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서울 문래예술촌

智美 아줌마 2014. 8. 25. 12:21

서울 문래예술촌 한국 관광공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철공소 옆 미술관 구경

한강 둔치에서 산책하며 주위를 보면 빌딩, 아파트가 참 많다. 멀리 인왕산과 북한산의 능선을 제외하면 선이 딱 떨어지는 각진 실루엣의 연속이다. 북한산이 빌딩에 가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본다. 한강에서 벗어나면 큰 빌딩에 가려져 있던 낮은 세상의 풍경이 펼쳐진다. 보도블럭은 자로 잰 듯 박혀있고, 사각형 간판이 어지럽다.

한강 너머의 서울 풍경

대학가 한 골목길, 벽에 하숙, 월세, 전세, 고시원 등 전단지가 붙어 있다. 빌딩숲의 단조로움보다 사람 냄새 고인 골목길이 좋다. 문득 문래동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지잉~" 철이 갈리는 소리, 누가 그렸는지 모를 골목길의 벽화, 얼큰한 대구탕…, 그때의 여정을 되짚어 봤다.

철공소 옆 미술관 골목

 

서울 지하철 2호선 문래역에서 7번 출구로 나와서 약 200m 직진하면 당산로와 도림로 128길이 만나는 교차점이 있다. 그 근방으로 문래예술촌 관련 방향안내판, 간판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도림로 128길을 기준으로 고층 건물의 구역과 낮은 건물의 구역이 서로 다른 분위기로 갈린다. 이번 여정은 낮은 건물이 대부분인 구역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코스다.

문래동은 일제강점기에 방적공장이 들어서면서 공장과의 인연이 깊어진 곳이다. 당시 방적기계를 '물래'라고 부르면서 이곳의 지명인 '문래동'이 자리 잡혔다고 한다. 이후 철강공장, 철제상이 이곳에 밀집했으며 현재는 예술가들이 몰리면서 예술과 철공소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무색무취했을 회색 담장에 새가 날고 사슴이 다닌다

스마트폰의 지도 앱을 사용해 걷는 것도 초반뿐, 철공소 옆 골목이 보이면 들어가고 반대편으로 나와서 다시 골목에 들어가는 식으로 지그재그 걷는 것이 여행방법이라면 방법이다. 왔던 골목을 되돌아가도 난감함보다 재미가 더욱 쏠쏠하다.

골목길 외에는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공간에 어떤 규칙도, 얽매임도 없이 벽화가 그려져 있다. 돌발 풍경이랄까. 골목길을 걷다가 꺾인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마다 돌발적인 풍경에 멈춰 서길 수 차례, 이런 멈춤이 괜스레 기분 좋다.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공장단지는 어떻게 예술촌이 되었나

 

지금의 문래동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생략하고 골목 분위기에 취하는 것은 순서가 아닐 터. 이곳의 지난 세월을 간단히 짚어보자. 서울의 오래된 공업단지는 농업보다 공업이 우대받기 시작한 근대화의 흔적이다. 지금보다 공장들이 집약된 70년대 문래동은 노동자와 기계 그리고 철의 세계였다. 지금까지 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풍경이 골목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 그 위로 누군가 붓을 그어 채색했다. 서울의 흔한 동네가 아닌 예술가의 손에 의해 독특한 동네로 변하기 시작한 순간이리라. 벽화 뒷세상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거친 숨소리와 진한 땀 냄새가 전해진다. 골목을 채우는 철의 기운, "지잉~" 철이 갈리는 소름 끼치는 소리 "쾅!" 묵직한 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골목을 누빈다. 야성과 잡초의 순정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볕이 좋은 골목길 한편에는 돌려 짠 흔적이 남은 주름 그대로 옷이 대충 널려져 있다. 옷은 색이 바래졌고 면장갑은 실밥이 터져있다. 골목길 구석에는 허름한 파전집이 있다. 이곳의 막걸리는 철과 하루하루를 뜨겁게 보낸 이들의 밤을 시원하게 식혀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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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래동 철강소의 명성이 이처럼 녹슬어 있었다

골목길의 벽화

어떻게 철강 산업의 메카였던 문래동이 현재 문래예술촌으로 유명해진 것일까. 80년대 후반과 90년 초반의 문래동은 국내에서 대기오염이 최고 심각했던 지역이다. 이 시기와 맞물려 서울시는 문래동과 도림동 일대의 철강판매상가를 외곽으로 이전시키려 했다. 이후 문래동의 철강산업은 점점 쇠퇴했고 빈자리가 늘어갔다. 비슷한 시기, 저렴한 작업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이 이 빈 공간을 메우기 시작했다. 현재 문래동에 100여 개의 작업실이 있으며 약 200명의 예술가가 활동하고 있지만 재개발이라는 이슈가 문래동을 달구면서 예술가의 활동영역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양남사거리를 기준으로 북동쪽 블록을 돌아본 후 남동쪽 블록으로 건너가자. 문래동 우체국 뒤편, 오밀조밀한 골목길에도 벽화가 그려져 있다. 어떤 벽화는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해 한참을 바라봐야 했고, 어떤 벽화에서는 어릴 적 책상의 낙서 같은 느낌도 든다. 벽화를 살펴보는 사이 골목길의 요소 하나하나가 의미 깊게 다가온다. 시멘트 위로 흐른 녹물, 깨진 타일, 작은 간이문짝 등 이곳의 분위기는 다소 거친 질감을 가졌다.

골목길 산책하며 맛집도 찾아 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전 마음이 한번 먹먹해진다. 뷰파인더를 통해 눈에 들어온 풍경이 마치 버티며 살고 쓰려져도 다시 일어났던 그네들의 주름 같았기에. 그럼에도 문래동을 따뜻함과 밝음으로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웃는 표정과 가벼운 발걸음의 아이가 벽화 속에서 꽃을 들고 있었고, 마을이 그려진 벽화 속 문은 활짝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문래우체국에서 서쪽으로, 문래공원 사거리의 남서쪽 블럭에 건너가면 이번 여정의 대미를 장식할 대구탕 전문점이 있다. 문득 문래동이 생각난 데에는 제철을 맞은 대구와 문래대구탕의 맛이 큰 영역을 차지했으리라. 특히 대구고니탕은 얼큰한 국물과 푸짐한 고니가 일품이다.

문래동의 대구고니탕

새해의 다짐을 다진 지 얼마나 됐다고 마음가짐이 흐물거리고 미적지근해져 버렸는데, 문래동을 다루는 사이에 든든한 철심 하나가 마음에 박혔다. 한강 둔치에서 산책할 때 북한산이 계속 보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처럼 문래예술촌의 철과 예술이, 노동자와 예술가가 공존하는 공간이 계속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본다.

갤러리

여행정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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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자가운전: 올림픽대로 여의상류IC (영등포로터리 방면) → 영등포역 → 문래동사거리 (양화대교, 양남서거리 방면으로 우회전) → 양남사거리

대중교통: 서울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 → 200m 직진 → 문래예술촌

Tip 사진촬영 1. 철공소와 철강상가가 문을 닫는 주말과 공휴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쉬는 날, 내려진 셔터에 그려진 그림을 볼 수 있으며 느긋이 돌아다니기에도 평일보다는 주말이 적당하다.
2. 좁은 골목길에서 벽화를 한 장에 담고 싶다면 광각렌즈를 챙겨가자. 파노라마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도 유용하다.
3. 근방의 카페에서 예술가의 전시회, 이벤트 등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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