸다. 그리고 푸른 연잎 사이사이로 하얀 백련이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연꽃은 진흙에서 피기에 탐이 나 꺾고 싶어도 진흙에 막혀 들어갈 수가 없다. 연꽃이 더욱 우아하고 아름다운 이유다.
주무대에서 유리온실까지는 나무데크가 잘 놓여 있다. 그리고 이 구간은 회산백련지의 대표적인 촬영 포인트다. 홍보 리플릿의 첫 면을 장식한 사진도 주무대에서 유리온실로 가는 이 길에서 촬영한 것이다. 멀리 유리온실을 두고 나무데크와 연꽃이 어우러지는 앵글을 잡아서 사진 한 장 찍고 가는 것도 좋겠다.
백련지의 오아시스, 수상유리온실
유리온실 1층에 닥터피시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다.
백련지 산책 1구간의 종착점인 '유리온실'은 드넓은 백련지의 오아시스 같은 휴식 공간이다. 주무대에서부터 온몸으로 받은 태양열 에너지를 시원한 그늘에서 냉연잎차로 상쇄하는 곳이다. 1층 그늘에 들어오니 바람 한 줄기가 땀을 식힌다. 온실 1층에는 지역 예술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좌측으로 닥터피시 체험장이 있다. 2개의 수조 중 에어컨이 가까운 안쪽 수조에 걸터앉아 발을 담근다. 이 넓은 백련지의 최고 상석이다. 발이 들어감과 동시에 닥터피시가 발 이곳저곳에 다닥다닥 붙어 무얼 뜯어먹는다. 피지가 많은가 보다. 시원 따끔 신기한 이 느낌은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생소한 촉감이다.
유리온실 2층에는 연잎차를 시음할 수 있는 쉼터와 작은 정원이 있다.
2층에는 전망대를 겸한 작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다. 2층으로 오르는 길에 연의 종류에 대한 설명판이 걸려 있다. 연꽃을 보려 4시간 가까이 달려왔는데 연꽃의 종류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연꽃의 종류는 의외로 다양하다. 무안의 히로인 '백련'을 비롯해, 가시를 품은 까칠한 그녀 '가시연',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왕눈이 친구 '수련', 화려한 왕관 모양을 자랑하는 '빅토리아 수련' 등이 이번 축제의 대표선수 되시겠다. 특히 무안의 백련은 한국에서 자생하는 백련 중 꽃과 잎, 연근이 가장 크고 또한 꽃이 가장 늦게 피고 오래 핀다고 한다. 한여름 무더위 중에 축제를 열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법정 스님은 수필집에서 "한여름 더위 속에 회산백련지를 찾아 왕복 2천 리를 다녀왔다. 아! 그만한 가치가 있고도 남았다. 어째서 이런 세계 제일의 연지가 알려지지 않았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다"라며 백련지에 별 다섯 개를 주셨다. 유리온실 2층에서는 연잎차를 맛볼 수도 있다. 연잎차는 주로 따뜻하게 먹지만, 얼음을 띄워 즐기는 '연잎차 on the rock'은 백련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경험이다.
안개분수 맞으며 즐기는 시원한 산책
[왼쪽/오른쪽]유리온실을 나와 우측으로 크게 돌면 만나는 원두막 평상과 산책로
나무데크에서 5~10분마다 안개분수가 분사되어 시원하게 산책할 수 있다.
백련지 산책 2구간은 유리온실을 나와 우측으로 백련지를 크게 돌아서 보트체험장을 지나 출렁다리에 이르는 길이다. 1구간과 달리 산책로에 나무 그늘이 있고, 쉬어갈 수 있는 원두막과 평상, 벤치도 마련되어 있다. 보트체험장이나 출렁다리에는 쉬어갈 만한 마땅한 그늘이 없으니 그늘진 산책로의 평상이나 벤치에서 쉬었다 가면 좋다.
보트체험장을 지나 출렁다리에 이르는데 갑자기 데크에 설치된 분무호스에서 안개처럼 물이 분사된다. 연꽃축제에서 분위기를 담당하고 있는 '안개분수'다. 분수가 작동되자 한 의심 많은 관광객이 말한다. "물이야? 농약이야?" 순간 빵 터졌지만 잘 참았다. 걱정 마시라! 힐링하러 오신 귀한 손님들에게 설마 농약을 뿌리겠는가! 백련지 관리실에서 깨끗하게 정수한 물을 5~10분 간격으로 안개처럼 뿌려준다. 안개분수 덕에 우선 팔다리가 시원하고, 산책로를 걸을 때도 훨씬 분위기가 산다. 연인들과 아이들은 신이 났다.
[왼쪽/오른쪽]수련공원에서는 아담한 수련을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다. / 전통정원
백련지 산책 3구간은 전망대와 수련공원, 그리고 정문으로 이어지는 생태탐방로다. 백련지 중앙에 위치한 전망대는 백련지 최고의 촬영 포인트다. 연지를 모두 덮은 푸른 연잎 사이로 미끈하게 뻗은 데크를 따라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을 찍는 포토 포인트다.
수련공원에서는 커다란 돌다리를 지나며 수련을 보다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수련공원과 이어지는 생태탐방로는 드넓은 연지를 가로질러 정문으로 연결된다.
주차장과 물놀이장 가까이에 생태연못과 전통정원이 있으니, 백련지를 떠나기 전에 잠시 들러 보면 좋다.
여행정보
제20회 회산백련지 축제
- 기 간 : 2016년 8월 12~15일(금~월)
- 장 소 : 전남 무안군 일로읍 회산백련지
- 주요행사 : 얼음조각 퍼포먼스, 얼음족욕, 얼음벤치 만들기, 물총 페스티벌, 열기구 체험, 수변 작은 음악회 등
- ※ 셔틀버스 : 무안버스터미널 ~ 유리온실 (09:00~21:00, 1시간 간격, 1일 12회 왕복)
[꿀Tip] 무안시티투어(무안연꽃축제 코스)
- 탑승 장소 및 시간
광주유스퀘어 10:30 → 광주 송정역 10:55 → 무안버스터미널 11:40 → 호담항공우주전시장 11:50 → 회산백련지 13:35 → 식영정 17:15 → 무안버스터미널 18:20 → 광주 송정역 19:05 → 광주스퀘어 19:30
※ 축제기간 중 매일 운행
주변 음식점
숙소
- 무안군 바람의 바다 펜션 : 무안군 현경면 신정길 101 / 011-9608-0700, 061-453-0730
- 모새미 : 무안군 현경면 석북길 91-110 / 061-453-9916, 010-2607-9917(한옥스테이)
- 무안톱관광펜션 : 무안군 망운면 톱머리길 118 / 061-454-7878, 010-3787-4700
글, 사진 : 이병유(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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