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짱구와 함께한 전주 여행

智美 아줌마 2015. 8. 4. 11:00

짱구와 둘이 여행을 떠나는 날, 평소에도 쉬 잠이 들지 못하는 나는 잠자리에 누워 뒤적이다 보니 새벽 3시 알람 소리가 울린다. 나 먼저 씻고는 "짱구, 일어나야지." "응" 하며 부스스 일어나더니 군소리 않고 씻으러 간다.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늦게 잠을 자게 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우리 식구도 예외가 아니다 보니 새벽 3시에 일어난다는 건 막 잠이 들은 걸 바로 깨우는 격이라 정신이 비몽사몽 몸도 찌뿌둥하니 나른하다.

 

새벽 4시 첫 버스를 타야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5시 20분 첫 열차 KTX를 조금 여유 있게 탈 수 있다. 버스가 조금 일찍 도착할 것을 대비해 4시 전에 버스 정류장에 나갔지만, 어김없이 첫 버스를 타려고 나와 있는 사람이 많았고 버스가 왔을 때도 들어가 서기도 불편할 정도로 만원이다. "엄마,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응, 첫 버스와 전철은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이 타기 때문에 늘 그래." 나는 여행을 떠날 때 대개가 첫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첫차에 사람이 많다는 걸 알지만, 짱구는 첫차를 탈 기회가 거의 없으니 놀라워했다.

 

어둠 속을 헤치고 기차가 달리다 보니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하고 붉은 해가 솟아 올랐다. 스피드 있게 찍을 때는 스마트폰도 사진이 잘 찍힌다.

 

 

 

 

 

5시 20분 용산역을 출발한 KTX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어 6시 50분 넘어서면서 전주역에 도착하였다. 우선 아침 식사할 식당으로 이동한다. 출발 전에 체크 해 놓은 전주역 부근에 있는 육개장집인데 24시간 영업한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어라? 문이 닫혔네. 불과 며칠 전에 찍은 어떤 블로거 사진에도 24시간 영업을 한다고 광고용 풍선 사진을 올린 것을 봤는데 이상하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콩나물국밥집으로 들어갔다. 전주 여행 하면서 전주에서 유명한 음식을 먹어 보려고 했으니 전주 콩나물 국밥 먹는 것도 괜찮았고 음식도 깔끔하니 시원한 게 좋았다.

 

그런데 짱구와 단둘이 하는 여행 기간 내 하루에도 두세 번씩 폭염 주의보 문자가 연신 날아왔는데 하필 이 더운 날에 여행을? 아니 날 잡아 여행하는데 뭔 날씨가 요렇게 심술을 부리느냐? 2박 3일 다니면서 짱구가 더위를 먹었는지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하얗게 되어있는 것을 보고 엄마랑 둘이 여행하다가 아들 잡는 것 아닌지 내심 걱정도 되었는데 그래서 여행 다녀온 후 한의원 데리고 가서 약 한재 해먹이었다. ㅎㅎㅎ

 

 

 

전주 콩나물국밥으로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한옥마을로 와서 먼저 전동 성당을 둘러 본다. 나야 세 번째 방문이라 다시 둘러 보지 않아도 되지만, 짱구를 위해서 전주로 여행 온 것인데 이 녀석 피곤하고 귀찮다며 나무 그늘에 앉아 있을 테니까 엄마 혼자 사진 찍고 오란다. 뭐냐? 그래서 대충 한 바퀴 둘러 보고 화단 밖으로 나온 지렁이 살려주려고 화단에 구덩이를 파서 옮겨주고는 물 떠다가 흠뻑 적혀주고 다시 잘 살아나기를 기원하며 짱구한테로 갔다. 그리고 아들과 여행하는데 의미를 두기 위해 카메라는 배낭에 넣고 사진 욕심을 버리고 함께 다녔다.

 

 

전동성당은 회색과 붉은색 벽돌을 이용해 지은 건물은 겉모습이 서울의 명동성당과 비슷하며 초기 천주교 성당 중에서 매우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힌다.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혼합한 건물로 국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의 하나이다. 처음 이 성당은 천주교 순교지인 풍남문 밖에 세웠으나 후에 현재의 자리에 확장해 지은 것이다.

