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설악산, 얼마나 가보고 싶은 설악이더냐? 봄, 여름, 가을 설악산은 오색, 천불동 계곡, 수렴동 계곡, 한계령, 공룡 능선, 귀때기청, 흘림골, 주전골, 대승령, 마등령 울산바위 등의 법정 탐방로는 다 가보았지만 겨울 설악산은 어느 코스든 한 번도 가지를 못 해서 늘 눈 덮인 설악산을 동경해 왔다. 그래서 올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용기를 내어 겨울 설악산을 가보기로 했다. 산을 모를 때는 무식하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설악산에 발을 딛는 무모한 짓을 했지만 이젠 산을 알기에 두려움이 앞 선다. 그러나 설악아, 내가 간다. 너의 하얀 눈 덮인 모습을 보러 . . . 오늘도 변함없이 동서울에서 6시 25분 첫차를 타고 오색으로 가는 중에 한계령을 굽이굽이 돌아 내려가는데 동이 터 붉게 물들어 있다. 남설악 탐방센터에 도착하니 먼저 온 사람들이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있다. 나도 옆에서 장비를 챙기고 출발한다. 어라? 뭐여? 눈은 어디 간겨? 눈없는 맨땅을 아이젠 신고 따각따각 걸어간다. 조금 올라가다 보면 눈이 있겠지? 그런데 가도가도 눈은 없고 . . . 이 다리를 건너서부터 끝없이 올라가야만 하는 오르막 올라가도 눈은 없고 . . . 간간히 눈이 쌓인 곳도 있지만 완전 99% 부족이다. 아이첸 착용한 것을 벗어 챙기고 올라간다. 이 계단 길을 몇 번이나 올라갔을까? 길기도 하다. 드디어 눈다운 눈이 쌓여있다. 이제 아이젠을 다시 착용하고 눈 맞이하러 가자. 남설악 탐방센터에서 1.7km를 올라와서부터 눈과 빙판이 있어 조심 조심 올라간다. 오잉? 이곳 쉼터 너머에는 하얗게 쌓여있지만 도리어 눈이 쌓인 길이 걷기가 훨씬 편하다. 가파르거나 미끄러운 부분엔 이렇게 녹색 줄이 매어 있어 미리 위험함을 감지하고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건너에 내려왔던 길도 돌아보고 . . . 무주에서 올라가는 덕유산에는 겨우살이가 참 많았는데 설악산에는 많이 눈에 띄지 않고 이 곳 나무에서 몇 개를 볼 수 있다. 녹색 줄이다. 눈 속에 빙판이 살짝 보인다.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그래도 조심 조심 . . . 오색길은 숲으로 가려져 있어 이렇게 절경을 볼 수가 없는데 겨울이라 잎이 없어서인지 가끔 이런 풍경을 살짝 보여주기도 한다. 대청봉까지 2.7km, 아직 반도 못 올라왔네. 여러번 이 길을 지나지만 설악폭포가 어느 것을 칭하는지 모르겠다. 폭포다운 폭포가 보이지 않아서 . . . 모든 사람들이 늘 나를 앞질러간다. 그러나 조급해 하지 않는다. 왜? 나는 거북이니까. ㅎㅎㅎ 나뭇가지가 눈 위에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지 않은가? 에구 에구 ~ 돌계단 아니면 철계단, 징글징글하게 계단이 많은 오색길 어라? 용머리 같네. 그렇게 안 보이나? 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꽃망울을 터트리겠지? 이번 산행에는 다른 산객들과 자주 마주치며 가게 되었는데 빠르게 올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쉬엄쉬엄 올라가는 팀들이 있어 괜찮았다. 아, 이제 거의 다 올라온 것 같다. 아자아자!! 이 나무를 보면 살아온 세월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어찌하여 바위 위에 뿌리를 내려 이렇게 바위 위에 올라 앉아 살아가게 되었는지 . . . 구름이 참 묘하게 흩어져 있다. 어떤 분의 블로그 방문을 하니까 같은 날 대청봉에 올랐는지 이 구름 사진이 있었다. 아, 드디어 대청봉 정상이 바로 눈 앞에 있다. 그런데 점점 바람이 장난 아니 게 분다. 워머를 콧등까지 끌어 올리고 중무장을 하고 올라간다. 이번 산행에서 맨몸으로 스틱을 힘겹게 짚으며 올라가는 저 사람이 꼴찌라 어부지리(?)로 내가 꼴찌 면했는데 저 사람을 보면서 과욕은 자신도 힘들지만, 동행인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등산객 중에 큰 배낭을 메고 오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나도 배낭을 꾸리다 보면 생각보다 부피가 나가게 되어 최소한으로 짐을 꾸리려고 꼭 필요한 것만 챙기려고 체크하며 배낭을 꾸리지만 어떤 사람은 큰 배낭을 메고 가야 폼이 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봤기에 힘든 산행을 하는데 큰 배낭을 메야 폼이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다. 저 사람과 함께 온 동행인들이 나를 앞지르면서 뒤로 처진 일행을 기다리며 쉬엄쉬엄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올라갔다. 그러다 저 사람과 같이 뒤에 처져 보조를 맞춰주던 사람이 너무 힘들어하니까 급기야 자신의 배낭을 등에 멘 채로 저 사람의 배낭까지 앞으로 메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자신의 배낭만 메도 힘들 텐데 다른 사람의 배낭까지 앞으로 메고 간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런데 저 일행들을 보면 저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하나같이 배낭이 자신의 키(?)만한 것을 메고 있다. 도대체 저 배낭에는 뭐가 들었을까? 뭐가 들었기에 저렇게 어깨 위로 올라가고 엉덩이 아래로 내려오고 두 팔로 안기에도 버거운 큰 배낭들을 메고 가는 것일까? 특히 저 사람은 자신의 체력을 고려해서 짐을 꾸려야 하지 않았을까? 일행이 있으니 기본적인 짐만 챙기고 과욕을 부리지 말았어야지 이 무슨 민폐란 말인가. 그것도 1박 2일 산행에서 대피소에 묵고 남들 다 가는 코스를 밟는다며 미지를 탐험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뭔 짐이 저렇게 많은지, 자신이 메고 올라가기에도 벅차게 배낭을 꾸려 왔는지, 그래서 끝내 일행이 메고 가고 자신은 맨몸으로 올라가고 참 . . . 뒤에 산이 점봉산이라고 하던가? 