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설악산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오다.

智美 아줌마 2015. 2. 8. 20:54

대청봉 칼바람은 밤새워 잠들지 않고 미친 듯이 불어대고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일출을 보기 위해 대피소에 함께 묵었던 사람들은 대청봉에 오르려고 부산을 떠는데 나는 어제 대청봉 쌍칼 바람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내려와 오늘 아침에도 무지막지하게 부는 칼바람에 맞설 자신이 없어 욕심 많은 내가 일출 보기를 포기하였다. 아,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바람이다. ㅎㅎㅎ

 

 

지금은 아침 7시, 해 뜨는 시간이 7시 25분, 서서히 해가 떠오르려고 산 넘어로 붉은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일출을 보러 간다고 해서 늘 볼 수 있는 일출이 아니기에 갈등도 있었지만 지난 번에 멋진 해돋이를 봤기에 이번엔 포기하고 아침 밥을 먹고 하산할 준비를 한다.

 

출발하기 전, 대청봉을 다시 한 번 쳐다보고 . . .

 

 

 

어라? 중청봉이 형님 대청봉에 가려 그늘이 졌네. 그림자진 것을 보니까 대청봉과 중청봉의 산 모양이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

 

자, 출발이다. 어라? 그런데 배가  이상하네. 과민성 대장으로 워낙 탈이 잘 나는 편이라 여행 중에는 먹거리를 조심해서 먹는데 김치만 많이 먹어도 탈이 나는지라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에 김치찌개를 연거퍼 먹어서 그런 것 같다. 가다 서다 되돌아 오며 갈까 말까 망설이다 희운각 대피소가서 볼일을 보려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어 다시 중청봉을 되돌아 내려왔다.  그렇게 망설이며 왔다 갔다 하다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전에 태백산의 아름다운 일출과 상고대를 잊을 수 없어 설악산의 멋진 상고대를 꿈꾸며 왔지만 허망하게 상고대는 커녕 눈꽃도 볼 수 없었다.

한계령으로 갈까? 에이 ~ 또 오기 힘들 텐데 그래도 천불동으로 가야지. 천불동 계곡 풍경이 더 멋질 것 같으니까. 그래서 천불동으로 내려간다.

잘 있거라, 대청봉아, 중청대피소야. 새봄에 보자구나.

상고대가 얇게 핀 나뭇가지

 

 

중청봉을 돌아가면서 아쉬움에 다시 돌아 본 대청봉

 

 

우와 ~ 중청의 칼바람도 대단하다. 피할 곳도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칼바람에 당하며 내려간다. 바람, 너 미워 ~

 

하얀 눈 산을 연상하며 왔더니 희끗희끗 한 산, 그나마 바람이 너무 거세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내려간다.

 

소청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봉정암으로 해서 구곡담 계곡, 수렴동 계곡, 백담사로 가고 나는 오른쪽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간다.

 

소청에서 희운각 대피소 가는 길은 경사가 높고 길이 안 좋아 다른 계절에도 오르 내릴 때 빡세고 힘든데 겨울 눈길도 내려가기가 만만찮았다. 게다가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어  그냥 걸어내려가는 사람한테는 위험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 자신들은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배려가 아쉬운 부분이였다.  비탈길이라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뒤에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과 추돌할 뻔했다.

 

 

이렇게 넓은 길에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도 옆으로 걸어가면 되는데 좁은 길에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면 발 딛기가 더 조심스러워진다.

지나가는 어떤 분이 작년에 왔을 때는 눈이 많이 와서 이 계단 난간 위까지 눈이 쌓여 끝에 봉만 조금 보였다고 한다. 올해는 그만큼 가물었다. 

 

두 분이  사진을 찍기에 나도 부탁해서 한 컷 챙겼다.

저 아래 먼저 내려간 분이 사진을 찍어줬고 뒷걸음으로 내려가는 분이 친구인데 무릎이 아파서 저렇게 내려간다고 . . .

아, 드디어 희운각 대피소가 보인다. 소청에서 이곳까지 내려오는데 아등바등 용깨나 썼다. 에고 ~ 힘들어라.ㅎㅎㅎ

 

 

희운각 대피소에 가면 늘 볼 수 있는 동고비, 날아갈까봐 급히 찍었더니 사진이 흐리다.

이곳에서 신선대로 가서 공룡능선을 탈 수 있다. 공룡능선은 그다지 힘든 줄 몰랐는데 마등령 내려갈 때가 진짜 힘들었다. 줄곧 내리막이다. 

 

눈이 하얗게 덮어 있었으면 더 멋진 설악을 봤을 텐데  . . .

 

겨울 눈길은 걷기가 생각보다 참 편했는데 다른 계절에는 돌부리에 걸리지 않을까 잘못 딛지는 않을까 많이 긴장하며 걷는데 그러한 돌들이 다 눈에 덮어 있어 길이 평평해져 더 빠르게 걷게 되어 소공원까지 내려가는 소요 시간이 많이 단축되어 예상보다 일찍 하산했다.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우리가  건너갈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다리,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이 길을 만들어 주신 분께 감사한 마음 전한다.