 

호남지역에서 최초로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로 장방형의 평면에 외부는 벽돌로 쌓았으며 중앙과 좌우에 비잔틴 양식의 종탑이 있다. 내부 천장은 아치형이며 양옆의 통로 위 천장은 십자 형태로 교차된 아치형이다. 성당건축에 사용된 일부 벽돌은 당시 일본 통감부가 전주읍성을 헐면서 나온 흙을 벽돌로 구웠으며 전주읍성의 풍남문 인근 성벽에서 나온 돌로 성당의 주춧돌을 삼았다고 한다.[백과사전]

 

바오로 윤지충, 야고보 권상연 순교자 상

모자상

레지오 마리아상

피에타상

 

 

그늘에 쉬고 있는 우리 짱구

 

이른 시간이라 경기전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아서 짱구 쉴 수 있는 오목대로 올라간다. 나도 잠을 자지 못하고 나왔더니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자꾸 까부러지려고 하는데 새벽 첫 차를 타보지 않은 짱구가 아무리 아직 젊다고는 하지만, 피곤한 건 같겠지. ㅎㅎㅎ

 

경기전 담 옆의 꽃길

능소화

사위질빵

왜구를 무찌른 것을 기념한 고종의 친필 비각

오목대

 

 

오목대에 올라가서는 배낭 베고 한숨 자라고 하니까 그래도 되냐며 눕더니 족히 3시간을 곤히 잔다. 그렇게 단잠을 자고 일어나더니 컨니션이 좋아졌는지 "엄마 이제 어디로 가?" 가고 싶은 대로 가자며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 내려간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오목대에서 보내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전주 비빔밥집은 식당 밖까지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고 우리는 조금 더 내려가 경기전 뒤에 있는 종로회관으로 갔는데 30년인가? 40년의 전통이 있는 집이라고 했지만, 몇 년 전 가족회관에서 비빔밥을 먹었을 때와는 상차림이 다소 부실하였다.

 

가족회관은 예전에 대통령께서 전주 내려오시면 오찬 행사도 하고 전주 음식 명인 1호, 전주비빔밥 무형문화재 39호 대한민국 식품 명인 39호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비빔밥에 밑반찬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게 아닌가 했지만, 가족회관 비빔밥의 상차림이 더 고급스러웠다. 이제 한숨 자고 배도 채웠으니 한옥마을 구경을 하러 간다. 사내아이라서 전통 한지 제작하는 곳이나 그런 곳엔 별 관심이 없을 것 같아 자만 벽화 마을로 바로 갔는데 솔직히 벽화 보러 다니기에 너무 뜨거워 대충 둘러 보고 한벽당으로 갔다. 한벽당 가는 길은 그늘 한 점 없는 차도로 걸어가야 하는데도 군말 없이 잘 걸어가지만, 이 뜨거운 날에 여행 가자며 데리고 내려온 게 내심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한벽당 주변을 둘러 보고 누각에 올라가 쉬면서 "엄마, 여기는 돌아다니다 쉴 수 있는 곳이 많아 좋은 것 같아." 한다. 정말 이 뜨거운 날 쉴 공간이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게 잠시 쉬고는 전주 전통 문화관과 향교를 둘러 보고 다시 한옥마을 쪽으로 내려가 "오가다"에 들어가 시원한 빙수를 사주고 더위를 식히게 하고는 전주 내려온 첫날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전주 수제 떡갈비가 유명하다고 해서 교통센터(119, 165, 380, 970번 버스 전동성당 건너)) 쪽에 있는 "왕과비"로 저녁 먹으러 갔다.

 

 1만5천 원 ~1만8천 원 하는 떡갈비가 크기도 작고 1인분에 2개가 나와서 양도 적어 젊은 사람이 먹기에는 감질날 것 같았다. 나야 채소 위주 식사를 해야 해서 한 조각씩 맛만 보고 짱구가 2인분을 먹었지만, 감칠맛 나는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이제 저녁 식사도 했으니 중산타운(3-1번 버스 전동성당 앞)으로 가서 "스파 라쿠아" 전주 온천 찜질방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시설이 넓고 좋아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지만 잘 간 것 같았다. 한옥마을 쪽에서 묵었더라면 내일러들로 인해서 편히 쉬지 못하였을 텐데 스파 라쿠아에서 여독을 풀며 편히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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