드디어 대청봉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느 겨울 산의 칼바람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핵폭탄급 칼바람으로 사진 욕심 많은 내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인중 샷이고 뭐고 정상석 사진 한 장만 겨우 찍고 내려오게 되었는데 이 건 그냥 칼바람이 아니라 왕 쌍칼 바람으로 눈을 뜰 수도 없고 내 코가 붙어있는지 확인까지 해보게 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바람이었다. 배낭의 짐을 줄이려고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만 찍으려고 보조배터리를 챙겨 갔는데 대청봉 정상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으려니까 저 왕 쌍칼 바람이 핸폰도 빼앗아갈 것 같았고 어마무시한 바람이 나를 술 취한 취객으로 만들기까지 했다. 한 걸음 걸으면 오른쪽으로 한 걸음 밀치고 또 한 걸음 걸으면 왼쪽으로 한 걸음 밀치고 걸음도 내 맘대로 못 걷게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고 에효 ~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대청봉에서 내려오며 왕 쌍칼 바람과 맞서 찍은 중청의 모습 대청봉을 오를 때 등대가 되어주는 중청의 공 안테나. 중청대피소에 도착한 후 체크인을 하고 배정 받은 침상에 배낭을 내려 놓고 저녁 밥을 먹으려 취사장 내려가면서 얼른 대청봉 사진 한 장을 찍어왔는데 왕 쌍칼 바람이 무서워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는 후다닥 대피소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취사장에서 김치찌개 보글보글 끓여 밥을 먹었는데 대청봉에서 언 몸이 뜨거운 김치찌개를 먹으니 사르르 녹고 혼자 먹어도 꿀맛같은 저녁 식사였다. * 나는 떼로 몰려다니는 산악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산악회 회원인 사람이 이 글을 읽으면 욕할지 모르지만 많은 산악회 사람이 몰지각한 행동에 그렇지 않은 다른 산악회 사람까지 싸잡아 욕 먹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몰려다닐 때 자신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지 행동함에 있어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대피소에 묵었지만 이번 산행 중에 대피소의 밤은 최악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코 고는 사람으로 인해 잠을 설치게 되는 것도 솔직히 민폐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코 골며 잘도 자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밤새워 뒤척여야 한다. 개중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코골이에 신경 쓰여 자신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이 깨 옆으로 돌아눕는 수고(?)도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자기 자신 편할 대로 밤새 코 골며 잠을 잔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코 고는 거야 어찌하겠는가? 대피소 내 사람들은 다음 날의 산행을 위해 무시하고 잠을 청한다. 나 역시 잠을 들이지 못해 신경 거슬리지만, 내 집이 아닌 이상 편안함을 요구할 수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잠을 들이려고 신경 세우지 않으려고 한다. 그럼 뭐가 문제였나? 안양에서 왔다는 어느 산악회 사람들이 대피소에 도착해 술을 먹고는 그 중 한 사람이 술이 과했는지 다른 사람 잠도 못 자게 몇 시간을 술주정을 부렸던 것, 9시 소등 전에야 이러니저러니 떠든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런데 9시 소등 후에도 11시가 넘도록 욕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횡설수설 심지어 침상 바닥을 탁탁치며 생쇼를 하는데 같은 산악회 회원 한 사람이 처음에는 조용히 하고 자라고 서너 번 말하더니 나중에는 다들 시침 뚝 하고 혼자 떠들게 두더라는 것이지. 참다 참다 다른 사람이 조용히 하고 자라고 한마디씩 하면 말꼬리 잡고 늘어지니 몇몇 사람이 말하다 다들 포기하고 그냥 놔두게 되었다. 관리소 직원이 10시쯤 내려와 뭐라고 했지만, 그때뿐 그 후로도 1시간을 더 떠들다 자는지 11시 넘어서 조용해졌는데 그러다 겨우 잠이 들었나 했더니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출발 준비하는 팀들이 있어 30분 간격으로 줄줄이 일어나 부시럭거리니까 날밤을 새다시피 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마다 술주정 부린 사람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들 하고 게다가 다른 대피소에는 도난 사고가 있어 관리소 직원이 황당해 하기도 했다. 한두 사람일 때보다 여러 사람 있을 때는 행동이 과감해지고 거친 행동을 하기 쉽다. 뭉치면 용감(?)하다고 혼자일 때는 하지 못한 행동을 여럿일 때는 같은 편(?)이 있다는 생각에서 거친 행동도 서슴없이 하게 된다. 그래서 패싸움이 무섭다고 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산악회 사람은 우리만 좋으면 된다, 우리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다른 산악회 모임들을 욕되지 않게 하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의 기본 매너는 갖고 산행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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