 

 

와 ~ 폭포가 얼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네. 여긴 천당폭포 위에 있는 폭포인데 . . . ??

 

 

언제 봐도 이곳 풍경은 멋지다. 철 계단과 다리가 있어서 . . .

천당폭포

 

 

골이 깊은 곳은 얼지 않고 물이 흐르는지 눈이 없네. 다른 계절에도 골이 깊어 늘 물이 흐르고 있던데 . . .

 

곳곳에 이렇게 얼음이 얼어있다. 기온이 얼마나 낮으면 내 가방에 있는 물과 간식거리들이 얼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 . .

양폭대피소에서 버너로 물 끓여 라면밥이라도 먹으려고 했더니 아이젠을 벗고 취사장에 들어가라고 해서 귀찮아서 그냥 하산한다. ㅎㅎㅎ

비선대까지 3.3km, 비선대에서 소공원까지 또 3km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눈 사이로 물이 흐르고 있다. 이곳이 물이 가장 깊은 곳인가? 바위가 있어 꽁꽁 얼지 않는가?

 

생선 비늘? 눈이 녹다 얼어버려 이렇게 비늘이 되었겠지?

유독 천불동 계곡에는 이런 긴 계단이 많다. 계곡을 여러 번 왔다 갓다 건너며 내려간다. 이런 곳에 길을 만들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늘 한다.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오련폭포도 눈에 덮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지만  그래도 위치는 찰칵!!

 

 

오른쪽은 훼손되어 갈 수 없는 길이라는 안내 표지가 있는데 올 때마다 보게 되지만  느낌은 늘 같다. 이 길을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

나 찾아 봐라 ~ 그림자 놀이, 셀카 놀이

 

 

아, 진짜 미끄럽고 발 딛기가 불편했던 길

귀면암, 귀면암 옆으로 지나가는 것이라고 기억은 했지만 이렇게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넘어 갔나 싶게 생소하다. 에구 ~ 힘들어라.

새야, 새야 너는 무슨 새 ~ 니? 나는 곤줄박이랍니다.

 

 

키다리가 되었네.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으니 그림자 셀카라도 . . . ㅎㅎㅎ

 

아, 이제 비선대까지 1km 남았네. 시간을 보니 여유있게 내려가도 될 것 같다. 1시 30분이 되고 있으니 생각보다 엄청(?) 빨리 내려왔다.

저 사람들 자일 한 꾸러미씩 메고 있는 것 보니 암벽을 탄 것 같은데 난  ~ 저런 사람들 싫어요. 위험해서요.

 

드디어 비선대 탐방센터가 보인다. 이제 힘든 구간은 다 내려왔다. 무탈하게 안전하게 내려와서 다행이다.

이제 이 철문을 나가면 천불동이여 안녕 ~

 

비선대 암각문이 눈에 덮이고 얼음이 얼어 안 보인다. 보여도 까막눈이라 뭔 내용인지 모르지?

 

 

생각보다 일찍 내려오게 되었지만 다리가 너무 아프다. 휘적휘적 걸어간다.

이 다리만 건너면 되나? 했더니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이제 신흥사 부근에 도착해서 권금성도 함 바라보고 . . .

이젠 진짜 이 다리만 건너면 통일대불이 있는 곳이 나온다. 그린 포인트 받으러 빨리 가자. 늘 늦게 도착해 못 받았는데. . .

 

신흥사 통일대불은 1987년 8월 30일 시작하였으며 10년이 지난 1997년 10월 25일 점안식을 가졌고 불상 내부에는 점안식 때 1992년 미얀마 정부가 기증한 부처님 진신사리 3과와 다라니경, 칠보 등 복장 유물도 봉안되어 있다.

 

설악산 신흥사 일주문

지난 가을에 공사를 한창 하더니 금강송 옆에 탑이 있네.  무슨 탑일까?

설악산에 왔으니 반달가슴곰 사진도 찍어 가야지. 인중 샷!!

 

속초 고속버스 터미널에 서울 가는 차 시간을 물어보니까 6시 이후 시간만 있다고 해서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4시 차를 탈 수 있었지만 그럼 온종일 제대로 먹은 게 없는데 그냥 서울로 가서 먹게 되면 너무 늦어 배고플 것 같아 5시 버스를 타고 터미널 앞에서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지난해 가을 단풍 보러 왔을 때 들린 기사식당으로 깔끔하니 맛도 괜찮다.

 

이렇게 늘 동경만 해왔던 겨울 설악산을 밟아보니 두려워 했던 것 같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았고 다른 겨울 산에 갔을 때보다 눈이 적어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산행을 마치게 되어 가슴 뿌듯하니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